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를 하고 나서 그들에게 제비를 뽑게 하니 마티아가 뽑혀,
그가 열한 사도와 함께 사도가 되었다.”
제비뽑기로 마티아를 사도로 뽑은 것의 의미를 생각해봅니다.
요즘 우리나라가 선거철이기도 하고
교황의 콜클라베 선출이 영화화한데다 새로운 교황 선출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침 며칠 전 한 정당의 대통령 후보 선출이 전 당원 투표에 의해 뒤집혔지요.
당의 실권자들이 자기 입맛대로 후보를 교체하려다가 당원에 의해 뒤집혔는데
이것이 제가 보기에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이고 민주주의 정의의 실현입니다.
민주(民主)란 국민이 주인이라는 것이지요.
국민이 주인인 정치를 해야 하는데 권력을 가진 자는 너나없이
자기가 주인인 듯 자기 입맛대로 모든 것을 주무르려고 합니다.
이것이 교훈이 되어 대통령 선출도 민주적으로 잘 되길 바랍니다.
이에 비해 우리의 교황 선출은 잡음 없이 잘된 것 같이 들립니다.
추기경 대의원의 삼 분의 이의 표를 얻어야 선출되는 방식이지만
이 교황 선출뿐 아니라 교회의 모든 선출은 사람이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사람들의 선출을 통하여 뽑으신다는 것이 세상의 선출과 다른 점입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도 이런 뜻에서 다음과 같은 주님 말씀을 들려줍니다.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이 말씀은 우리가 주님의 제자나 도구가 된 것이 우리의 선택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과 그 뜻에 따르는 선택에 의한 것이라는 것이 본래의 뜻이지만
우리가 무엇이 되었다면 그것은 나의 선택이나 공동체의 선택이 아니라
하느님의 선택에 의한 것이라는 뜻이고 이런 믿음이 우리의 믿음이지요.
마티아 사도의 선출 방식인 제비뽑기도 이런 믿음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매우 세속적이거나 가볍거나 장난스러운 선출 같아 보이고,
그래서 우리 각자의 심사숙고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논의한 끝에
선출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비뽑기는 우리 인간의 이런 생각을 깨는 겁니다.
인간의 심사숙고와 진지한 논의를 배제하는 것이 오히려 온전히
하느님 뜻에 맡기는 것이라는 믿음이고 그 믿음에서 나온 방식입니다.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생각이 아니라 믿음입니다.
그래서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고 기도하는 것이 중요하며,
기도를 통해 우리 생각과 의견을 가능한 한 비워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믿음에서 저는 요즘 옛날에 비해 많이 생각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제 생각을 비우고 다른 이의 뜻을 따르려는 곧 양보와 순종의 뜻도 있지만
제 생각을 비울 때 다른 이를 통해 하느님 뜻이 나타날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프란치스코도 자주 이런 믿음의 선택을 했습니다.
기도하고 성경책을 펼쳐서 성경 말씀대로 하거나
갈림길에서 맴돌기를 한 뒤에 쓰러지는 쪽이
하느님께서 가기를 원하시는 쪽이라고 믿고 가거나 하였지요.
그러므로 거듭 얘기하지만
의심 없이 그렇게 믿고 기도하는 것이 중요하고
인간의 많은 생각을 빼고 하느님께 의탁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생각이나 고민을 많이 하지 않고
믿음과 기도의 선택을 매 순간 하는 우리의 삶이 되면 좋겠습니다.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