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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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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찾는 것은 무엇인가?

 

1. “성령으로 시작하고서는 육으로 마칠 셈입니까?”(갈라 3,3) 이 말씀은 신앙의 길을 걷는 우리에게 “처음에 너를 살게 한 사랑을 지금도 믿고 있느냐?” 하고 묻습니다. 하느님의 은총으로 시작한 삶이 어느새 자신의 힘과 성과로 자신을 증명하려는 삶으로 바뀌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합니다.

 

바오로가 여기서 경계하는 ‘육’은 몸 자체가 아닙니다. 갈라티아 신자들이 성령을 받고서도 할례와 율법 준수를 구원의 보증으로 삼으려 했던 것처럼, 하느님께 받은 생명을 자기 노력으로 확보하려는 태도입니다. 은총을 받아들이던 빈손이 어느새 자기 의로움을 움켜쥐는 손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도 이러한 변화가 일어납니다. 처음에는 사랑받았기에 기도하고, 감사했기에 봉사하며, 주님께 이끌렸기에 자신을 내어주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인정받아야 마음이 놓이고, 내가 한 일을 알아주지 않으면 서운하며, 다른 사람이 내 뜻을 따라야 공동체가 잘되어 간다고 생각합니다. 하는 일은 여전히 거룩해 보이지만, 그 일을 움직이는 마음에는 두려움과 통제가 자라날 수 있습니다.

 

성령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날마다 사랑을 먼저 받는 자리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기도 안에 멈추어, 오늘도 나를 살게 하는 하느님의 선을 알아봅니다. 형제의 배려와 누군가의 수고를 통해 내가 사랑받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받은 사랑에 응답하여, 내 앞에 있는 사람의 필요에 자신을 내어줍니다. 우리의 노력도 그 사랑 안에서 자리를 찾습니다.

 

그 열매는 관계에서 드러납니다. 상대가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에도 그의 말을 들을 수 있는지, 내 수고가 드러나지 않아도 기꺼이 도울 수 있는지, 잘못을 지적받았을 때 자신을 변호하기 전에 돌아볼 수 있는지 살펴보게 됩니다. 성령께 마음을 내어드릴수록 다른 사람이 숨 쉴 자리가 넓어집니다.

 

프란치스칸 길에서도 이 말씀은 깊은 물음이 됩니다. 가난하게 시작한 사람이 자기 경험과 공로와 옳음을 쌓아, 어느새 아무도 가까이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있지는 않은지 묻습니다. 오래 살아온 신앙이 나를 더 부드럽고 작은 사람으로 빚고 있는지 돌아보게 합니다.

 

 

2. 성령으로 시작한 삶, 구하고 찾고 두드리는 마음. “성령으로 시작하고서는 육으로 마칠 셈입니까?”라는 바오로의 물음은, “청하여라, 찾아라, 문을 두드려라.” 하시는 예수님의 초대와 이어집니다. 성령으로 시작한 삶을 끝까지 살아가려면, 날마다 하느님께 손을 내밀고 그분을 찾으며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구하고 찾고 두드리는 마음에도 자신의 바람을 관철하려는 마음이 스며들 수 있습니다.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청하고, 내 생각을 뒷받침하는 답을 찾으며, 내가 정해 놓은 문만 열어 달라고 두드리는 것입니다. 기도하면서도 무엇이 좋은지에 대한 판단은 끝까지 내가 쥐고 있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초대의 끝에서,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당신께 청하는 이들에게 성령을 주신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간절히 구하는 모든 것 가운데, 아버지께서 주시려는 선물은 우리 안에 머무시며 사랑하도록 이끄시는 성령입니다. 기도는 우리의 바람을 아버지께 말씀드리고, 그 바람까지 그분의 사랑 안에서 새롭게 빚어지도록 맡기는 시간입니다.

 

구한다는 것은 자신의 가난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주님, 제 힘만으로는 사랑할 수 없습니다. 상처받은 마음을 열고, 미운 사람을 이해하며, 지친 형제 곁에 머물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이렇게 청할 때 우리는 이미 받은 은총에 다시 기대어 섭니다. 오래 기도하고 많이 봉사했어도, 오늘 사랑할 힘은 오늘 다시 받아야 합니다.

