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No Attached Image

내가 좋아하는 단식은 이런 것이 아니겠느냐?”

 

사순절을 시작하며 식탁에서 자연스럽게 단식 얘기가 나왔고,

농담 삼아 형제들이 저의 단식을 지정해주었습니다.

단식은 제일 좋아하는 것을 끊어야 된다고.

그러니 저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소금과 고춧가루를 끊어야 한다고.

 

그러고 보니 이것이 하느님께서도 좋아하시고

저에게도 좋은 단식이 아닐까 생각이 되었습니다.

아전인수 격의 생각인지 모르지만

제가 할 수 있고, 기꺼이 할 수 있는 단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내가 기꺼이 할 수 있는 단식이 바로

하느님께서도 좋아하시는 단식이라는

저의 궤변과도 같은 주장은 해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사실 소금 안 먹고 고추 가루를 안 먹는 단식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들을 끊는 것이니 의미가 결코 작지 않고

어렵긴 해도 할 수 있는 것이기에 이번 사순절에 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좋아하는 술도 이번에 같이 끊으라고 형제들이 권했는데

술은 개인적으로도 끊기 어렵지만

같이 식사하거나 술을 하는 자리가 많은 것 때문에 번번이 실패했었기에

술 끊는 것은 자신이 없었고 그래서 기꺼운 마음도 생기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러나 소금과 고춧가루는 제 건강에도 나쁠 것 없고,

누가 권하지 않는 것은 물론 오히려 줄이라고 하는 것이며

무엇보다 하느님께서 형제들을 통해 정해주신 것처럼 여겨져

하느님께서도 좋아하시고 저에게도 좋은 단식이라고 생각된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큰 이유는 아무리 작은 거라도 억지로 하는 것보다

기꺼이 하는 것을 하느님께서도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렇긴 하지만 정말로 하느님께서 좋아하실 단식을

오늘 이사야서는 사랑의 단식이고 정의로운 사랑의 단식이라고 얘기합니다.

 

식욕을 끊는 것보다는 탐욕을 끊는 것이 더 낫다는 말씀이요,

음식을 끊는 것보다는 악행을 끊는 것이 더 낫다는 말씀이며,

자학적인 단식보다는 희생적인 단식이 더 낫다는 말씀이고,

고행적인 단식보다는 사랑의 단식이 더 낫다는 말씀입니다.

 

단식만 하고 자선을 하지 않는다면

건강이나 미용을 위한 단식과 다를 바 없고

그래서 그 단식은 자기만족을 위한 것일 뿐

하느님을 위한 것도 아니고 이웃을 위한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소금과 고춧가루를 끊는 것이 내게도 좋고

하느님께서도 좋아하실 단식이라고 의기양양하다가

이럴 수밖에 없는 저를 부끄러워하며

이럴 수밖에 없는 저를 또한 겸손하게 인정해야만 했습니다.

 

옛날 쌀이 귀할 때 성미聖米라는 것이 있었지요.

밥 한 끼 지을 때마다 싼 한 숟갈을 따로 모으고

그것을 하느님께 바치거나 그것으로 이웃을 돕곤 하였지요.

 

제 생각에 이 십시일반十匙一飯적인 성미의 단식이 지금도 필요합니다.

아무리 작은 단식이어도 사랑을 위해서 하는 단식 말입니다.


그러니 소금과 고춧가루를 끊는 저의 단식도

그저 제가 좋아하는 것을 끊는다는 차원에서 할 게 아니라

이웃사랑을 위해서 좋아하는 것을 끊는다는 그런 차원에서 해야

그나마 의미 있는 단식, 사랑이 단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말씀 나눔

매일미사 독서와 복음, 그리고 성 프란치스코의 글 묵상나눔

  1. No Image 05Mar

    사순 제1주일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악마에게 세 번의 유혹을 받으십니다.  배고플 때 빵의 유혹,  내가 원할 때 원하는 방식으로 하느님께서 움직여주셨으면 하는 유혹,  더 나아가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싶은 유혹이 그것입니다.  세 가지 유혹은 서로...
    Date2017.03.05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명겸요한 Reply0 Views606
    Read More
  2. No Image 05Mar

    사순 제 1 주일-우리도 가자 광야로. 우리도 싸우자 악령과

    “그때에 예수께서는 성령의 인도를 받아 광야로 나가셨다.”   저희는 수도원회의 때마다 공부를 하는데 지난 주 공부를 했고 "From wild man to wise man"이라는 책을 가지고 했습니다. 남성영성에 대한 책이지요.   요즘 남성들이 남성성을 잃고 위기...
    Date2017.03.05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1 Views12900
    Read More
  3. No Image 04Mar

    재의 수요일 다음 토요일-사랑은 그의 잘못보다 고통을 보지!

    “네가 고생하는 이의 넋을 흡족하게 하면 주님께서 네 넋을 흡족하게 하시리라.”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치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제가 자주 사랑에 실패하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그의 고통보다 그의 잘못을 보기 때문이고, ...
    Date2017.03.04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1648
    Read More
  4. No Image 03Mar

    재의 수요일 다음 금요일-식욕보다는 탐욕을, 고행보다는 사랑을!

    “내가 좋아하는 단식은 이런 것이 아니겠느냐?”   사순절을 시작하며 식탁에서 자연스럽게 단식 얘기가 나왔고, 농담 삼아 형제들이 저의 단식을 지정해주었습니다. 단식은 제일 좋아하는 것을 끊어야 된다고. 그러니 저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소금과 고...
    Date2017.03.03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1431
    Read More
  5. No Image 02Mar

    재의 수요일 다음 목요일-시장이 반찬이듯

    어제 아침에는 일어나 강론을 올린 다음 누워서 묵상을 하는데 툭 드는 생각이 <내가 왜 살지? 왜 죽지 않고 살지?>였습니다. 문득 드는 이런 생각에 당황이 되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하루를 더 살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분들에게는 이것이 얼마나 불경스...
    Date2017.03.02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1518
    Read More
  6. No Image 01Mar

    재의 수요일-자유롭게 배반하고 자유롭게 사랑하라고.

    “이제 너희는 마음을 다하여 나에게 돌아오너라.”   오늘 주님께서는 우리보고 당신께 돌아오라고 하십니다. 이 말씀이 은근히 찝찝합니다. 우리 올해 서로 사랑하자는 말이 참으로 좋은 말이지만 그래서 우리가 자주 이렇게 서로 같이 다짐해야 하지만 ...
    Date2017.03.01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1495
    Read More
  7. No Image 28Feb

    연중 8주 화요일-하느님께는 뇌물이 아니라 제물을 바쳐야

    제물과 뇌물 우리는 뇌물이 아니라 제물을 바쳐야.   오늘 강론의 주제를 저는 이렇게 잡았는데 그 이유는 오늘 집회서는 앞부분에서 제물을 바쳐야 됨을 얘기한 다음 뒷부분에서는 뇌물을 바치지 말라고 얘기하기 때문입니다.   “그분에게 뇌물을 바...
    Date2017.02.28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1390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755 756 757 758 759 760 761 762 763 764 ... 1305 Next ›
/ 130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