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가을 편지는 그리움으로 씁니다.

 

가을 해가 조금씩 기울고 어둠이 먼 산등성이에서 천천히 걸어 내려오면, 오래도록 시간 속에 묻어두었던 그리움 하나가 살며시 고개를 듭니다오늘은 그 그리움 하나를 꺼내어 편지의 사연을 쓰려고 합니다잊은 줄 알았던 이름과 지나간 얼굴과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어느 날의 풍경이 저녁빛을 따라 마음으로 돌아옵니다. 가을은 이상한 계절입니다. 떠나는 것들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남아 있는 것들이 더 선명해지는 계절입니다.

 

바람의 결은 하루가 다르게 서늘해지고, 숲과 들머리는 제 빛깔을 조금씩 바꾸어 갑니다. 나무들은 여름 내내 움켜쥐었던 푸른빛을 하나둘 내려놓고, 길가에 떨어진 마른 잎 하나는 아무 말 없이 한 계절의 끝을 받아들입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게 됩니다.

 

어쩌면 가을은 우리에게 떠나는 법보다 남겨지는 법을 가르쳐 주는지도 모릅니다. 무엇인가 떠나고 난 뒤에도 그 자리에 남는 것이 있다는 것을, 사람이 떠난 뒤에도 온기가 남고, 시간이 지나간 뒤에도 기억이 남으며,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 빛 하나가 남는다는 것을 가을은 말없이 보여줍니다. 창가에 내려앉은 늦은 오후의 볕이 제 온기를 다 비우고도 차마 마루를 떠나지 못하는 날이 있습니다. 울컥 쏟아져 내릴 눈물은 아니어서 슬픔이라 부르기에는 너무 고요하고, 옷깃을 여미며 훌훌 털어내기에는 가슴 한쪽이 오래 저물어 쓸쓸함이라 하기에는 너무 깊은 마음이 있습니다.

 

그 마음에 꼭 맞는 이름을 나는 아직 알지 못합니다. 그리움이라 부르기에는 너무 오래되었고, 외로움이라 하기에는 너무 따뜻하며, 슬픔이라 하기에는 이상하리만큼 평온한 마음입니다. 아마도 그것은 오래 사랑한 것들이 우리 안에 남겨놓은 흔적일 것입니다. 다 식어버린 찻잔 바닥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향기처럼, 지난 계절의 외투 주머니 깊은 곳에서 문득 손끝에 닿는 바스락거리는 종이 한 장처럼, 이미 지나간 시간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오늘의 마음 한편을 가만히 건드립니다.

 

그럴 때면 어디쯤 가닿아 있을지 모를 그 이름을 굳이 소리 내어 부르지 않습니다. 이름을 부르는 순간 그리움이 너무 선명해질 것 같아서, 문을 닫으려다 말고 열어둔 틈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을 한동안 뺨으로 받아냅니다. 바람은 아무것도 묻지 않습니다. 어디에서 왔는지, 누구를 기다리는지, 아직도 무엇을 놓지 못하고 있는지 묻지 않습니다. 그저 잠시 머물렀다가 지나갑니다. 그런 바람 앞에서는 나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사람에게는 설명할 수 없는 마음 하나쯤 있어도 좋겠습니다.

 

왜 그 이름을 아직 기억하는지, 왜 어떤 저녁이면 오래전 풍경 하나가 갑자기 가슴을 적시는지, 왜 다 지나간 일인데도 어느 음악 한 소절과 어느 냄새와 어느 계절 앞에서 걸음을 멈추게 되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좋겠습니다. 사랑했던 것은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떠나도 그 사람이 내 안에 남겨놓은 눈빛은 오래 머물고, 손을 놓아도 한때 잡았던 손의 온기는 기억 어딘가에 남아 있으며,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조차 마음 깊은 곳에서는 저마다 작은 방 하나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기억한다는 것은 붙잡는 일이 아니라 어쩌면 조용히 놓아주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돌아오라고 부르지 않으면서도 잊지 않는 것, 다시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때 내게 주어졌던 것을 고맙게 품는 것, 사라진 것을 억지로 되살리지 않으면서도 그것이 내 삶에 남겨놓은 빛을 소중히 간직하는 것. 그것이 세월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그리움의 방식인지도 모릅니다. 가을꽃이 수줍게 봉오리를 열 때쯤이면 이 편지가 어디엔가 닿아 있겠지요. 그러나 어쩌면 이 편지는 처음부터 누군가에게 보내기 위해 쓴 것이 아니었는지도 모릅니다.

