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물으십니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베드로는 예수님의 질문에 대답하지만
그 대답이 조금은 장황하게 느껴집니다.
'예, 주님! 제가 주님을 사랑합니다.'라고
대답하면 될 것 같은데
그의 대답은 좀 더 길게 나옵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의 사랑을 알고 계신다는 표현으로
주님께 대한 베드로의 사랑이 변함없는 사실임을
베드로는 가리킵니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그 대답이 자신 없어 보입니다.
스승님을 모른다고 세 번이나 말했기에
세 번의 사랑 고백이 필요했다고 사람들은 해석합니다.
어떻게 보면 세 번의 잘못을 기워갚기 위한
세 번의 기회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보면
스승님을 모른다고 말한 베드로도 베드로이고
스승님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베드로도 베드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스승님을 사랑하지 않아서
스승님을 모른다고 말한 것은 아닙니다.
스승님을 팔아넘긴 유다도
스승님에 대한 사랑이 전혀 없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두 가지 모습이 다 베드로이고
두 가지 모습을 다 베드로는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여기에서 베드로는
스승님을 모른다고 말한 자신의 모습에
사로잡혀 있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 행동이 잘못이라고 생각하면서 뉘우치지만
스스로도 스승님에 대한 사랑을 가지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 상황에서 예수님의 질문은
베드로가 자신을 보게 만듭니다.
처음부터 자신 안에 있었던 스승님에 대한 사랑
비록 배반의 상황에서는 고백하지 못했지만
그 사랑이 있음을 확인합니다.
이제 베드로는 다시 선택합니다.
스승님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지 못할 수 있는 상황이
다시 올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지금의 베드로는
그 사랑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그 고백에 예수님의 부르시는 말씀이 이어집니다.
'나를 따라라.'
우리 안에 하느님에 대한 사랑이 있지만
그 사랑은 완전하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그것을 항상 고백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실수하고 넘어지기도 합니다.
실수에도 매 순간 새롭게 고백할 수 있도록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초대해 주십니다.
그 초대에 용기있게 응답하며
사랑을 고백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