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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망이 사랑이 되기까지 6. 혼돈 속에서 피어나는 갈망

 

우리의 삶은 언제나 질서보다 혼돈에 더 가까운 것처럼 보입니다. 사랑하려고 하면서도 미워하고, 용서하려 하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상처를 움켜쥐며, 하느님을 원한다고 고백하면서도 어느새 세상의 작은 욕망들에 마음을 빼앗기곤 합니다. 우리는 하나를 바라면서도 동시에 다른 것을 붙잡고, 평화를 원하면서도 불안을 키우며, 자유를 꿈꾸면서도 스스로 만든 욕망의 사슬에 발목이 묶여 살아갑니다. 그래서 인간의 마음은 하나의 전쟁터입니다. 그 전쟁은 밖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서 시작됩니다. 하느님을 향한 갈망과 자기 자신을 향한 욕망이 날마다 부딪히는 이 보이지 않는 싸움이 우리의 가장 깊은 역사입니다.

 

르네 지라르는 인간의 욕망은 결코 홀로 생겨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누군가가 원하는 것을 보고 그것을 원하게 되고, 누군가가 가진 것을 보고 그것을 가져야 행복할 것이라고 믿기 시작합니다. 욕망은 스스로 태어나기보다 서로를 모방하며 자랍니다. 한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의 욕망을 자극하고, 그 욕망은 다시 새로운 경쟁을 낳으며, 경쟁은 질투를 만들고, 질투는 미움을 낳고, 미움은 마침내 폭력으로 이어집니다. 사람은 처음에는 사물을 원하지만, 결국에는 사물보다도 그 사물을 가진 사람의 자리를 원하게 됩니다. 그래서 세상에는 소유를 둘러싼 다툼보다 존재를 둘러싼 싸움이 더 많습니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탐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되지 못한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것입니다.

 

아담과 하와의 이야기도 어쩌면 바로 이 갈라진 욕망의 역사입니다. 그들은 하느님처럼 되고 싶어서 선악과를 따 먹은 것이 아니라, 하느님 없이도 스스로 충만할 수 있다고 믿기 시작했습니다. 관계보다 독립을 선택하였고, 선물보다 소유를 선택하였으며, 감사보다 자기 결정권을 선택하였습니다. 죄는 단순히 금지된 열매를 먹은 사건이 아니라, 하느님을 바라보던 마음이 자기 자신을 바라보기 시작한 순간이었습니다. 그 순간 인간은 모든 것을 얻으려 했지만 가장 소중한 관계를 잃었고, 자유를 얻으려 했지만 두려움의 종이 되었으며, 신이 되려 했지만 자기 자신마저 낯설어지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오늘의 세상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비교하는 법을 배우며 살아갑니다. 더 높은 자리, 더 많은 재산, 더 뛰어난 능력, 더 아름다운 외모, 더 많은 인정이 행복을 보장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의 성공을 축복하기보다 은밀히 자신과 비교하고, 누군가의 기쁨을 함께 기뻐하기보다 자신의 부족함을 먼저 떠올립니다. 비교는 마음속에서 아주 조용히 시작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영혼의 평화를 갉아먹습니다. 비교는 감사의 눈을 멀게 하고, 이미 받은 은총을 잊게 만들며, 하느님께서 나에게만 주신 고유한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게 합니다. 비교하는 사람은 결코 현재를 사랑할 수 없습니다. 그의 마음은 언제나 다른 사람의 삶 안을 떠돌고 있기 때문입니다.

 

프란치스코는 이 싸움을 누구보다도 깊이 이해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형제들에게 무엇보다도 **주님의 영과 그 거룩한 활동을 가지기를 갈망하라**고 권고하였습니다. 그는 인간이 욕망을 자신의 힘으로 이길 수 있다고 믿지 않았습니다. 욕망보다 더 큰 사랑이 마음 안에 들어와야만 욕망은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둠은 어둠과 싸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빛이 들어올 때 저절로 물러가듯이, 왜곡된 욕망도 억지로 없애려 할수록 더욱 강해지지만, 하느님을 향한 사랑이 마음을 가득 채울 때 자연스럽게 힘을 잃습니다. 그래서 회개는 무엇인가를 미워하는 일이 아니라, 더 큰 사랑을 발견하는 일입니다.

