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20.11.25 02:37

부재의 신비

조회 수 583 추천 수 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부재의 신비

 

내가 그분을 붙잡았다고 느끼면

그분은 더 멀어지고

 

내면의 소란을 잠재우려고 하면

소리로 가득 찬 나를 본다.

 

내가 앞으로 나아가면

그분은 물러나신다.

 

하느님의 부재를 경험하는 것은

고난을 받는 것처럼 느껴진다.

우울하고 쓸모없는 사람처럼 공허하고 외롭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욥처럼 탄식한다.

신비를 과학적으로 인증하려는 이들은

알 수 없는 하느님의 신비에 넌더리를 내고 하느님을 떠난다.

 

고요함에 젖어 들기 위해 하느님 앞에 있으면

맨 먼저 만나는 얼굴은 내면의 온갖 잡음들이다.

하느님께서 나의 인격을 성장시키는 방법은

실패할 자유를 허용하시는 일이었다.

허용은 방치가 아니라 선하신 마음에서 나오는 자비와 사랑이었다.

하느님은 내가 수치나 자기혐오의 유혹을 받을 때

방관자가 아니라 내 편에서 나와 함께 하셨다.

나를 하느님으로부터 갈라놓는 것은

내가 하느님으로부터 분리되어 있다는 나의 생각일 뿐이었다.

 

그분께서는 나를 한시도 떠나계시지 않으셨다.

그분께서는 나의 유익함과 동떨어진 채로 놓아두지 않으시고

행동하지 않으시는 것처럼 보이는 당신의 부재로

하느님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셨다.

 

내가 뒤늦게 알아차린 사실은

하느님의 물러나심은

당신 자신의 깊은 속으로 들어오라는 손짓이었다.

그분께서 물러나신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더 깊은 신뢰와 친밀감으로 초대하시는 아버지의 자애로운 마음이었다.

 

하느님을 떠난 사람은 있어도

사람을 떠난 하느님은 계시지 않는다.

 

실재하는 연인은 실재하는 하느님이셨다.

고요함 속에서 배우는 부재의 신비는

더 큰 만남으로 사랑을 키운다.

 

부재를 통제하려는 인간의 몸짓은

영원한 부재를 남길 뿐이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83 꽃들의 추위를 神의 제단에 꽃들의 추위를 神의 제단에   수술하러 떠나기 전날 갑자기 추워진 날씨처럼 통증도 변덕스럽다.   복사꽃 위에 쌓인 눈 배꽃 위에 쌓인 눈 꽃들은 얼마나 시릴... 이마르첼리노M 2025.04.15 77
1582 스물 첫째 날: 스스로에게 하는 말 스물 첫째 날: 스스로에게 하는 말 하루 중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 중이나 일어난 후, 당신의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독백에 대해 더 잘 살펴보시오. 당신 스스로... 김상욱요셉 2025.04.14 61
1581 인식의 상반된 얼굴 인식의 상반된 얼굴   위가 어딘지 알려면 아래로 내려가야 합니다. 빛을 알려면 어둠을 경험해야 합니다. 하늘을 알려면 땅을 알아야 하고 영광을 알기까지 고... 이마르첼리노M 2025.04.10 126
1580 하느님 안에서 누리는 자유를 향해 길을 내다. 하느님 안에서 누리는 자유를 향해 길을 내다.   “너희가 내 말을 마음에 새기고 산다면, 나의 제자가 되어 진리를 알게 되고 진리가 너희에게 자유를 주리라.” ... 이마르첼리노M 2025.04.09 204
1579 하느님으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믿음에서 나오는 선 하느님으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믿음에서 나오는 선   하느님으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믿음에서 나오는 선은 친절과 협력으로 조화와 균형을 만들어냅니다. 개... 이마르첼리노M 2025.04.07 105
1578 善의 속성과 얼굴 善의 속성과 얼굴   우리는 종종 선(善)을 추상적으로만 이해하려 합니다. 선의 속성과 얼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용서를 구하는 선, 용서하는 선, 기다... 이마르첼리노M 2025.04.02 202
1577 스무째 날: 생명의 한계 스무째 날: 생명의 한계 사람들 대부분은 우리 삶에서 진정한 한계는 우리가 죽음에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생명의 길이는 단순히 당신이 삶의 진가를 살고 있음... 김상욱요셉 2025.04.01 146
1576 꽃샘추위 그리고 마음의 겨울 꽃샘추위, 그리고 마음의 겨울   봄은 언제나 기대와 설렘으로 다가온다. 얼었던 대지를 녹이고 꽃봉오리가 부풀어 오르며 따스한 바람이 마음을 간지럽힌다. 그... 이마르첼리노M 2025.03.30 187
1575 삼위일체 하느님의 선에 참여하게 하는 앎 삼위일체 하느님의 선에 참여하게 하는 앎   외로움의 포로가 된 이들의 대부분은 자기를 지나치게 자아와 일치시켜 홀로 떨어진 존재라는 인식에서 나오는 독립... 이마르첼리노M 2025.03.19 186
1574 영원한 생명에 이르게 하는 생명의 빵 영원한 생명에 이르게 하는 생명의 빵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다.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요한 6,5) 예수께서 당신 자신을 생명의 빵으로 주... 이마르첼리노M 2025.03.17 185
1573 봄비 오는 날 봄비 오는 날   봄비 머금은 매화 꽃망울 눈물처럼 맺힌 생의 기쁨   수선화의 목을 뽑아 올리는 손 부드러운 바람으로 생명을 불어넣네   산수유의 노랑 저고리... 이마르첼리노M 2025.03.15 171
1572 기도할 때 먼저 청해야 하는 것 기도할 때 먼저 청해야 하는 것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또 무엇을 입을까? 하고 걱정하지 말아라 이런 것들은 모두 이방인들이 찾는 것이다. 하늘에 ... 이마르첼리노M 2025.03.13 260
1571 봄의 교향곡 봄의 교향곡   매화꽃 수선화 산수유의 손끝에서 민들레와 진달래의 숨결 사이로 꽃들이 악보를 펼친다.   물오른 벚나무 가지마다 만삭이 된 꽃망울은 봄의 설... 이마르첼리노M 2025.03.11 208
1570 예수의 세가지 유혹 1. 상층심리학(Height Paychology)의 연구 ( C. 레슬리 예수와 로고테라피 ) 예수의 세가지 유혹 ; 루카 4,1 - 13   예수께서 받으신 유혹의 장면들은 인간의 영... 이마르첼리노M 2025.03.10 201
1569 사순절에 내가 나에게 하는 질문과 대답 사순절에 내가 나에게 하는 질문과 대답   흙으로 빚어진 인간, 숨을 받아 숨을 쉬게 된 나, 나에게 부여된 몫은 무엇인가? 숨 쉬는 모든 피조물을 돌보시는 하... 이마르첼리노M 2025.03.06 193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 108 Next ›
/ 108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