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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30 23:50

작은 자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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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자의 노래

 

성 프란치스코에게 배우는 복음의 깊이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가십니다. 높은 산봉우리에는 눈이 오래 머물지만, 생명은 언제나 골짜기로 흘러드는 물에서 시작됩니다. 그래서 복음은 오르는 길을 말하지 않고 내려가는 길을 말하며, 성 프란치스코는 그 길을 '작음'이라 불렀습니다. 그것은 세상이 말하는 초라함도 아니고 패배도 아니며, 스스로를 지우는 병적인 자기 부정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중심에서 물러나 하느님이 중심이 되시도록 자리를 내어드리는 가장 거룩한 비움이며, 모든 존재가 자기 자리를 찾아가도록 조용히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우주의 질서이고, 사랑이 가장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강의 경사와도 같은 생명의 법칙입니다.

 

작은 사람은 자신을 낮추려 애쓰지 않습니다. 그는 이미 자신보다 더 크신 분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태양 앞에서 촛불이 스스로를 낮출 이유가 없듯이, 무한하신 사랑을 만난 사람은 더 이상 자신을 크게 만들려 애쓰지 않습니다. 그는 다른 사람의 재능을 보며 자신의 부족함을 계산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성공을 보며 자신의 실패를 떠올리지 않으며, 형제의 아름다움 안에서 하느님의 또 다른 얼굴을 발견하고 오래도록 기뻐합니다. 그의 기쁨은 비교에서 태어나지 않고 찬미에서 태어납니다. 남이 높아질수록 하느님의 아름다움이 세상 안에서 더 많이 피어난다고 믿기에, 그는 마지막 자리를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마지막 자리는 하느님께서 가장 먼저 찾아오시는 자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자기 이름을 남기려고 돌 위에 글자를 새기지만, 작은 사람은 자기 이름을 지우면서 살아갑니다. 자기 이름이 희미해질수록 하느님의 이름이 더욱 선명해지고, 자기 목소리가 잦아들수록 말씀은 더욱 깊이 울리며, 자기 그림자가 짧아질수록 빛은 더 멀리 퍼져 나간다는 것을 그는 압니다. 그래서 그는 선을 행하면서도 선을 붙들지 않고, 사랑을 베풀면서도 사랑을 계산하지 않으며, 눈물을 닦아 주면서도 자신이 위로하였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무가 제 열매를 먹지 않듯이, 꽃이 제 향기를 맡지 않듯이, 강이 제 목마름을 먼저 채우지 않듯이, 그는 자기 안에 맺힌 선의 열매를 결코 자기 것으로 따먹지 않습니다. 선하신 분은 오직 한 분뿐이라는 말씀이 그의 피를 흐르고, 자신은 다만 그 선하심이 잠시 지나가는 작은 도구였음을 감사할 뿐입니다. 그래서 나를 도구 삼아 이루신 선의 흔적을 말없이, 그리고 깔끔하게 지웁니다.

 

그는 가난합니다. 그러나 그 가난은 잃어버림의 가난이 아니라 비워 둠의 가난입니다. 그의 손이 비어 있는 것은 아무것도 갖지 못해서가 아니라 모든 것을 흘려보내기 위해서이며, 그의 마음이 가벼운 것은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사랑이 머물지 않고 계속 흐르기 때문입니다. 그는 하늘에서 내리는 햇빛이 누구의 지붕도 선택하지 않음을 알고, 비가 누구의 밭만 적시지 않음을 알며, 하느님의 은총 또한 누구의 공로를 계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압니다. 그래서 그는 거저 받은 생명을 거저 나누고, 거저 받은 용서를 거저 흘려보내며, 거저 받은 사랑을 거저 세상에 돌려줍니다. 그의 삶은 소유의 논리가 아니라 순환의 논리이며, 축적의 논리가 아니라 선물의 논리입니다.

 

