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겠다.”
전에도 말씀드린 바 있듯이 오늘 이 말씀은 신학자들 가운데서
특히 성서 신학자들 가운데서 오랜 논란거리입니다.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을 리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 말씀은 마태오복음에만 나오는 것이고,
주님은 아버지의 나라를 세우려고 하신 분입니다.
그런데도 우리 교회는 주님께서 친히 당신 교회를 세우셨고,
사도들을 기초와 도구로 삼아 세우셨다고 그중에서도
베드로와 바오로가 중심 역할을 했다고 얘기하는 것이 오늘 축일입니다.
주님께서 당신 교회를 세우시는 데 베드로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 시작은 사도들을 주님 중심으로 다시 모은 것입니다.
그런데 베드로가 사도들을 주님 중심으로 다시 모았다고 한 것은
제자들이 주님을 배반하고 도망치고 흩어졌다는 말이고
그런 제자들을 베드로가 다시 모았다는 말이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렇긴 하지만 베드로만 배반하지 않고 있다가 다시 모은 것이 아닙니다.
실은 베드로도 배반했고 자긴 절대로 배반하지 않겠다고 장담했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제자들보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배반했던 위인이 베드로입니다.
그런데 실은 그랬기에 주님께서 베드로를 반석 삼아서
당신 교회를 세웠다는 말씀이 사실이고 진실인 겁니다.
주님께서 다시 부르시지 않았다면 그대로 끝났을 텐데
주님께서 배반한 베드로를 다시 부르신 것입니다.
그 과정을 우리는 압니다.
베드로와 제자들 모두 절망하고 예루살렘을 떠나서
갈릴래아로 가고 거기서 고기 잡는 일을 다시 합니다.
그런데 이것을 우리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갈릴래아로 가라는 주님 말씀에 따라 간 것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이때 성소를 포기하고 옛날 일로 돌아간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날따라 옛날 그렇게 잘 잡히던 고기가 한 마리도 잡히지 않다가
주님의 말씀대로 그물을 치니까 153 마리나 잡히는 기적이 일어나고,
주님은 숯불에 고기를 구워 제자들에게 주는데 제 생각에
이 숯불이 꺼져있던 제자들의 마음에 다시 불을 붙입니다.
아마 그래서 베드로와 제자들은 다시 예루살렘으로 갔을 것이고,
거기서 주님께서 약속하신 성령을 실제로 받게 되었을 것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바오로가 교회설립의 일꾼이 된 것은
더 극적이고 적극적인 주님의 손길입니다.
주님의 제자들을 박해하고 흩어지게 함으로써
주님 교회를 파괴하고자 한 파괴자 바오로를 주님께서 선포자로 만드셨지요.
제자들을 흩어지게 한 것이 결과적으로는 퍼져나가게 한 것이고,
안티오키아를 시작으로 이교 지역에서도 그리스도교가 세워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이렇게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베드로는 제자들을 모으는 구심점이 되었고,
바오로는 퍼트리고 퍼져나가게 한 원동력이 되었는데,
이렇게 된 것은 주님께서 이 둘을 다 그렇게 되게 하신 결과입니다.
또 이렇게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주님은 아버지의 나라를 세우려고 하셨고,
베드로와 바오로는 주님의 교회를 세우려고 한 것인데
이렇게 세워진 주님의 교회는 이 세상에 건설된 하느님 나라이자
이 세상에서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 하느님 백성들의 중심이요 모임입니다.
어쨌거나 하느님께서 하신 베드로와 바오로를 도구 삼아
하신 놀랍고도 신기한 이 모든 일들을 보며 하느님을 찬미하는 오늘 우리입니다.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