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 강림 대축일에
"성령을 받아라"(요한 20,22)
1
초등학교를 다니던 어린 시절
두 살 아래 동생과 무던히도 다투었지.
그 때마다 내 곁으로 다가와
나지막히 들려주시던 어머니의 말씀
"동생에게는 지는 것이 이기는 거야"
철이 없던 그 시절,
사랑 어린 어머니의 가르침이
거룩한 영, 사랑의 영으로
어린 내 영에 이미 강림했었구나
50여 년이 흐른 오늘도
마음속에 쟁쟁하게 울리는 어머니의 말씀
지금 이 순간
거룩한 사랑의 영으로 강림하는구나
2
하느님의 성령을 받으면
우리의 영에게 성령이 전달된다.
이는 하느님께서 당신의 성령을
당신 스스로 우리에게 양여해 주시는 것이다.
칼 라너는 인간에게 자기-양여된 성령을
은총이라 규정한다.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자기-양여와 인간 안에서의 성령의 거주하심은
“창조되지 않은 성령”에 해당된다.
그런데 하느님의 성령이 우리의 영에게 자기-양여되면
우리의 존재는 성령의 섭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형된다.
라너는 인간의 이러한 존재적 변형을
“창조된 은총”이라 규정한다.
“창조되지 않은 은총”과 “창조된 은총”의 관계는
“창조되지 않은 영”과 “창조된 영”의 관계와 동시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면 “창조되지 않은 영”과 “창조된 영”이 만나는 장소는 어디일까?
그 장소는 수 없이 나열될 수 있겠지만,
인류의 보편적인 장소는 지성과 감성과 의지 아닐까
그 가운데서도 쉽고 탁월한 장소는 감각의 작용,
즉 느낌(sensation)일 것이다.
무심코 스쳐 지나가는 느낌,
놓치지 않고 예의 주시하면
그 순간 성령 강림 사건이 내 안에서 일어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