작은 사람은 쉽게 분노하지 않습니다. 분노는 대개 자기가 옳다는 확신에서 피어나지만, 그는 자기 안에도 아직 어둠이 남아 있음을 압니다. 자신의 상처를 아는 사람은 남의 상처를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고, 자신의 눈물을 기억하는 사람은 남의 눈물을 재판하지 않습니다. 그는 사람을 이해하려고 오래 머물고, 설명하기보다 귀 기울이며, 말하기보다 침묵하고, 심판하기보다 기다릴 줄 압니다. 기다림은 사랑의 가장 깊은 언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바다는 모든 강을 거절하지 않듯이, 하느님의 자비 또한 누구를 밀어내지 않음을 그는 배웠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기 옳음을 잃어도 형제를 잃지 않기를 바라며, 진실을 말하면서도 사랑을 잃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세상은 칭찬을 양식으로 삼아 살아가지만 작음을 살아가는 사람은 하느님의 시선으로 살아갑니다. 칭찬은 바람처럼 지나가고 비난은 계절처럼 바뀌지만, 하느님의 사랑은 산맥보다 오래 머문다는 것을 그는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입술이 오늘은 찬양하고 내일은 돌을 던져도 그의 평화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는 평판이라는 거울보다 하느님의 눈동자를 더 오래 바라본 사람입니다. 그 눈동자 안에서는 성공도 실패도, 영광도 치욕도, 모두 사랑 안에서 다시 이름을 얻습니다.

 

그는 죄를 가볍게 여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죄보다 자비를 더 크게 믿습니다. 자신의 죄를 바라볼 때마다 그는 절망으로 무너지지 않고 더욱 깊이 하느님의 품으로 달려갑니다. 넘어질 때마다 자신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를 배우고, 용서받을 때마다 하느님의 사랑이 얼마나 끝이 없는지를 배웁니다. 그래서 그의 회개는 두려움에서 시작되지 않고 사랑에서 시작됩니다. 죄는 그를 하느님에게서 떼어 놓지 못하고, 오히려 더욱 가까이 데려갑니다. 마치 길 잃은 양이 목자의 품을 더 깊이 기억하듯이, 그는 자신의 약함 안에서 하느님의 선하심을 찬미합니다.

 

거룩한 덕은 높은 산을 오르는 일이 아니라 깊은 우물을 파는 일임을 그는 압니다. 사람들은 자신을 완성하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비워 갑니다. 사람들은 더 많이 가지려 하지만 그는 더 많이 내어줍니다. 사람들은 하느님을 위하여 큰일을 하려고 하지만 그는 하느님께서 자기 안에서 자유롭게 일하시도록 자기 자신을 조용히 내어드립니다. 덕은 인간이 하느님께 가까이 올라가는 사다리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인간 안으로 끝없이 내려오실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여는 일이라는 것을 그는 삶으로 배웠습니다. 그래서 그는 사람을 볼 때 언제나 마지막 모습을 먼저 보지 않습니다. 죄인의 죄보다 먼저 그의 눈물을 보고, 병든 육신보다 먼저 그의 존엄을 보며, 가난보다 먼저 그의 하느님 닮음을 봅니다. 그는 아무리 상처 입은 얼굴이라도 창조 첫날 하느님께서 "참 좋다."고 말씀하셨던 그 빛이 아직 꺼지지 않았음을 믿습니다.

 

사람은 무너질 수 있어도 하느님의 사랑은 무너지지 않으며, 인간의 죄는 깊어질 수 있어도 자비는 언제나 그보다 깊다는 사실을 그는 나환자의 상처를 입맞춤하던 그날 이미 배웠습니다. 마침내 작은 사람은 자기 안의 실존적 공허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 공허는 하느님이 들어오실 빈자리이며, 침묵은 말씀이 태어나는 자궁이고, 가난은 은총이 머무는 집이며, 눈물은 사랑이 흐르는 샘이라는 것을 그는 압니다. 그래서 그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임을 슬퍼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무것도 아니기에 모든 것을 품으시는 하느님으로 충만해집니다. 세상은 끝없이 자신을 채우려 하지만 그는 끝없이 자신을 비웁니다. 세상은 끝없이 자신을 증명하려 하지만 그는 끝없이 하느님을 드러냅니다. 세상은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밀어내지만 그는 함께 살기 위해 기꺼이 뒤로 물러섭니다.

 

어느 날 그의 삶은 한 편의 설교가 아니라 한 송이 들꽃이 되고, 한 권의 책이 아니라 한 줄기 바람이 되며, 커다란 기념비가 아니라 길가에 이름 없이 떨어진 한 알의 밀알이 됩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아무도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 않는 그 자리에서, 하느님께서는 가장 조용한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영원 속에 불러 주십니다. 그것이 성 프란치스코가 평생 노래했던 '작은 형제'의 신비이며, 십자가 아래에서만 피어나는 하느님 나라의 가장 깊은 꽃이고, 스스로 작아질수록 만물을 품게 되는 사랑의 역설이고, 끝내 자신을 모두 내어준 한 사람 안에서 세상을 다시 창조하시는 하느님의 가장 아름다운 시()입니다. 나는 오늘도 그분의 시() 속에서 작음을 노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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