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의 지혜
2026,2,1 독서:1고린 1,27-30 복음 마태오 5,1-12
세상은 늘 우리에게 우월감을 부추깁니다. 똑똑한 말로 상대를 압도하고, 빈틈없는 논리로 나의 옳음을 증명하며,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함의 성벽을 쌓으라고 말합니다. 그래야만 비참해지지 않고, 그래야만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나지 않는다고 우리를 다그칩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그 비좁고 뜨거운 관계의 현장으로 들어서는 순간, 우리가 쌓아 올린 그 찬란한 '소유'의 성벽들은 오히려 서로를 찌르는 가시가 되곤 합니다. 나의 지혜가 깊을수록 상대의 서툰 진심은 어리석음으로 치부되고, 나의 강함이 꼿꼿할수록 곁에 선 사람의 연약함은 숨을 곳을 잃어버립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의 눈에 차마 눈길조차 머물지 않던 비천한 것과 천대받는 것,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선택하셨다는 그 서늘하고도 따뜻한 역설이 시작됩니다. 관계의 기적은 내가 완벽해질 때가 아니라, 내가 가진 '없음'을 정직하게 내어놓을 때 비로소 싹을 틔웁니다. 내가 지혜로운 자의 자리를 내려놓고 기꺼이 어리석은 자가 되었을 때, 상대는 비로소 마음의 빗장을 풉니다. 내가 강함을 증명하려 애쓰지 않고 나의 부끄러운 상처를 먼저 보여주었을 때, 우리를 가로막던 높고 차가운 벽은 무너져 내립니다. 아무것도 자랑할 것 없는 빈손이 되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서로의 손을 온전히 맞잡을 수 있게 됩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지혜와 의로움과 거룩함이 되셨다는 것은, 이제 내 안의 빈약한 밑천으로 관계를 버텨낼 필요가 없다는 뜻일 것입니다. 나의 의로움이 아닌 측은하고 불쌍하게 바라보시는 그분의 눈길을 빌려오고, 나의 거룩함이 아닌 그분의 용서를 내어줄 때, 우리는 비로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신비로운 평화를 맛볼 수 있습니다. 비천한 우리를 통해 세상의 높은 곳을 부끄럽게 하시는 그분의 방식은, 오늘도 관계라는 거친 현장에서 '낮아짐'이라는 가장 아름다운 승리를 가르치십니다. 무력해진 우리들의 손 위로, 세상은 알 수도 줄 수도 없는 지혜의 꽃이 그렇게 피어납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행복하려면 강해져야 한다"고 말하지만, 예수님은 "행복하려면 비워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역설의 진리를 우리에게 가르치십니다.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세상의 지혜
성공과 부가 곧 행복이며, 자아를 실현하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강한 자는 울지 않는다. 슬픔은 패배이며, 늘 즐겁고 긍정적이어야 한다. 주도권을 쥐고 목소리를 높여야 내 권리를 찾고 땅을 차지한다. 성취욕과 야망이 성장의 동력이며, 더 많이 가져야 갈증이 해소된다. 실수는 용납되지 않으며, 받은 만큼 되갚아 주는 것이 정의다. 외모와 평판을 관리하고,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마라. 갈등에서 승리하여 평화를 쟁취하라. 힘이 있어야 평화가 유지된다. 비난받지 않도록 타협하라. 손해 보는 착한 사람은 결국 이용당한다.
복음의 지혜
마음을 비워 하느님으로 채울 때 비로소 영혼의 자유가 시작된다. 아파하는 이들과 함께 울 줄 아는 공감의 눈물이 하늘의 위로를 부른다. 자신을 낮추고 타인을 배려하는 부드러움이 진정한 영향력이다. 하느님의 뜻을 갈망하는 순수한 열망이 영혼을 배부르게 한다. 타인의 약함을 내 것처럼 아파하며 용서할 때 나도 용서받는다.겉치레가 아닌 투명하고 진실한 마음을 지킬 때 하느님을 만난다. 먼저 손 내밀고 화해를 도모하는 내어줌이 하느님 자녀의 증표다. 진리를 위해 고난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가 영원한 상급이다.
예수님의 행복 선언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온유한 사람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그들은 배부를 것이다. 자비로운 사람들,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이다.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지혜의 역설
세상의 지혜는 나를 세우기 위해 타인을 밀어내라고 하지만, 예수님의 지혜는 우리 안에 머무시는 하느님을 발견하기 위해 나를 낮추라고 하십니다. 세상이 보기엔 어리석어 보이는 비움과 약해 보이는 온유함이 사실은 인간을 가장 존엄하게 만들고 하느님께 다가가게 만드는 하느님의 지혜인 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