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들어보세요.
가만히 들으면 들려요
9월이 오는 소리
가을이 오는 소리
태양은 질펀하고 흥건하게 열을 뿜어냈어도
가을은 소리 없이 다가와
벌써 내 곁에 와 있네,
채소밭의 어린 생명들이
고사리손을 모아 기도드리고
때 이른 벼들이 고개를 숙이네
햇볕과 물과 바람으로
가을 청과에 꿀을 바르고
밤송이의 가슴을 부풀게 하시는 분
오늘도 바쁘게 일하시네.
깻단을 두드리는 할머니
풀 깎는 소리
참새 쫒는 소리
봉숭아 열매를 터뜨리며
웃고 떠드는 아이들
하얀 얼굴에 빨간 입술
환하게 번지는 연꽃들의 미소
풀벌레의 작은 합창에
솔로 주자로 목청을 높이는
귀뚜라미 한 마리,
생명의 찬가에 흠뻑 젖은 가슴
불볕 아래 목말랐던 생명들아,
밤이슬로 목을 축이고
생명의 찬가를 힘껏 부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