 

찾는다는 것은 일상과 관계 안에서 하느님의 선을 알아보는 것입니다. 나를 배려한 형제의 작은 수고, 말없이 내 곁을 지켜 준 사람의 온기, 당연하게 받아왔던 하루의 양식 안에서 사랑의 흔적을 찾습니다. 그리고 나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 앞에서도 묻습니다. “주님, 이 사람의 어떤 아픔을 제가 아직 보지 못하고 있습니까? 지금 저에게 어떤 사랑을 청하고 계십니까?” 찾는 마음은 자기 판단에 머물지 않고, 상대의 현실을 향해 열립니다.

 

두드린다는 것은 응답이 더디어도 관계를 향한 걸음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화해가 곧 이루어지지 않아도 먼저 건넬 인사를 준비하고, 상대의 마음이 열리지 않아도 그의 말을 들을 자리를 남겨 둡니다. 상대가 감당할 수 있는 거리를 존중하면서, 사랑할 길을 다시 찾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아버지께 청합니다. “저 사람을 제 뜻대로 바꾸려는 마음을 내려놓게 하시고, 제가 건넬 수 있는 선을 가르쳐 주십시오.” 이렇게 구하고 찾고 두드릴 때, 기도는 우리의 관계 안에서 열매를 맺습니다. 사랑받고 있음을 알아보는 눈이 열리고, 다른 사람의 필요를 헤아리는 마음이 자라며, 그 필요에 응답하도록 자신을 내어주게 됩니다.

 

성령으로 시작한 삶을 성령 안에서 마친다는 것은, 마지막까지 은총을 필요로 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더 겸손히 청하고, 더 깊이 사랑의 흔적을 찾으며, 더 끈기 있게 자비의 문을 두드리는 것입니다.

 

3. 먼저 찾아야 할 것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입니다. 구하고 찾고 두드리는 마음의 중심에 “내가 무엇을 얻을 것인가”와 함께 “아버지의 사랑이 지금 이 자리에서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가”라는 물음이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나라를 찾는다는 것은 내 삶과 관계 안에서 하느님께서 다스리시도록 자리를 내어드리는 것입니다. 내 뜻을 앞세우던 자리에서 그분의 뜻을 묻고, 내 옳음을 주장하던 자리에서 상대의 아픔을 살피며,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넘어 누군가에게 필요한 선을 행하는 것입니다.

 

그분의 의로움을 찾는다는 것은 하느님의 사랑에 합당한 관계를 찾는 것입니다. 소외된 이가 존중받고, 상처 입은 이가 돌봄을 받으며, 잘못한 이에게도 회개와 회복의 길이 열리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그 길의 바탕에는 내가 이미 사랑받고 있음을 알아보는 기도가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나를 돌보고 계심을 믿을 때, 내 몫을 지키려는 두려움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져 다른 사람의 필요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구하고 찾고 두드립니다. 성령으로 시작한 삶이 육으로 기울어지는 순간은 하느님의 이름으로 내 왕국을 세우려 할 때입니다. 그때 다시 멈추어 물어야 합니다. “지금 나는 내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가, 아버지의 사랑이 이 관계 안에 흐르기를 바라는가?” 먼저 찾아야 할 하느님의 나라는 오늘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는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주님, 당신의 사랑으로 시작한 이 삶을 끝까지 당신께 맡기게 하소서. 제 공로를 세느라 받은 사랑을 잊지 않게 하시고, 날마다 성령께 마음을 열어, 형제들 곁에 감사하며 머물게 하소서. 오늘도 당신께 사랑할 힘을 구합니다. 사람들 사이에 흐르는 당신의 선을 찾습니다. 두려움으로 닫힌 제 마음의 문이 열리도록 당신의 자비를 두드립니다. 성령을 보내시어, 제가 받은 사랑이 누군가의 삶에 작은 위로로 흐르게 하소서. “주님, 당신의 나라를 먼저 구할 마음을 주십시오. 오늘 만나는 사람 안에서 당신께서 바라시는 선을 찾게 해 주십시오. 제 마음의 문을 열어, 그 선을 행할 수 있도록 성령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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