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이 한 해의 시작을 맞이하여 생명을 주신 하느님께
한편 감사하며 다른 한편 한해를 잘 보살펴주십사 비는 명절이라면
한가위 명절은 한 해의 수확을 마친 뒤 수확을 주신 하느님께 한편 감사하며
다른 한편으론 그 수확의 기쁨을 같이 나누는 명절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므로 한가위 명절을 기쁘게 지내려면
먼저 제일 중요한 수확이 있어야겠지요.
수확이 하나도 없는 것을 상상해보면 알 수 있지요.
명절에 기뻐할 수 있는지.
기뻐하기 전에 명절을 지낼 수나 있는지.
마치 태풍이 모든 것을 싹 쓸고 간 들판을 보듯 망연자실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수확이 없는 것이 하느님 때문이면 감사는커녕 원망이 하느님께 있고,
나의 잘못이나 게으름 때문이면 후회하고 자책이나 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또 생각해봅시다.
수확이 풍성한데 같이 나눌 누가 없는 것을.
수확을 같이 나눌 누가 없고 수확의 기쁨을 같이 나눌 누가 없음을.
그러므로 구두쇠 노랑이는 한가위 명절이 전혀 명절이 아닐 것이고,
감사드릴 하느님도 없고 기쁨을 같이 나눌 이웃도 없으니
복음의 부자처럼 혼자서 수확량 계산이나 하고 창고나 세우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한가위 명절에 한 해 수확만 기뻐하고 나누는 것이 아닙니다.
한 해의 수확을 돌아보며 전 인생의 수확도 돌아보고 또한 내다보게 되는 것이며,
곡물의 수확만 보지 않고 생명과 행복 면에서는 어땠는지 또 어떨지 보게 됩니다.
먼저 한 해 수확을 보면서 인생 전체를 돌아보고 내다보는 것에 대해 보겠습니다.
한 해의 수확만 보면서 인생 전체를 돌아보고 내다보지 않는 것은
한 해의 삶만 보고 인생 전체를 보지 않는 인생 경영의 실패,
인생 농사의 실패 바로 그것일 것입니다.
특히 나이를 웬만큼 먹었다면 이제는 한 해의 농사와 수확만 보지 말고
지금까지의 수확을 돌아보며 앞으로 어떤 수확을 어떻게 거둘지 내다봐야 합니다.
사실 나이 먹어 우리 인생을 생각하고 일생을 생각할 때
이제는 수확량 곧 얼마나 수확했는지 그것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뭘 수확했고 뭘 수확해야 하는지 그것을 보는 것이 더 중요할 것입니다.
곡물 농사보다 행복 농사를 잘 지었는지,
다시 말해서 곡물 농사보다 사랑 농사를 잘 지었는지,
곡물 농사는 잘 지었는데 과로하여 건강을 잃지는 않았는지
육신 건강은 잃지 않았지만 정신 건강과 영혼 건강을 잃지는 않았는지,
이번 한가위 명절에는 이런 것들을 잘 돌아봄으로써 사랑과 행복 농사,
곧 인생 농사를 망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