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24,13–35
두 제자가
무너진 마음으로 엠마오로 내려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죽음 이후
희망의 언어를 잃었습니다.
그때 부활하신 주님이 곁에 오시지만
그들은 알아보지 못합니다.
주님은 묻고, 듣고, 설명하십니다.
정답을 강요하지 않고
그들의 속도를 따라 걸어 주십니다.
그리고 마침내
빵을 떼어 나누시는 순간,
그들의 눈이 열립니다.
주님은 사라지시지만
그들의 마음은 다시 불탑니다.
성 예로니모는 교회에 이렇게 가르칩니다.
말씀을 모르는 것은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과 같다.
그리스도를 알아보는 눈은
감정의 흥분이 아니라
말씀 안에서 길러진 시선이라는 뜻입니다.
엠마오의 제자들이 주님을 알아본 것은
갑작스런 기적 감각이 아니라,
길 위에서 들은 말씀과
식탁에서 떼어 나눈 빵의 기억이
하나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말씀과 성체가 연결될 때
눈이 열립니다.
오늘 3주 평화/인내 주간의 복음은
우리에게 “빨리 회복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주님은 지친 제자에게
즉시 승리를 주지 않으십니다.
대신
함께 걸어 주시고
천천히 해석해 주시며
마침내 식탁에서 평화를 주십니다.
• 평화는 “갈등이 끝났음”이 아니라
주님이 함께 걸으심을 다시 믿는 마음입니다.
• 인내는 “참아내는 고통”이 아니라
길 위에 끝까지 남아 함께 걷는 사랑입니다.
오늘 우리는 묻습니다.
나는 요즘 누구와 함께 걷고 있는가?
혹은 혼자 내려가고 있지는 않은가?
주님은 오늘도
“내가 너와 함께 걷고 있다”는 방식으로
평화를 시작하십니다.
주님,
제가 낙심한 길에서
당신을 알아보지 못할 때에도
당신이 제 곁에 오시어
함께 걸어 주심을 믿게 하소서.
말씀과 성체 안에서
제 눈이 다시 열리고
평화와 인내로 오늘을 살아가게 하소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