 

주소도 없고 우표도 붙이지 못한 편지, 받는 이의 이름조차 적지 못한 편지. 나는 다만 가을이 깊어가는 어느 저녁, 마음속에 오래 머물던 말을 꺼내어 하늘에게 건네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늘에게, 바람에게, 나무에게, 그리고 한때 나와 같은 시간을 걸었던 모든 존재에게. 당신이 내 삶을 지나가 주어서 고마웠다고. 당신과 함께 바라보았던 하늘이 있었고, 함께 걸었던 길이 있었으며, 함께 웃었던 순간과 말없이 곁에 머물렀던 시간이 있었기에 내 삶의 어느 계절은 참 따뜻할 수 있었다고. 그리고 이제는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다고.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서 사랑했던 시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다시 만날 수 없다고 해서 함께했던 날들이 거짓이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세월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져가지만 이상하게도 가장 깊이 사랑했던 것들의 흔적까지 가져가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군더더기는 떨어져 나가고 한 사람에게서 받았던 작은 친절 하나, 말없이 건네받았던 따뜻한 눈빛 하나, 힘겨운 날 곁에 있어 주었던 침묵 하나가 더욱 또렷해집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어쩌면 기억해야 할 것과 놓아주어야 할 것을 조금씩 구별해 가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모든 것을 가지고 갈 수 없기에 내려놓고, 모든 사람을 붙잡아 둘 수 없기에 보내주며, 모든 시간을 되돌릴 수 없기에 오늘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렇게 가을은 나에게 가르칩니다. 사랑은 반드시 곁에 있어야만 사랑인 것이 아니라고. 어떤 사랑은 떠난 뒤에야 더 깊어지고, 어떤 만남은 끝난 뒤에야 그 의미를 알게 되며, 어떤 사람은 멀어진 뒤에야 내 삶에 얼마나 깊은 빛을 남겼는지 알게 된다고. 그러므로 그리움은 사랑이 실패했다는 증거가 아닙니다. 그리움은 사랑이 아직 내 안에서 살아 있다는 조용한 증거입니다.

 

보고 싶다는 말보다 깊은 곳에서, 돌아오라는 바람보다 더 고요한 자리에서, 그 사람이 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랑이 조금씩 맑아지는 것입니다. 소유하려던 사랑은 세월 속에서 내려놓는 사랑이 되고, 붙잡으려던 사랑은 축복하는 사랑이 되며, 함께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사랑은 마침내 멀리서도 한 사람의 평안을 빌어줄 수 있는 기도가 됩니다. 어쩌면 우리의 가장 깊은 그리움은 그렇게 조금씩 기도가 되어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말하지 않아도 닿는 마음, 만나지 않아도 품을 수 있는 마음, 내 곁에 없어도 그 존재를 축복할 수 있는 마음. 그리움은 마침내 사랑이 제 욕심을 내려놓고 얻는 가장 맑은 얼굴인지도 모릅니다. 저녁은 더 깊어지고 창가에 머물던 볕도 이제 거의 사라졌습니다. 마루 끝에 길게 누워 있던 빛이 조금씩 몸을 거두어 갑니다. 나는 그 빛을 붙잡지 않습니다. 머물러 달라고 말하지도 않습니다. 빛은 떠나야 저녁이 오고, 잎은 떨어져야 겨울을 맞으며, 어떤 만남은 끝나야 비로소 기억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우리 안에 머물기 때문입니다.

