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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과 기도 5 사랑의 아름다움과 위대한 교환

 

글라라에게 가난은 아름다움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세상은 아름다움을 흠 없는 외모와 젊음과 건강과 화려함에서 찾지만, 글라라는 십자가에 달리신 정배의 상처 속에서 하느님의 눈부신 아름다움을 보았습니다. 그 아름다움은 외형의 균형이 아니라 사랑의 조화였고, 자신을 보존하지 않고 내어주는 삶에서 흘러나오는 빛이었습니다.

 

사랑은 사람을 아름답게 만듭니다. 사랑받은 사람의 얼굴에는 부드러움이 생기고, 자신이 용서받았음을 아는 사람의 눈에는 다른 이를 쉽게 단죄하지 않는 깊이가 생기며, 누군가를 오래 기다려 준 사람의 손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따뜻함이 남습니다. 아름다움은 꾸미는 데서만 오지 않고 자신을 내어준 흔적에서 옵니다. 오래 돌봄을 실천한 사람의 주름과, 많은 눈물을 닦아 준 손의 거칠음과, 고통 속에서도 타인을 위해 미소 짓는 얼굴에는 십자가의 아름다움이 비칩니다.

 

가난은 사랑이 들어올 자리를 만들고, 사랑은 우리 안에 감추어진 하느님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내가 소유하려는 욕망을 내려놓을수록 사랑할 수 있는 여백이 넓어지고, 나를 증명하려는 욕망에서 자유로워질수록 다른 이의 아름다움을 바라볼 수 있으며, 나 자신을 지키는 일에만 몰두하지 않을수록 누군가의 곁을 지킬 힘이 생깁니다. 가난은 우리를 작게 하지만 초라하게 만들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가난은 거짓으로 부풀려진 자아를 작게 하여,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참된 나의 크기로 돌아가게 합니다.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지만 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나는 세상의 모든 아픔을 없앨 수 없지만 내 곁에서 우는 사람의 손을 잡을 수 있습니다. 나는 거대한 역사를 바꿀 힘이 없지만 오늘 내가 만난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자신의 한계를 압니다. 그러나 그 한계 때문에 절망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작은 사랑을 하느님의 큰 사랑 안에 맡기고,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걸음을 충실히 내딛습니다.

 

가난은 모든 것을 이루려는 영웅적인 야망을 내려놓고, 하느님께서 나를 통해 하시고자 하는 작은 일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순종입니다. 기도가 깊어질수록 사람은 자신의 가난을 더 잘 알게 됩니다. 처음에는 내가 하느님을 찾는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하느님께서 먼저 나를 찾아오셨음을 깨닫게 됩니다. 처음에는 내가 많은 것을 포기하여 하느님께 나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내 안에서 그것들을 놓게 하시는 분이 성령이심을 알게 됩니다. 내가 하느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이 내 안에서 나를 당신께로 이끌고 있었던 것입니다.

 

성령께서는 우리 마음 안에서 소유의 매듭을 하나씩 풀어 가십니다. 처음에는 물건을 놓게 하시고, 다음에는 명예를 놓게 하시며, 마침내는 내가 쌓아 올린 영적인 업적과 내가 좋은 사람이라는 이미지마저 놓게 하십니다. 기도한 시간과 봉사한 일과 견뎌 낸 희생까지도 내 공로로 소유하지 못하게 하시고, 모든 것이 은총이었다는 자리로 우리를 데려가십니다.

 

하느님께 가까이 갈수록 나는 더 강해졌다고 느끼기보다 더 무력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확신했던 것들이 흔들리고, 쉽게 판단했던 일들 앞에서 침묵하게 되며, 나 자신과 타인의 신비가 얼마나 깊은지 깨닫게 됩니다. 그러나 이 무력함은 퇴보가 아니라 더 깊은 신뢰로 들어가는 문입니다. 내가 나의 힘으로 살고 있지 않으며, 하느님의 생명이 나를 살리고 있음을 받아들이는 자리입니다.

 

성령 안에서 가난은 풍요가 됩니다. 내가 가진 것은 적어도 나눌 수 있는 마음이 커지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작아도 사랑의 깊이가 생기며, 내 삶의 시간은 줄어들어도 한 사람에게 온전히 머물 수 있는 현존이 자라납니다. 영적으로 부유한 사람은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자유롭게 사랑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글라라가 말한 위대한 교환은 바로 이것입니다. 썩어 없어질 것을 내려놓고 영원한 사랑을 얻으며, 자신을 지키려는 좁은 삶을 버리고 하느님과 피조물이 함께 숨 쉬는 넓은 생명을 얻는 것입니다. 하나를 버리고 백배를 받는다는 것은 물질적인 보상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하나뿐인 나의 왕국을 내려놓을 때 수많은 형제자매를 얻고, 소유물의 안전을 버릴 때 관계의 풍요를 얻으며, 자기중심성의 감옥을 떠날 때 하느님의 생명 안에서 자유를 얻는 것입니다.

 

가난과 사랑의 이 교환 안에서 우리는 정결해집니다. 정결은 세상과 사람을 멀리하는 차가운 순수함이 아니라, 누구도 소유하지 않고 누구도 이용하지 않으며 모든 존재를 하느님의 선물로 바라보는 깨끗한 사랑입니다. 그분을 사랑할 때 우리는 정결해지고, 그분을 만질 때 우리의 욕망은 씻기며, 그분을 맞아들일 때 마음은 하느님만을 위하여 열린 동정의 땅이 됩니다. 그분은 힘이 세시지만 지배하지 않으시고, 고결하시지만 높은 곳에 머물지 않으시며, 아름다우시지만 화려함으로 사람을 현혹하지 않으십니다. 그분의 힘은 약한 이를 일으켜 세우는 힘이고, 그분의 기품은 가장 낮은 자리에서도 누구의 존엄도 훼손하지 않는 고결함이며, 그분의 아름다움은 상처 입은 몸으로도 끝까지 사랑하는 충실함입니다.

 

그분을 바라볼수록 우리는 무엇이 아름다운지를 새롭게 배웁니다. 세상이 성공이라 부르는 것보다 충실함이 아름답고, 높아지는 것보다 낮아짐이 아름다우며,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보다 자신을 나누는 삶이 아름답다는 것을 압니다. 상처 없이 사는 삶보다 상처 속에서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삶이 더 아름답고,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는 강함보다 서로 기대어 함께 일어나는 약함이 더 거룩하다는 것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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