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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과 기도 7 가난한 마음으로 드리는 기도

 

주님, 저를 가난하게 하소서. 아무것도 갖지 못한 사람이 아니라 아무것도 제 것이라 주장하지 않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사람을 소유하지 않고 사랑하게 하시며, 진리를 독점하지 않고 겸손히 섬기게 하시고, 저의 재능과 직분과 경험을 자랑의 도구가 아니라 공동선을 위한 선물로 내어놓게 하소서.

 

주님, 저를 비워 주소서. 판단으로 가득 찬 마음을 비우고, 옳음에 대한 집착을 비우며, 인정받으려는 갈망과 비교와 경쟁의 소음을 비워 주소서. 그 빈자리에 당신의 성령이 머무시고, 제가 만나는 사람들의 다름을 받아들일 넓은 공간을 만들어 주소서.

 

주님, 저의 팔을 벌려 주소서. 상처받을까 두려워 가슴 앞에 모아 둔 두 팔을 펼치게 하시고, 나와 다른 이를 품되 소유하지 않게 하시며, 가까이하되 그의 자유와 신비를 존중하게 하소서. 그리고 포옹이 끝났을 때 다시 팔을 펼쳐 그를 자유롭게 보내 줄 수 있는 사랑을 주소서.

 

주님, 십자가에 달리신 당신을 바라보게 하소서. 상처를 피하지 않고 부서진 인간성 안에 숨어 계신 당신을 보게 하시며, 가난하고 병들고 늙고 버림받은 이들의 얼굴에서 당신의 아름다움을 알아보게 하소서.

 

주님, 저의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소서. 약해지는 것을 실패라 여기지 않고, 도움을 받는 것을 수치라 생각하지 않으며, 할 수 없는 일이 많아질수록 당신께 더 깊이 의지하게 하소서. 누군가의 손에 저를 맡겨야 할 때 그 손을 통하여 저를 돌보시는 당신의 사랑을 알아보게 하소서.

 

주님, 제가 가난한 사랑을 살게 하소서. 상대를 변화시키려 서두르지 않고 기다리게 하시며,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신비로 남겨 두면서도 곁을 떠나지 않게 하소서. 해결할 수 없는 아픔 앞에서 말보다 현존을 내어주고, 아무런 보답도 받을 수 없는 이에게 먼저 손을 내밀게 하소서.

 

주님, 저를 모든 피조물의 형제가 되게 하소서. 한 방울의 물과 작은 풀 한 포기와 이름 없는 생명 안에서도 당신의 선성을 보고, 세상을 소유물이 아니라 가족으로 대하게 하소서. 그리고 주님, 마침내 제가 기도하는 사람이기보다 기도가 된 사람이 되게 하소서. 제 존재가 당신의 가난한 사랑을 드러내는 작은 성사가 되고, 제 삶의 빈자리마다 당신께서 태어나시며, 제가 만나는 모든 이에게 당신의 부드러운 사랑이 흘러가게 하소서. 그리하여 제 생의 마지막에 아무것도 제 것이라 붙들지 않고 빈손으로 당신 앞에 설 때, 그 빈손이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모든 것을 사랑으로 돌려드린 사람의 손이 되게 하소서.

 

그때 나는 비로소 알게 될 것입니다. 가난은 사랑을 잃는 일이 아니라 사랑밖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는 일이며, 하느님 사랑은 나를 부유하게 만드는 소유물이 아니라 나를 비우고 내어주어 마침내 모든 존재와 하나 되게 하는 영원한 생명이라는 것을. 그때 나는 당신을 바라볼 것이고, 당신은 나를 바라보실 것입니다. 그 서로의 바라봄 안에서 나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얻게 될 것이며, 아무것도 주장하지 않으면서 당신의 자녀가 되고, 가장 작은 사람이 되어 모든 피조물의 형제자매가 될 것입니다. 가난은 그렇게 내 안에 하느님께서 태어나시는 자리이고, 기도는 그렇게 태어나신 하느님께서 세상을 사랑하시는 나의 삶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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