 

다만 마지막 빛이 사라진 자리를 한동안 바라봅니다. 그곳에는 연한 그늘 하나가 남아 있습니다. 아프지도 않게 번지는 오래된 물자국처럼, 굳이 지워내지 않아도 좋은 담담한 흔적처럼, 마음의 가장 고요한 가장자리에 누군가 머물다 간 자리 하나가 남아 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그 그늘을 슬픔이라 불렀을 것입니다. 외로움이라고도 했을 것이고, 아직 놓지 못한 미련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 그늘이 남아 있다는 것은 한때 그곳에 빛이 머물렀다는 뜻이라는 것을.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것은 한때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뜻이며, 마음이 저려온다는 것은 그 시간이 내게 참으로 소중했다는 뜻이라는 것을. 그러므로 나는 더 이상 마음의 그늘을 지우려고 애쓰지 않습니다.

 

빛만으로 이루어진 삶은 없으며, 사랑만큼 깊은 그늘을 만드는 것도 없다는 것을 이제 조금은 알기 때문입니다. 그늘은 빛의 반대편이 아니라 빛이 지나간 자리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마음 한쪽에 연한 그늘 하나를 남겨둡니다. 그곳에 지나간 사람들을 앉혀두고, 오래된 시간들을 쉬게 하고, 미처 다 하지 못한 말들을 바람에게 맡겨둡니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말합니다. 고마웠습니다. 당신이 내 삶의 어느 계절에 와주어서 고마웠습니다. 함께 바라본 하늘이 있어서, 함께 걸었던 길이 있어서, 말없이 곁에 머물던 저녁이 있어서 고마웠습니다.

 

이제 당신이 어디에 있든 평안하기를 바랍니다. 내가 당신을 기억하는 일이 당신을 붙잡는 일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내 그리움이 당신을 향한 요구가 아니라 축복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언젠가 나 또한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그렇게 남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크고 눈부신 빛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잠시 창가에 머물다 사라지는 늦은 오후의 볕처럼, 다 식은 찻잔에 희미하게 남는 향기처럼, 문을 닫으려는 순간 문틈으로 들어와 한 번 뺨을 스치고 지나가는 가을바람처럼 그렇게 조용히 남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사랑했다는 흔적 하나만 남기고 떠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가을 편지는 그래서 그리움으로 씁니다. 떠난 것을 다시 불러오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나간 것들이 내게 얼마나 큰 선물이었는지를 기억하기 위해 씁니다. 그리고 이 편지의 마지막에는 아무런 주소도 적지 않습니다. 바람이 알아서 데려가도록. 저물어 가는 하늘이 알아서 품도록. 그리운 모든 이름들이 있는 곳까지 가을이 대신 전해주도록. 나는 다만 창가에 앉아 마지막 볕이 사라진 자리를 오래 바라봅니다. 그리고 마음 가장 깊은 곳에 남은 연한 그늘 하나를 가만히 어루만집니다.

 

