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인생무상이라고 하듯 권력도 무상합니다.
이것을 아는 것이 오늘 지혜서가 말하는 지혜입니다.
그런데 권력이 있을 때는 권력이 항상 있으리라고 착각합니다.
왜 그렇게 되는 것입니까?
그것은 권력에 취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술을 좋아하는 것은 술에 취하게 되면 그때만은
세상이 다 내 것 같고 안 되는 일 없이 다 될 것 같듯
권력에 취해도 이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이것을 저는 ‘착각적 만족’이라고 명명하겠습니다.
권력에 취하면 이 착각적 만족으로 행복해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무상하지 않고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요즘 새 정권이 그러지 않는지 염려합니다.
지난 정권이 그러다 망한 것을 보고도 권력에 취해가는 조짐이 보입니다.
왜 그럴까요?
힘의 속성과 권력의 속성 때문입니다.
힘이 없으면 자기 뜻대로 할 수 없는데
힘이 있으면 자기 뜻대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힘이 있는데도 자기 뜻대로 하지 않기가 쉽지 않습니다.
가난과 겸손이 없으면 자기 뜻대로 하지 않기가 쉽지 않습니다.
가난과 겸손이란 돈 또는 재력이 자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힘과 권력이 자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기도 하고
어쩌면 힘과 권력이 자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가난이고 겸손입니다.
그런데 돈을 가지고 있으면서 내 것이 아니라고 하기 쉽지 않듯이
힘과 권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내 것이 아니라고 하기 쉽지 않지요.
하느님 앞에서의 가난과 겸손이 아니라면 그렇습니다.
“사실 인간은 하느님 앞에 있는 그대로이지 그 이상이 아닙니다.” 하고
프란치스코가 얘기하듯 진정한 겸손이란 하느님 앞에 있는 겸손입니다.
한번 생각해봅시다.
하느님 앞에 있을 때 겸손하기가 쉽지
사람들 앞에 있을 때 겸손하기가 쉽습니까?
나보다 힘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앞에서 겸손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하느님 앞에서 겸손해야 할 것이며,
그런 뜻에서 지혜서는 오늘 권력자들에게 이렇게 경고를 날립니다.
“너희의 권력은 주님께서 주셨고 통치권은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 주셨다.
그분께서 너희가 하는 일들을 점검하시고 너희의 계획들을 검열하신다.”
평범한 우리는 이런 권력자의 착각적 만족은 없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인생무상이란 것을 생각지 않는다면 마찬가지입니다.
인생무상입니다.
주먹 속의 모래처럼 힘이 점점 빠져나갈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주셨던 건강도 하느님께서 도로 가져가실 겁니다.
이것을 머리로 알뿐 아니라 마음으로 받아들이면서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노년의 지혜요 신앙인의 지혜가 아닐까 생각하는 오늘 우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