 

보나벤투라는 혼돈 속에서도 하느님께서는 결코 멀리 계시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인간이 가장 길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자리에서 하느님은 가장 깊이 역사하십니다. 현대 과학은 이것을 '이상한 인력'이라고 부릅니다. 모든 것이 무질서하게 흩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혼돈의 중심에는 보이지 않는 질서가 존재하여 모든 것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 갑니다. 프란치스칸의 눈으로 바라보면 그 신비로운 인력은 다름 아닌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우리는 종종 하느님께서 멀리 계신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우리 삶의 가장 깊은 중심에서 조용히 우리를 끌어당기고 계십니다. 우리의 상처보다 더 깊은 곳에서, 우리의 두려움보다 더 깊은 곳에서, 우리의 실패보다 더 깊은 곳에서 하느님은 말없이 생명의 방향을 만들어 가십니다.

 

얼핏 보면 우리의 인생은 우연의 연속처럼 보입니다. 실패도 있고, 상실도 있으며, 예상하지 못한 아픔도 찾아옵니다. 그러나 뒤돌아보면 가장 어두웠던 시간이 오히려 가장 깊은 은총의 시작이었음을 깨닫는 순간이 있습니다. 모든 것이 무너졌다고 생각했던 그 자리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자신을 내려놓았고, 자신을 내려놓았기에 하느님께서 들어오실 자리가 생겼습니다. 강한 사람으로 살려고 애쓰던 시간이 끝나고 약한 존재임을 인정한 순간, 비로소 성령께서 우리 안에 거처를 마련하셨습니다. 우리의 혼돈은 하느님께 장애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 혼돈은 새로운 창조가 시작되는 자궁이었습니다.

 

창세기의 첫 장면도 그러하지 않았습니까. 땅은 아직 꼴을 갖추지 못하고 비어 있었으며 어둠이 깊음 위를 덮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혼돈 위를 하느님의 영이 감돌고 계셨습니다. 창조는 완성된 질서 위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혼돈 한가운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성령께서는 무질서를 두려워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생명이 태어나기 직전에는 언제나 깊은 어둠과 침묵과 흔들림이 먼저 찾아옵니다. 씨앗은 땅속에서 먼저 썩어야 하고, 아이는 어머니의 어두운 태 안에서 자라며, 부활은 반드시 무덤을 통과합니다. 하느님의 생명은 언제나 인간이 끝이라고 생각하는 자리에서 다시 시작됩니다.

 

그래서 프란치스코는 자신의 상처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나환자를 만났던 두려움도, 실패했던 젊은 날도, 병든 육신도, 오상의 상처도 모두 하느님께 내어드렸습니다. 그는 자신의 약함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습니다. 약함이야말로 하느님의 자비가 가장 선명하게 머무는 자리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상처를 감추는 사람은 상처 안에 계시는 하느님도 함께 감추게 되지만, 상처를 하느님께 열어 드리는 사람은 그 상처를 통하여 새로운 사랑이 흘러나오는 것을 경험합니다.

 

우리의 갈망도 이와 같습니다. 갈망은 언제나 완전한 사람 안에서 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의 결핍을 아는 사람에게서 가장 깊이 자랍니다. 목마른 사람이 물을 찾고, 길 잃은 사람이 길을 찾으며, 사랑이 부족한 사람이 사랑을 갈망하듯이, 영혼은 자신의 가난을 인정할 때 비로소 하느님을 향하여 열립니다. 내적 가난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아니라, 오직 하느님으로만 채워질 수 있음을 아는 마음입니다. 그 마음 안에는 성령께서 조용히 숨 쉬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혼돈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 삶이 흔들릴 때에도,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처럼 보일 때에도, 관계가 깨어지고 미래가 보이지 않을 때에도, 하느님의 사랑은 우리를 향한 인력을 멈추지 않습니다. 우리가 그분을 붙드는 것보다 훨씬 먼저 그분께서 우리를 붙들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갈망은 바로 그 사랑의 인력을 느끼는 영혼의 감각입니다. 그리고 그 갈망을 끝까지 놓지 않는 사람은 마침내 알게 됩니다. 자신의 인생을 이끌어 온 것은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 언제나 말없이 자신을 품어 오신 하느님의 사랑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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