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강가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고독의 무게
고요가 내려앉은 강가, 물결은 숨죽인 듯 흘러가고
잔잔한 수면에 하늘의 고뇌와 평화가 그림자처럼 드리웁니다.
발목을 적시는 차가운 물은 지난 시간의 강물인 듯,
닿을 때마다 저릿한 기억들을 건져 올립니다.
이곳은 고독이 스며들고 사유가 꽃을 피우는 자리,
그러나 그 꽃잎 하나하나에는 감당할 수 없는
지난날의 애잔한 무게가 배어 있습니다.
가냘픈 어깨 위로 얹힌 삶의 짐은
보이지 않는 멍에처럼 나를 짓누릅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겪었던 수많은 상실,
희망이라 믿었던 것들이 무참히 부서지던 순간들,
그리고 홀로 감당해야 했던 어둠의 터널들.
그 모든 기억의 파편들이 마치 바스러진 돌멩이처럼
어깨 위 쟁반에 차곡차곡 쌓여갑니다.
무거워진 어깨는 강물에 비친 나의 모습을 더욱 왜소하게 만들고,
지쳐버린 두 손은 간절히 무엇인가를 붙잡으려 허공을 헤맵니다.
그러나 보십시오. 저 멀리 아련한 빛줄기가 강물을 가르고 내려앉는 것을.
그것은 절망의 끝에서 겨우 움튼 한 줄기 믿음처럼,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나를 찾아오는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고독의 심연에서 비로소 깨닫는 진리처럼,
이 모든 고통과 무게마저도 사랑의 한 부분이었음을 속삭이는 듯합니다.
나의 어깨를 짓누르던 짐들이 이 빛 아래에서는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고통이 아니라,
삶의 깊이를 더해주는 성스러운 통과의례처럼 느껴집니다.
강물은 흐르고, 시간은 덧없이 흘러가지만,
이 강가에서 나는 비로소 온전한 나를 마주합니다.
가냘픈 어깨 위로 짊어진 모든 애잔한 삶의 무게는
이제 하느님의 따뜻한 손길 아래 녹아내리고,
그 빈자리에 사랑의 씨앗이 심겨집니다.
고독은 더 이상 외로움이 아니라 깊은 사유의 공간이 되어,
그 안에서 피어나는 믿음과 용기로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웁니다.
이 강물은 잊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날의 아픔을 껴안고도 다시 일어서는 한 영혼의 순례를.
그리고 이 강가에서 피어나는 하느님의 사랑은,
모든 무게를 짊어진 채 걸어온 지난 애잔한 삶을
비로소 아름다운 이야기로 완성할 것입니다.
깊게 베인 자리마다 푸른 이끼가 앉고
무너진 가슴 벽 사이로 바람이 드나들 때
비로소 알았습니다.
부서진 틈새가 없었다면
내 안의 빛은 밖으로 나갈 길을 찾지 못했을 것임을.
말없이 남긴 눈물은 바다를 이루지 못하고
얼어붙은 겨울 들판에 서린 서리가 되어
아침 햇살 아래 가장 시리게 반짝입니다.
아픈 것들은 왜 이리도 투명한지,
차마 만질 수 없어 눈으로만 어루만지는 기억들.
삶의 애환과 지난날의 쓸슬하고 외롭던 삶의 자리
어린 시절부터 아프기를 잘했던 나는
삶의 일상이 비극이었던 것이 아니라
서로를 위해 기꺼이 아파했던 그 진심이
지독하게 아름다운 무늬가 된 것입니다.
이제 나는 고통을 미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상처가 깊을수록 뿌리는 더 낮은 곳으로 향하고
그 끝에서 밀어 올린 꽃잎 하나는
세상의 어떤 온전함보다 찬란하게 피어날 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