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문제를 기도로 해결하려는 이들의 태도에 대하여
나는 모든 문제를 기도로 해결하려는 이들의 태도에 대하여 심각하게 생각해 왔습니다. “기도해 줄께”라는 말을 수없이 들어왔고 그것이 만병통치의 약처럼 생각하는 이들을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보아 왔습니다.
기도는 신앙생활의 중심이며 관계 회복을 위한 강력한 도구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모든 문제'를 오직 기도로만 해결하려는 태도는 신학적으로나 심리학적으로 여러 가지 위험을 내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영적 회피'라는 개념과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기도의 역할에 대한 균형 잡힌 이해
기도는 문제를 해결하는 '마법의 주문'이 아닙니다. 성경은 기도와 함께 인간의 지혜, 책임감, 행동을 동시에 강조합니다. 먼저 우리는 도구적 존재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아버지의 이름을 빛나게 하는 일,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는 일, 아버지의 뜻을 찾고, 그 뜻에 맞춰 우리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하여 멈추고 머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느님께서 어떻게 나를 돌보고 계시고, 어떻게 사랑받고 있는 지를 아는 시간입니다. 문제를 하느님께 맡긴다는 것은 '하느님이 다 해결해주실 거야'라며 손 놓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지혜와 인도에 따라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묻는 것이 중요합니다.
변화와 성장을 위한 기도
기도는 하느님께 외부적인 상황을 바꿔달라고 간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문제 속에서 우리가 인내하고,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때로는 문제가 사라지는 것보다, 문제를 이겨낼 수 있는 내면의 힘을 얻는 것이 더 큰 응답일 수 있습니다.
행동을 촉구하는 기도
진정한 기도는 종종 우리에게 행동을 요구합니다. 기도하고 나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진정한 믿음이 아닙니다. 기도는 '움직이기 전'의 과정일 수 있습니다. 인간의 자유는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사랑에 응답하기 위하여 선택하고, 결단하고, 책임을 지기 위해 있습니다.
모든 문제를 기도로만 해결하려다 보면 다음과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영적 회피
기도가 현실도피라는 숨는 장소가 되어 도망가는 곳이 아닙니다. 고통스럽거나 해결해야 할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도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울증을 겪고 있는데 병원 진료나 상담을 거부하고 "기도하면 다 나을 거야"라고만 생각하는 태도처럼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회피하며, 근본적인 치유와 성장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에 대한 실망과 믿음 상실
기도했는데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내 믿음이 부족해서 그런가', '하느님이 나를 버리셨나'라는 실망감에 빠지기 쉽습니다. 기도의 양과 희생의 양을 늘리려는 마음은 그 실망감을 더 큰 목표를 세워 해결하려는 자만심에서 나온 결과입니다. 거렇게 하면 더 큰 실망과 실패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는 기도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로 인해 생기는 좌절이며, 하느님과의 관계를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개인의 책임 회피
기도는 우리에게 주어진 지성과 능력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기도하면서 얻은 통찰과 용기를 바탕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현실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을 때, 기도만 하며 구직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믿음이 아니라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입니다.
결론적으로, 모든 문제를 기도로 해결하려는 태도는 기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기도의 진정한 의미와 인간의 책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태도일 수 있습니다. 기도는 문제를 회피하는 탈출구가 아니라,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할 힘과 지혜를 얻기 위한 가장 중요한 통로입니다. 기도와 함께 책임감 있는 행동이 병행될 때 진정한 믿음이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