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3805 추천 수 0 댓글 1
매일미사 말씀 보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No Attached Image

“몇몇 사람이 성전을 두고, 그것이 아름다운 돌과 자원 예물로 꾸며졌다고

이야기하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너희가 보고 있는 저것들이,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고 다 허물어질 때가 올 것이다.’”

 

어제는 멀리 병문안을 다녀왔습니다.

두 분 다 오래 인생길을 달려온 분들이고 죽음이 가까운 분들입니다.

 

가고 올 때 가끔 흥얼거리는 유행가가 제 입에서 계속 맴돌았습니다.

<봄날은 간다.>입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 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 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두 분 다 건강하실 때, 아니, 젊었을 때 그 크셨던 풍채가

이제는 쪼그라들어 어린 아이만하고 오그라들어 복중의 태아 같았습니다.

미사를 봉헌하고 그 작은 성체조각을 물과 함께 영해 드렸는데도

혀가 말려 입안으로 삼키지 못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이분들도 연분홍 치마를 입던 꽃다운 열아홉 처녀 시절이 있었고,

천하를 호령하던 청년 시절이 틀림없이 있었겠지요.

그리고 무엇을 먹어도 다 씹을 수 있었고

무엇을 먹어도 다 소화할 수 있었지요.

 

그런데 그 모든 것이 다 허물어져버렸습니다.

그 건장하던 분이 몸 하나 뒤척일 수 없어 욕창들이 생기고,

그 작은 성체조각 하나 삼키기가 그렇게 힘드신 것입니다.

 

저도 올해까지 마라톤을 뛸 만큼 겉모습은 건강하지만

서서히 속으로부터 무너지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눈은 진작 어두워졌고 이빨이 무너지기 시작했으며

허물어지는 작은 증상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납니다.

그러니 저도 얼마 안가서 두 분처럼 되겠지요.

 

그렇다면 제가 어제 오가며 부른 <봄날은 간다.>는

진정 허물어져가는 것에 대한 슬픔의 노래일까요?

 

일말의 슬픔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슬픔만은 아니었습니다.

 

아름다움은 슬픔이 곁들여야 진정 아름답습니다.

황혼이 그래서 아름답고 단풍이 그래서 아름답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사람들이 성전이 아름답다고 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그래서 자기들이 세운 것이 대단하다고, 아름답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주님께서는 그 대단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다 허물어질 거라고 하십니다.

그러나 허물어질 거라는 주님의 말씀이 저주이거나 악담만은 아닙니다.

예루살렘 성전이 허물어져야 새로운 교회가 태어났지 않겠습니까?

 

“이 성전을 허물어라.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고 하신 주님께서는

진정 당신의 몸도 허무셨고 당신 성전 위에 새 교회를 세우셨잖아요?

 

그러니 허물어져야 합니다.

아니, 허물어지기 전에 내가 허물어야 합니다.

특히 자기가 이루고 자기가 찬탄하는 게 있다면 빨리 허물어야 합니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 ?
    홈페이지 태양과아침 2013.11.26 11:04:59
    +평화를 빕니다.
    신부님^^ 영명축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아름다움은 슬픔이 곁들여야 진정 아름답습니다.
    황혼이 그래서 아름답고 단풍이 그래서 아름답습니다.

    공동번역 성서 말씀이 생각납니다.

    “그 날이 오면 너희가 나에게 물을 것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요한 16.23-

    지난 주 약 30년 만에 모인 시골 친구들 반창회에 다녀왔습니다.
    한 번에 알아보지 못한 친구들도 여럿 있었고,
    어떤 친구는 아버지께서 대신 참석한 줄 알았습니다.
    아직 젊은 나이인데 하늘로 먼저 간 친구들도 여러 명 있었고…….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줘서 고맙다고…….

    “아름다움은 슬픔이 곁들여야 진정 아름답습니다.”
    “황혼이 그래서 아름답고 단풍이 그래서 아름답습니다.”

    “그 날이 오면 너희가 나에게 물을 것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요한 16.23-

말씀 나눔

매일미사 독서와 복음, 그리고 성 프란치스코의 글 묵상나눔

  1. No Image 24Apr

    부활 3주 금요일-먹어야만 산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살릴 것이다.”   먹어야 한다. 먹어야 산다. 너나없이 먹어야 산다.   씨름 선수가 씨름을 잘하려면 기술이 좋아야 한다. 그런데 기술이 좋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Date2015.04.24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1430
    Read More
  2. No Image 23Apr

    부활 3주 목요일-알아듣기 어려운 말을 잘 알아들으려면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 이끌어 주지 않으시면 아무도 나에게 올 수 없다.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배운 사람은 누구나 나에게 온다.”   다른 데서 하신 말씀과 비교하면 오늘 주님께서는 이상한 말씀을 하십니다. 요한복음 14장 6절에서 주...
    Date2015.04.23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3 Views1574
    Read More
  3. No Image 22Apr

    부활 3주 수요일-주님 손 안의 연장들인 우리

      “그날부터 예루살렘 교회는 큰 박해를 받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사도들 말고는 모든 유다와 사마리아 지방으로 흩어졌다. 흩어진 사람들은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말씀을 전하였다.”   제가 미국에 처음 가서 감동을 받았던 것이 하나 있습니다. 미...
    Date2015.04.22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1506
    Read More
  4. No Image 21Apr

    부활 3주 화요일-기적이 아니라 겸손으로 믿는 하느님

      “무슨 표징을 일으키시어 저희가 보고 선생님을 믿게 하시겠습니까? 무슨 일을 하시렵니까?”   하느님의 일을 위해 너희가 할 일은 당신을 믿는 것이라고 어제 주님께서 말씀하시자 오늘 백성들은 뭣으로 믿게 하시겠는지 외려 묻습니다. 주님께서 ...
    Date2015.04.21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1 Views1676
    Read More
  5. No Image 20Apr

    부활 3주 월요일-우리가 해야 할 하느님의 일이란?

    오늘 복음에서 백성들은 제법 의젓한 말을 합니다. "하느님의 일을 하려면 저희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저 같으면 저의 일에 대해서만 신경 쓰는데 하느님의 일을 하겠다니 얼마나 의젓합니까?   실제로 저는 하느님의 일을 하겠다고 하지만 하...
    Date2015.04.20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2 Views1864
    Read More
  6. No Image 19Apr

    부활 제 3 주일-깨달음, 머리부터 마음까지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마음을 여시어 성경을 깨닫게 해 주셨다.”   깨달음이란 어느 종교에서나 중요한 것입니다. 특히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라고 할 수 있고, 부처란 깨달음을 얻은 존재이며 깨달으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기에 불교 신자...
    Date2015.04.19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3 Views1378
    Read More
  7. No Image 18Apr

    부활 제3주일

     오늘 복음의 시작은 제자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것을 이야기 하고 있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그들은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이었는데, 예수님의 죽음을 보고 두려운 나머지 예루살렘을 떠나갔던 이들입니다. 성경에 의하면, 그들은 예루살렘에 있을 때, ...
    Date2015.04.18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명겸요한 Reply1 Views633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1081 1082 1083 1084 1085 1086 1087 1088 1089 1090 ... 1520 Next ›
/ 1520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