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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3 05:10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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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수월봉 아래 저녁 바닷가

모처럼 만난 동생 수녀와 해변을 걸었다.

붉게 물든 하늘을 품에 안고 바람에 몸을 맡긴 바다가

수녀의 눈동자에 물결치고

나는 함께 걷는 즐거움에 흠뻑 취했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저녁 성무일도를 바쳤다.

이 순간이 있기까지 도움을 주었던 이들을 통해 동행하신 주님께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찬미의 노래를 불렀다.

 

제주의 밤바다에 피는 꽃

어선들의 행렬

어부들의 축제

 

내 마음의 정원에 핀 하늘나라의 꽃

돌보고 가꾸시는 분께서

오늘도 촉촉하게 물을 주셨다.

 

가장 아름다운 단어로

가장 순수한 멜로디로

누구도 매혹되지 않을 수 없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아름다운 사연을

피조물들을 통해 우리에게 들려주셨다.

 

감탄하올 신비여!

단비처럼 쏟아지는 충만한 은총이여!

숨겨놓은 낙원을 내보이시는 아버지의 자비

삶의 영원한 정원!

우린 그렇게 낙원에 있었다.

 

나와 내가 일치하고

너와 내가 일치하고

피조물과 내가 일치하고

하느님과 내가 일치하는

지금 여기

 

몸은 아프고 기력이 없어도

신비를 바라보는 건강한 눈으로

주님이 계신 영지에서

휴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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