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를 베풀어 달라는 나병 환자들의 말에
예수님께서는 사제들에게 몸을 보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나병 환자는 공동체에서 분리되었는데
나병이 다 낫고 나서 공동체로 돌아오기 위해서
사제들의 판단이 필요했습니다.
즉 예수님께서 사제들에게 몸을 보이라는 말씀은
사제들에게 치유를 받으라는 것이 아니라
치유되었다는 확인을 받으라는 것입니다.
치유는 사실 그들이 가는 동안에 이루어졌습니다.
병이 나은 것을 보고
그들 가운데 한 명은 예수님께 돌아옵니다.
그에게 예수님께서는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구원이라는 말을 이 사람만 들은 것으로 보아
치유가 곧 구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나병의 치유는
공동체로의 회복을 뜻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나병을 치유하시면서 주시고자 한 구원은
하느님과의 관계 회복으로 보입니다.
예수님 당시에 사람들은
병을 하느님의 벌로 생각했기에
병자들은 하느님 가까이 갈 수 없었습니다.
이제 그는 병이 나았고
그래서 다시 하느님께 나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려는 구원은
결국 하느님과 함께함입니다.
구원을 받아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도
하느님과 함께 사는 것을 가리킵니다.
그 관점에서 볼 때
우리가 이미 이 세상에서 하느님과 함께 살아간다면
우리는 이미 구원받은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는 병으로 고통받고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 힘들어 합니다.
이러한 고통들 때문에 지금의 삶은
구원과 거리가 먼 삶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어려움을 나 스스로 해결하기보다는
그 고통을 안고 하느님께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고통은
우리가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을 막는 장애물이 아니라
오히려 하느님께 나아가도록 이끄는 초대장이 될 것입니다.
그 어려움에 함께해 주시는 하느님을 만날 수 있을 때
그 안에서 우리는 위로를 받고
그 안에서 기쁨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