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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11 09:14

신비의 산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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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의 산길 4

-수정란의 신비-

하느님의 신비는 그 무엇보다 우리 몸 안에 오묘하게 현존합니다.
인간의 육체 안에서 펼쳐지는 생명의 신비는 참으로 복잡 미묘한데 오늘은 수정 과정의 정교한 신비를 잠시 성찰해 보겠습니다.

인간의 수정은 생물학적으로 매우 정교한 연쇄 반응으로 이루어진다.
(1) 먼저, 한 번에 사정되는 정자들은 1억 내지 3억 마리라 하고 그 많은 정자 가운데 극히 일부가 난자에 도달하며, 마지막에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 단 1마리의 정자만이 난자와 수정하게 된다. 이 사실만으로도 대단히 놀라운 일이다.
*참고: 정자는 머리, 중심립, 꼬리로 구성되어 있다.
(2) 그런데 정자가 난자의 투명대에 접촉하는 순간, 자연적으로 정자 머리 앞부분의 첨체에서 효소가 방출되어 난자의 투명대를 뚫게 되고, 정자의 머리와 중심립 등이 난자 내부로 들어가는데, 정자의 편모, 즉 정자의 꼬리는 난자 안에서 기능을 잃고 점차 분해되며 제거된다. 그리고 이 때 난자 내부의 피질과립이 세포막 아래에서 내용물을 방출해서 투명대의 구조를 변화시키고 굳게 만들어, 다른 정자들이 더 이상 들어올 수 없도록 방지한다.
(3) 이와 같이 정자의 세포막과 난자의 세포막이 융합되고 정자의 머리와 중심립이 난자 안으로 들어오면, 난자 내부의 칼슘 농도가 급격히 증가하여 난자가 제2감수 분열을 완료하고 제2극체를 방출함으로써 난자가 완전한 여성 배우자가 된다. 이 난자가 수정을 승인하는 것이다.
(4) 정자의 DNA는 원래 프로타민이라는 특수 단백질에 의해 극도로 압축되어 있다. 그런데 정자 핵이 난자 안으로 들어오면 프로타민이 제거되고 DNA가 풀어지면서 정자 핵이 점점 커진다. 이것을 남성 전핵이 형성된다고 한다. 정자 핵이 해체되면서 남성 전핵으로 재구성되는 것이다.
(5) 난자 쪽에서도 감수분열 제2단계를 완료하며 여성 전핵을 형성한다.
이렇게 하여 난자 안에는 남성 전핵과 여성 전핵이 형성되면서 서로 떨어져 있게 된다.
(6) 이런 상황에서 정자의 머리와 꼬리 사이에 있던 중심립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중심립은 거의 대부분 정자로부터 들어오는데, 이 중심립이 미세소관들을 만들어 남성 전핵과 여성 전핵을 서로 가까이 끌어당긴다.
(7) 그리고 남성 전핵과 여성 전핵이 접근하여 나란히 배열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아직 핵막이 존재하여 완전히 하나가 된 것은 아니다.
(8) 이제 남성 전핵과 여성 전핵은 첫 번째 세포 분열을 준비하게 되는데, 이 때 각각의 핵막이 붕괴되고, 아버지의 염색체 23개와 어머니의 염색체 23개가 같은 방추체 위에 배열된다.
*참고: 염색체는 DNA와 단백질로 구성되며 가장 중요한 단백질은 히스톤이다. DNA는 히스톤을 여러번 감으며 뉴클레오솜이라는 구조를 형성한다.
(9) 이렇게 아버지 어머니의 염색체가 처음으로 46개의 염색체로 통합되며 접합자, 즉 수정란이 된다. 이 수정란은 아버지의 정자, 어머니의 난자로부터 비롯되었지만, 아버지 어머니와는 전적으로 구별되는 새로운 개체이다.
(10) 수정란은 곧 세포 분열을 시작한다.
(11) 정자가 난자 안으로 들어간 이후 약 8~12시간 사이에 남성 전핵과 여성 전핵이 형성되고, 약 18~24시간 사이에 두 전핵이 접근하며, 약 24~30시간 사이에 핵막이 붕괴되는데, 이 때 46개의 염색체를 가진 새로운 인간의 유전체가 형성되고, 약 30시간 전후로 첫 번째 세포 분열이 일어난다. 그리고 약 40~50시간 사이에 4개의 세포가 되며, 약 3일 정도 되면 8개의 세포가 된다.

정자와 난자 같은 미세한 물질 세계 내에서 이토록 정교하게 생명의 질서가 작용한다는 사실이 너무도 신비롭기만 합니다. 우리는 이를 저절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물리학이든, 생물학이든, 과학의 세계에 “저절로”란 법칙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생명의 질서에 따라 정교하게 펼쳐지는 것입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과학은 철저하게 인과법칙에 따라 전개됩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이 있습니다. 수많은 정자 난자가 생산되고, 수없이 많은 수정란이 탄생되는데, 단 하나도 동일한 수정란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같은 기관에서 정자 난자가 생성되는데, 어떻게 똑 같은 정자 난자가 한 개도 없을까요? 어떻게 계속해서 새로운 수정란이 무한히 새롭게 탄생할까요? 그 미세한 세계에서 어떻게 그렇게 무한한 다양성이 끝없이 펼쳐질까요? 이 신비 앞에서 우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고 경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신비의 세계는 우리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내 몸 안에서 펼쳐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몸 안에서 펼쳐지는 이 놀라운 생명의 신비는 결코 나의 것이 아니고, 또 내 것일 수도 없다고 확신합니다. 이 신비의 주인께서 나에게 놀라운 신비를 거저로, 무료로, 공짜로, 선물로 베풀어주신 것이지요.

우리 몸에서 펼쳐지는 이러한 생명의 신비를 바라보는 것도 그리스도교적 관상이 됩니다. 그것은 우리 몸 안에 현존하는 하느님의 신비를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 신비를 바라보며 하루하루 신비의 주인이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살아간다면, 삶이 그만큼 영적으로 윤택해지지 않을까요?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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