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은 제자들 가운데 열두 사도를 뽑으시고,
이제 사도들과 함께 복음 선포를 시작하시는 내용이지만
산 위에서 기도하시고, 사도들을 뽑고, 사도들도 거기로 부르신 다음
사도들과 산 위에서 내려와 평지에서 복음을 선포하시는 내용입니다.
그러니까 산 위의 행위와 산 아래 평지의 행위가 나뉘어 있는 것인데
저는 이것을 신화神化의 행위와 육화肉化의 행위로 나누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바꿔서 얘기하면
매우 세속적인 우리는 산 위로 올라가 주님처럼 기도함으로써 신화되고,
신화가 된 다음에는 더 이상 산 위에 머물지 말고
땅으로 내려와 사람들 가운데서 살아가야 합니다.
이것을 오늘 바오로 사도는 다른 언어로 표현하는데
바로 육의 할례와 그리스도의 할례와 세례가 그것입니다.
그런데 할례란 무엇입니까?
표피를 떼어내는 것이지요.
그리고 세례란 무엇입니까?
깨끗이 씻어내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무엇을 떼어내고 무엇을 씻어내는 것입니까?
한 마디로 그것은 죄를 씻어버리는 것이지만
죄를 씻어버리는 것을 조금 구체적으로 보면
옛날 말로 삼구三仇를 끊어버리는 것입니다.
삼구란 옛날 교리로 세 가지 원수를 말하는 것인데 세속, 육신, 마귀입니다.
먼저 세속을 끊어버려야 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속세를 떠나는 것이 아닙니다.
세속世俗과 속세俗世는 같은 두 글자, 세와 속으로 이루어졌고
두 글자를 뒤집어놓은 것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만
세속을 끊어버리는 것과 속세를 떠나는 것은
출가出家하다와 가출家出하다의 차이만큼 큰 차이가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가출하는 것과 속세를 떠나는 것은
부정적인 의미이고, 현실 도피적인 것인 데 비해
출가하는 것과 세속을 끊어버리는 것은
세상을 떠나지 않고 세상의 승리자가 되는 겁니다.
세상의 패배자로서 염세적이고 비관적으로 세상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세례로 하느님의 자녀가 됨으로써 세상의 승리자가 되는 것입니다.
육신을 끊어버리는 것은 우리가 잘 이해해야겠습니다.
옛날에는 육신을 도매금으로, 곧 그 자체로 죄악시하였지만
지금은 그렇게 이해해서는 안 되고 편하고 감각적인 만족을 구하는 육신,
하느님께로 가고, 하느님과 일치하는 것을 방해하는 육신을 말하는 거지요.
그래서 프란치스코도 권고에서 육신을 통하여 우리가 죄를 짓기는 하지만
우리는 육신을 다스릴 수 있기에 우리는
육신을 가지고 하느님께 함께 가는 존재들이 되어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세 번째로 우리는 마귀를 끊어버려야 합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요즘 세상에 마귀가 어디 있냐고 하는 분이 있을 텐데
그렇게 생각한다면 우리가 세례 갱신 때 하듯이
마귀의 허례허식을 끊어버리는 것으로 이해해도 좋을 것입니다.
또는 우리가 성 프란치스코의 가르침대로 기도와 헌신의 영으로
육의 영을 몰아내고 주님의 영을 모시는 것으로 이해해도 좋을 것입니다.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