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에서 고통을 받는 부자가 아브라함에게 청합니다.
라자로를 아버지 집으로 보내어
형제들에게 경고해 달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아브라함은 그 청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부자의 청은 자기 형제들을 향한 사랑에서 나온 것인데
아브라함은 그 사랑을 무시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의 말을 보면
무시라기보다는 존중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이끄시기 위해
세상에 모세와 예언자들을 보내셨습니다.
그들은 하느님의 뜻을 전했는데
사람들은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마치 부자가 말하는 것처럼
죽은 이들 가운데 누가 부활해서
사람들에게 말해야 듣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아브라함이 말하는 것처럼
하느님께서 보내신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은 사람은
부활한 사람이 말해도
더 나아가 하느님께서 직접 오셔서 말씀하셔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오늘 복음이 이야기하는 죄는
완고한 마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복음의 시작에서
부자가 계명을 어겼거나 나쁜 행동을 한 것을
우리는 볼 수 없습니다.
부자가 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가난한 라자로에게 나누지 않은 것입니다.
그런데 부자가 가진 것을 나누지 않은 것은
단순히 인간적인 관점에서만 머물지 않고
부자가 하느님을 받아들이지 않은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느님을 믿지 않기에
그 누구도 무섭지 않고
내 마음대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모세와 예언자들의 말은
하느님의 말씀이 아니라
한갓 인간의 말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거부합니다.
누가 부활해서 살아오면 듣겠다는 생각은
부활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부활이 불가능한 것처럼 나도 듣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그러한 거부가
그러한 완고함이
좋지 않은 결과를 가지고 온다는 것입니다.
내가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살아가는 것의 끝이
좋지만은 않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의지를 존중하시기에
스스로 당신께 오기를 원하십니다.
나의 부족함을 통해서 하느님을 바라보고
하느님께 나아갈 수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