이제야 알겠습니다. 그 그늘은 어둠이 남긴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때 그곳에 참 따뜻한 빛이 머물렀기에 남겨진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그리움도 슬픔만은 아닙니다. 그것은 지나간 사랑이 아직 내 안에서 따뜻하다는 증거이며, 떠나간 것들을 붙잡지 않고도 끝까지 사랑할 수 있게 하는 가을의 오래고 깊은 기도입니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가을 편지는 그리움으로 씁니다 가을 편지는 그리움으로 씁니다.   가을 해가 조금씩 기울고 어둠이 먼 산등성이에서 천천히 걸어 내려오면, 오래도록 시간 속에 묻어두었던 그리움 하나가 살며... new 이마르첼리노M 2026.09.10 3
1965 첼로협주곡 속에 여무는 가을 2 첼로협주곡 속에 여무는 가을 2 여름을 보내면서 가을이 되고, 푸름을 내려놓으면서 황금빛을 품으며, 차가운 이슬을 견디면서 알곡을 채워가는 보이지 않는 시간... 이마르첼리노M 2026.09.09 25
1964 첼로협주곡 속에 여무는 가을 1 첼로협주곡 속에 여무는 가을 1   어스름이 걷히지 않은 푸르스름한 방안, 열어둔 창틈으로 서늘한 공기가 밀려들 때 첼로의 묵직한 활 하나가 깊은 침묵을 가릅... 이마르첼리노M 2026.09.09 25
1963 가난과 기도 7 가난한 마음으로 드리는 기도 가난과 기도 7 가난한 마음으로 드리는 기도   주님, 저를 가난하게 하소서. 아무것도 갖지 못한 사람이 아니라 아무것도 제 것이라 주장하지 않는 사람이 되게 ... 이마르첼리노M 2026.09.04 59
1962 푸른 종이에 쓰는 편지 푸른 종이에 쓰는 편지   하늘이 이토록 시리게 맑은 날에는 어디론가 부치지 못할 편지를 쓴다. 구름 한 점 머물지 못하는 허공이 너무 넓고 깨끗한 백지 같아서... 이마르첼리노M 2026.09.02 75
1961 가난과 기도 6 보게 되는 사람에서 기도가 된 사람으로 가난과 기도 6 보게 되는 사람에서 기도가 된 사람으로   가난은 결국 보게 하는 힘입니다. 내 욕망의 안개가 걷히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 이마르첼리노M 2026.09.02 80
1960 뮤지컬 <프란치스코> 공연 알림 뮤지컬 공연 안내   프란치스코를 사랑하는 형제자매님들께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올해 프란치스코 파스카 800주년을 맞이하여 저희는... 김레오나르도 2026.09.01 279
1959 가을이 걸어오면 가을이 걸어오면   가을이 걸어오면 하늘은 가장 맑은 빛을 풀어 산과 들의 이마를 짚습니다.   빛이 머문 자리마다 나무는 제 안의 빛깔로 깊어지고 들녘은 익... 이마르첼리노M 2026.08.31 76
1958 안개 속의 아다지오 안개 속의 아다지오   젖은 어둠이 숨죽여 내려앉는 밤 세상은 부드러운 안개 너울을 쓰고 천천히 가장 낮은 음역으로 가라앉는다   희미한 등불 아래 서성이던 ... 이마르첼리노M 2026.08.31 63
1957 하느님의 일과 사람의 일 (오늘 복음 묵상) 하느님의 일과 사람의 일 (오늘 복음 묵상)   “너는 나에게 걸림돌이다.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마태 16,23)   이 말씀... 이마르첼리노M 2026.08.30 78
1956 가난과 기도 5 사랑의 아름다움과 위대한 교환 가난과 기도 5 사랑의 아름다움과 위대한 교환   글라라에게 가난은 아름다움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세상은 아름다움을 흠 없는 외모와 젊음과 건강과 화려함... 이마르첼리노M 2026.08.30 68
1955 가장 고독할 때 쓰는 시 가장 고독할 때 쓰는 시   가장 고독할 때 나는 세상에서 가장 시린 문장을 고릅니다. 창밖의 어둠은 잉크처럼 번져가고, 방 안을 떠도는 것은 식어버린 온기의 ... 이마르첼리노M 2026.08.29 83
1954 가난과 기도 4 형제 안에서 배우는 가난과 무소유 가난과 기도 4 형제 안에서 배우는 가난과 무소유   프란치스코에게 가난은 물건을 가지지 않는 기술이 아니었습니다. 가난은 형제에게 자신의 필요를 말할 수 ... 이마르첼리노M 2026.08.29 68
1953 십자가는 극치의 사랑이며 사랑의 극치다 (2026,8.28 독서묵상) 십자가는 극치의 사랑이며 사랑의 극치다 (2026,8.28 독서묵상)   “멸망할 자들에게는 십자가에 관한 말씀이 어리석은 것이지만, 구원을 받을 우리에게는 하느님... 이마르첼리노M 2026.08.28 69
1952 가난과 기도 3 십자가를 바라보는 눈과 존재의 가난 가난과 기도 3 십자가를 바라보는 눈과 존재의 가난   글라라는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를 바라보라고 합니다. 그러나 바라본다는 것은 눈으로 한 형상을 관찰... 이마르첼리노M 2026.08.28 79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 132 Next ›
/ 13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