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 두려워 말라” 가장 힘 있는 위로
풍랑 위를 걸어오시는 이름
살다 보면 사람은 자기 힘으로는 건널 수 없는 밤을 만납니다. 낮에는 견고하던 마음이 저녁이 되면 흔들리고, 많은 이들 앞에서는 담담하던 얼굴이 홀로 남는 시간에는 조용히 무너집니다. 우리가 붙들고 있던 확신은 젖은 밧줄처럼 손안에서 미끄러지고, 오래 세워 둔 계획들은 파도에 젖은 종이처럼 흐려집니다. 관계는 멀어지고, 몸은 지치고, 기도조차 입술에 오르지 않는 날이 있습니다. 그때 사람은 묻습니다. 왜 하필 지금인가. 왜 나인가. 왜 이렇게 캄캄한가. 그러나 복음의 깊은 장면은 늘 그런 시간에 열립니다.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가 아니라, 노를 저어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새벽녘, 물결과 바람이 서로 싸우는 시간, 사람의 능력이 끝나 가는 자리에서 하느님의 걸음은 시작됩니다.
제자들은 풍랑을 먼저 본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먼저 보았습니다. 파도보다 더 큰 것은 파도가 아니라 파도를 해석하는 마음이었기 때문입니다. 어둠보다 더 짙은 것은 밤이 아니라 희망을 잃어버린 내면의 그림자였습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먼저 바다를 잠재우지 않으셨습니다. 먼저 제자들의 마음을 부르셨습니다. “나다. 두려워 말라.” 이 짧은 말씀 안에는 우주보다 넓은 자비가 담겨 있습니다. “나다.” 세상이 아니라. 불안이 아니라. 네 실패가 아니라. 네 상처가 아니라. 너를 규정하는 수많은 평가가 아니라. 너에게 오는 이는 창조 때부터 너를 아시던 분, 네 눈물의 무게를 헤아리시는 분, 네 이름을 사랑으로 부르시는 분이라는 뜻입니다. “두려워 말라.” 두려움이 없으라는 말이 아닙니다. 두려움보다 더 큰 사랑이 곁에 있다는 뜻입니다. 파도가 멈추지 않아도 함께 건널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문제가 사라지지 않아도 네 존재는 무너지지 않는다는 선언입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가난을 통해 이 신비를 먼저 배웠습니다.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을 때 모든 것을 선물로 받게 되고, 자기 힘을 내려놓을 때 하느님의 힘이 스며든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작은 자의 길은 풍랑이 없는 길이 아니라 풍랑 속에서도 주님의 음성을 먼저 듣는 길입니다. 우리의 일상도 다르지 않습니다. 병실의 침대 위에서, 멀어진 사람을 그리워하는 밤에, 경제적 불안 앞에서, 늙어 가는 몸을 바라보며, 후회와 죄책감이 밀려오는 새벽에, 주님은 늘 같은 말씀으로 다가오십니다. “나다.” 네가 혼자 견디는 줄 알았던 그 시간에 나는 이미 너를 향해 오고 있었다. “두려워 말라.” 네가 끝이라 여긴 그 자리에서 나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이여, 오늘 당신 마음이 거센 바다라면 억지로 파도를 잠재우려 애쓰지 마십시오. 모든 문제를 한순간에 해결하려 자신을 몰아붙이지 마십시오. 먼저 들으십시오. 바람보다 낮고, 파도보다 깊고, 심장보다 가까운 음성을. “나다. 두려워 말라.” 이 한마디를 품은 사람은 여전히 흔들려도 가라앉지 않습니다. 울어도 무너지지 않습니다. 늦어 보여도 길을 잃지 않습니다. 주님이 오시는 밤은 가장 어두운 밤이며, 주님이 가까우신 때는 내가 가장 약한 때입니다. 그러니 오늘도 노를 놓지 말고, 그러나 노만 믿지도 마십시오. 당신의 배를 움직이는 것은 팔의 힘만이 아니라 당신에게 다가오시는 사랑의 발걸음입니다. 풍랑 위를 걸어오시는 그 이름이 지금 당신 삶의 바다 한가운데 서 계십니다. 그리고 다시 말씀하십니다. “나다. 두려워 말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