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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기초를 이루는 세가지 확신에 대한 묵상 1

 

사랑의 자리, 그 눈부신 떨림에 대하여 찬란히 떠 오르는 햇살아래 묵상의 날개를 폅니다. 겨울 아침의 성에조차 햇살을 품으면 보석이 되듯, 우리의 삶이 비루하고 거칠게 느껴질 때조차 결코 사라지지 않는 세 가지 숨결이 우리 영혼의 가장 깊은 기초로 남아 있습니다. 프란치스코가 라 베르나의 찬바람 속에서 살을 에는 고독을 통과하며 발견했던 그 뜨거운 온기를 빌려, 오늘 우리의 아주 평범한 관계들 안에 이미 깃들어 있는 믿음의 확신을 조심스레 노래합니다.

 

이 글은 갈등 한가운데 서 있는 보편적 신앙인을 위한 묵상입니다.  갈등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갈등 속에서도 다른 선택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같은 믿음을 고백하면서도 서로 다른 상처를 지니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옳고자 애쓰며 그 과정에서 자주 부딪힙니다. 이 글은 갈등을 없애는 방법이 아니라, 갈등이 사랑으로 다시 방향을 틀 수 있는 아주 작은 내면의 움직임을 돕기 위한 묵상입니다.

 

1.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내가 믿는 하느님은 사랑의 하느님이시고 사랑의 하느님은 삼위일체 하느님이십니다. 왜냐하면 사랑은 혼자서 할 수 없고 대상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삼위일체 하느님은 내어주시는 사랑이 전부입니다. 위격적 관계에서 자신을 내어주는 사랑의 본질은 아버지가 아들에게 아들이 아버지에게 내어주는 사랑 안에서 일치를 이루시는 성령의 활동입니다. 우리는 내어주시는 하느님으로부터 사랑을 배웁니다. 육화의 신비로 우리와 함께 계신 예수님은 우리의 스승이시며 모범이시고, 어머니시고 형제이시며 연인이십니다.

 

만물 속에 스며든 다정한 시선, 하느님은 저 멀리 구름 위에서 심판의 장부를 적으시는 분이 아니라, 오늘 아침 베란다 틈새로 스며든 햇살 속에, 말없이 피었다가 말없이 지는 이름 없는 풀꽃의 숨결 속에 계십니다. 그분은 사랑이라는 설명 가능한 개념이 아니라, 우리의 하루를 향해 끊임없이 다가오시는 뜨겁고도 겸손한 동사이십니다. 태양을 형제로, 달을 누이로 불렀던 그 고백은 시적인 감상이 아니라 온 우주가 이미 사랑 안에 놓여 있다는 깊은 인식의 열매였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마주하는 까칠한 이웃의 얼굴 뒤에도, 서툰 말이 오가다 상처가 남는 대화의 틈새에도, 만물을 존재하게 하시는 그분의 선하심은 배경처럼, 숨결처럼 조용히 흐르고 있습니다.

 

나를 방어하던 마음이 느슨해지는 순간 하느님이 사랑이시라는 고백은 새로운 정보를 아는 일이 아니라, 늘 긴장하며 세상을 해석하던 내 시선이 조금 풀어지는 경험입니다. 그래서 이 고백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누군가의 말에 즉각 반응하려던 혀를 잠시 멈추는 것, “왜 저럴까?”라는 판단 대신 저 사람도 지금은 버거운가 보다라고 마음속에서 말을 바꿔보는 것, 오늘 하루, 단 한 번이라도 설명하거나 설득하지 않고 그냥 들어주는 시간, 하느님이 사랑이시라는 믿음은 세상을 미화하지 않습니다. 대신, 모든 상황을 사랑이 일어날 수 있는 자리로 다시 배치합니다. 그 순간 내가 세상을 통제하려던 손이 풀리고, 하느님께서 이미 일하고 계셨음을 늦게나마 알아차립니다.

 

상대를 문제로 규정하려는 마음을 멈추는 자리, 갈등이 생기면 우리 안에서는 아주 빠른 판단이 일어납니다. “저 사람은 신앙이 부족해.” “왜 저렇게 이기적이지?” “저 태도는 틀렸어.” 이때 하느님은 사랑이시다라는 믿음은 상대를 변호해 주는 교리가 아니라, 내가 너무 빨리 재판장이 되려는 마음을 잠시 내려놓게 하는 멈춤입니다. 실천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지금 이 갈등에서 누가 옳은지를 따지기 전에 누가 더 아픈지를 먼저 떠올려 보기, 상대의 말 전체를 반박하려 하기보다 단 한 문장만이라도 , 저 말 안에는 두려움이 있구나하고 마음속으로 다시 번역해 보기, 하느님께 묻기 전에 제가 옳습니까?”가 아니라 제가 너무 단단해진 건 아닙니까?”라고 질문을 바꿔보기, 하느님은 갈등의 한 편에 서 계시기보다, 그 갈등을 견디고 있는 두 사람 사이에 먼저 서 계십니다. 이 사실을 기억하는 순간, 내 언어의 날이 조금 무뎌집니다.

 

나는 이미 사랑 안에 놓인 존재입니다. 창조에서 시작되어 관계로 완성되는 응답의 길은 하느님이 사랑이시라는 사실을 더 깊이 깨닫게 됩니다. 창조는 이미 사랑의 방식이었습니다. 하느님의 창조는 나를 필요한 존재로 부르신 선택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셨다는 말은, 무언가 부족해서 채우셨다는 뜻이 아닙니다. 창조는 결핍의 결과가 아니라, 사랑이 스스로를 밖으로 내어주는 방식이었습니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사실은 우연한 생물학적 결과이기 전에, “이 존재가 없으면 이 사랑은 온전하지 않다라는 하느님의 기꺼운 선택이었습니다. 하느님은 필요 없는 것을 만들지 않으십니다. 그러므로 당신의 성격, 기질, 약함, 느림, 심지어 반복되는 실수까지도 그분의 사랑이 통과하기로 선택한 자리입니다. 창조 안에 새겨진 사랑은 쓸모를 따지지 않습니다. 다만 이렇게 말합니다. “너는 여기에 있어도 된다. 아니, 여기에 있어야 한다.” 이 인식이 신앙의 첫 번째 바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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