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아시시의 고요한 밤
달빛 서린 아시시
고요한 밤.
대성당은 흰빛으로 빛나고,
불빛은 땅으로 내리는 기도처럼 번진다.
일찍 잠들려 애썼으나
컵라면 한 그릇에 속을 달라고,
시차에 뒤엉킨 몸은
잠시 눈 붙였다 다시 떠도
밤 열한 시.
자비의 품에
하루를 맡긴 순례.
발길마다
성 프란치스코와 성녀 클라라,
오늘도 우리와 함께하셨다.
가짜 나와 진짜 나의
내면의 격렬한 싸움.
믿음의 기초를 다시 다지고
새롭게 태어나려는
간절한 갈망에
생명의 물을 대시는 분께서
오늘도 길 위에서 동행하셨다.
선택하고,
결단하고,
책임을 감당하려는
불꽃처럼 결의에 찬 얼굴들.
나는 내 몫을,
주님은 당신 몫을.
집을 떠나온 모두는
저마다의 짐을 지고 있었다.
복음의 가치와
세속의 가치가 충돌하고,
사랑하고 용서하라는 말씀과
자만심의 뿌리가 맞부딪힌다.
내적 전쟁에 늘 패배했던 우리들
오늘은 위로부터 힘을 받아
마음을 새로운 격전지로 삼았다.
가짜들이 안주하는 천국에서
진짜들이 겪어내는 지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