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첫눈 아래 남은 우리의 사랑 묵상시

 

첫눈이 내리는 아침,

세상은 잠시

하느님의 숨결 아래 눕는다.

들판은 소박한 제단이 되고,

나무들은 맨몸으로 서서

하늘의 선물을 그대로 받아낸다.

그 위에 우리의 사랑도 함께 내려앉는다.

 

가난하고, 작고, 숨죽이며 기다리던 사랑.

눈송이 하나하나가

하느님의 손길처럼 떨어져

우리의 틈새를 덮어주고,

상처 난 자리 위에도

하얀 평화를 조용히 놓아준다.

 

프란치스코가

돌바닥 위에서 들었던

그 단순한 기쁨처럼,

우리의 사랑도

소유가 아니고

주장이 아니라

그저 내어놓음에서 시작되었다.

 

첫눈 아래의 평화는

요란하지 않다.

세상을 바꾸려 하지도 않는다.

그저 관계를 밝히는

작은 빛 하나가 되어

서로의 마음을

따뜻하게 비출 뿐이다.

 

우리는 종종

큰 길을 찾다가 지치지만,

사랑은 언제나

작은 길에서 피어난다.

발자국 하나 겨우 남길

그 좁은 길에서

하느님은 가장 선명하게

당신의 얼굴을 보여주신다.

 

첫눈 아래 남은 우리의 사랑은

그 작은 길을 잊지 않게 한다.

기억 속에 묻어둔 고요한 감사,

기도처럼 속삭이던 서로의 이름,

말보다 깊었던 침묵

그 모든 것이 눈처럼 내려와

우리 안에 평화를 심는다.

 

세상은 여전히 차고 거칠지만

하느님께서는 가장 약한 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을 피워내신다.

그러므로 첫눈 아래 남은 우리의 사랑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안에서

더 깊어지고,

더 순해지고,

더 투명해진다.

 

오늘도 나는

그 하얀 속살의 평화 위에

가만히 서서

감사와 침묵의 숨을 내쉰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프란치스코의 작은 길은

언제나 그곳에서 다시 시작되기 때문이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첫눈 아래 남은 우리의 사랑 – 묵상시 첫눈 아래 남은 우리의 사랑 – 묵상시   첫눈이 내리는 아침, 세상은 잠시 하느님의 숨결 아래 눕는다. 들판은 소박한 제단이 되고, 나무들은 맨몸으로 서서 하... new 이마르첼리노M 2025.12.06 1
1685 작은 빛이 여는 하느님 나라 작은 빛이 여는 하느님 나라   대림절은 겨울 들녘 한가운데 놓인 작은 촛불 하나와 같습니다. 찬 바람은 그 불씨를 쓰러뜨릴 듯 흔들지만 그 작은 빛은 자신을 ... 이마르첼리노M 2025.12.04 33
1684 사랑하는 이에게 보내는 가을 편지 사랑하는 이에게 보내는 가을 편지   깊어가는 가을날 나는 내 인생의 오후에 그리움이 흐르는 유역에 살고있는 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 나이가 들수록 문득문... 이마르첼리노M 2025.11.28 67
1683 늦가을의 묵상 늦가을의 묵상   빛과 침묵이 만나는 시간, 늦가을의 오후, 슬프도록 아름답고, 시리도록 눈부신 계절입니다. 늦가을의 오후 햇살이 비스듬히 내려앉을 때면, 나... 1 이마르첼리노M 2025.11.28 73
1682 저물어 가는 날에 저물어 가는 날에   날은 고요히 저물어 가고, 내 영혼도 조용히 그 시간을 따라갑니다.   하루를 마치는 저녁 해처럼, 내 삶도 조금씩 기울어가지만 그 기울어짐... 이마르첼리노M 2025.11.27 42
1681 흐름이 빚어내는 생명의 미학 흐름이 빚어내는 생명의 미학   숨을 쉬는 생명들, 흐름이 지나가는 자리마다 체온과 맥박이 살아나고 잠자던 세포들이 꿈틀거립니다.   어둠이 가만히 웅크린 ... 이마르첼리노M 2025.11.24 47
1680 위로부터 오는 만족과 나눔의 기쁨 위로부터 오는 만족과 나눔의 기쁨   오늘 우리는 신앙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인 위로부터 오는 만족, 그리고 그 만족을 나누며 누리는 더 큰 기... 이마르첼리노M 2025.11.17 58
1679 빈 들에서 빈 들에서   쌀쌀한 바람이 빈들 위를 스치고 지나간다. 사람의 발길이 드문 이 넓은 자리에서 억새들은 하늘을 향해 조용히 기도하듯 흔들리고, 가을은 소리 없... 이마르첼리노M 2025.11.16 51
1678 은총, 거저 주어진 선물 은총, 거저 주어진 선물     우리는 종종 업적과 공로에 근거하지 않은 은총, 곧 우리의 내면을 무장 해제시키는 은혜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합니다. 그러나 진정... 이마르첼리노M 2025.11.14 51
1677 성프란치스코의 성지를 찾아 떠나는 순례 5 9. 성지순례를 마치는 날 리에티의 아침 여명은 저마다의 고유한 색을 드러내며 하루의 문을 엽니다.   호텔 앞 우산소나무 네 그루가 흐린 하늘 아래 고요히 서... 이마르첼리노M 2025.11.11 48
1676 성프란치스코의 성지를 찾아 떠나는 순례 4 8. 아시시를 떠나며 아시시를 떠날 시간이 다가왔다. 다시 오기 쉽지 않을 거룩한 땅이라는 생각이 마음을 조용히 흔든다.   이곳에서 보냈던 날들은 하나하나가... 이마르첼리노M 2025.11.11 37
1675 성프란치스코의 성지를 찾아 떠나는 순례 3 7. 아시시의 고요한 밤 달빛 서린 아시시 고요한 밤. 대성당은 흰빛으로 빛나고, 불빛은 땅으로 내리는 기도처럼 번진다.   일찍 잠들려 애썼으나 컵라면 한 그... 이마르첼리노M 2025.11.11 38
1674 성프란치스코의 성지를 찾아 떠나는 순례 2   4. 본조 르노 한국에서 날아온 이쁜 영혼들! 새날은 이미 고스란히 우리에게 선물로 주셨으니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으랴   오늘 우리 마음의 밭에 뿌려질 말... 이마르첼리노M 2025.11.11 39
1673 성프란치스코의 성지를 찾아 떠나는 순례 1 성프란치스코의 성지를 찾아 떠나는 순례   순례를 떠나며 어젯밤 자다 깨다 새벽을 맞았다. 설례는 마음과 순례에 따라올 여러 그림들을 주님께 내어 맡기고 길... 이마르첼리노M 2025.11.11 39
1672 구원으로 나아가게 하는 인간의 죄와 실수 구원으로 나아가게 하는 인간의 죄와 실수   자비와 선으로 우리를 돌보아 주시는 아버지의 은총 안에서 죄와 실수는 구원이라는 경험적 실제를 깨닫게 하는 정... 이마르첼리노M 2025.10.31 109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 113 Next ›
/ 113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