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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7 17:24

저물어 가는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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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 가는 날에

 

날은 고요히 저물어 가고,

내 영혼도 조용히

그 시간을 따라갑니다.

 

하루를 마치는 저녁 해처럼,

내 삶도 조금씩 기울어가지만

그 기울어짐 속에서

영원을 향한 빛을 마주합니다.

 

들녘의 억새들은

하얀 머리 흔들며

저문 바람을 맞이하고,

내 지붕 위엔

밤새도록 피어난 흰 서리가

삶의 고백처럼 조용히 내려앉습니다.

 

젊음이 머물던 뜨거운 숨결은

어느덧 잦아들고,

이제 남아 있는 것은

고요한 감사와

침묵 속에 익어가는 마음뿐입니다.

 

나는 이제 서두르지 않아도 좋은

저녁의 사람.

높이 오르려 애쓰지 않아도

그 자체로 충만하고 아름다운

작음의 자리에 머뭅니다.

 

날이 저물어 세상이 어둠에 잠기니,

내 안에서도 빛과 그림자가 섞여 흐르지만

오히려 그 어둠 속에서

당신의 현존이 더 가까워짐을 깨닫습니다.

 

주여, 뼈마디는 쇠약해지고

눈빛마저 흐려져도

언제나 그러셨듯이

지금도 나와 함께 하소서.

 

저물어가는 이 시간에

나를 홀로 두지 마시고

당신의 조용한 숨결로

내 마음의 등불을 밝혀 주소서.

 

이제는 내가 삶의 중심이 되려 하지 않고,

다만 당신 곁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존재로 남고 싶습니다.

 

저물어감은 사라짐이 아니라

당신께 온전히 다가가는

길임을 깨닫게 하소서.

 

마지막 남은 햇살처럼

가장 은은한 선의 흔적을

누군가의 마음 위에

살며시 남기게 하소서.

 

날이 저물어 어두우니,

내 주여,

나와 함께 하소서.

주님이 아니시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몸이오니,

영원한 당신의 사랑받음 속에

언제나 깨어있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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