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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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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불꽃으로 세상을 밝히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대축일을 기리며

지극히 높으시고 전능하시며 선하신 주님, 당신의 아름다움은 아침마다 세상의 가장 작은 것들 위에 내려앉습니다. 풀잎 끝에 맺힌 이슬 한 방울, 이름 없이 피어난 들꽃의 속살, 밤새 어둠을 견디고 다시 빛을 받아들이는 나뭇잎 위에 당신의 선하심이 고요히 머뭅니다. 빛은 제 아름다움을 움켜쥐지 않고 흘러가며, 물은 제 맑음을 자랑하지 않고 목마른 뿌리로 스며듭니다. 그렇게 온 누리는 자신을 내어주면서 살아가고, 당신의 사랑은 그 숱한 내어줌 속에서 날마다 새로운 얼굴로 피어납니다.

 

움브리아의 붉은 흙 위에 한 사람이 무릎을 꿇었습니다. 젊은 날의 꿈과 찬란한 이름을 품고 달려가던 사람이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세상의 박수 소리가 멀어지고 가슴 깊은 곳에 당신의 부르심이 들려왔을 때, 그는 자신을 둘러싼 화려한 옷을 벗었습니다. 빈손으로 서 있는 그의 몸 위에 바람이 스쳤고, 아무것도 감추지 못하는 그 가난한 자리에서 아버지라 부르는 목소리가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그때부터 그의 눈에는 작고 낮은 것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길가의 돌 하나, 담장 아래 자라는 풀 한 포기, 제때 먹지 못한 사람의 야윈 얼굴, 아무도 오래 바라보지 않는 상처가 그의 걸음을 붙들었습니다. 낮아진 눈높이에서 세상은 가까워졌습니다. 사람들의 발아래 놓여 있던 삶이 그의 가슴 안으로 들어왔고, 그 삶을 받아들이는 만큼 그의 마음은 넓어졌습니다.

 

프란치스코여, 당신은 구유 앞에서 하느님의 겸손을 배웠습니다. 온 세상을 품으시는 분께서 한 여인의 품에 안기시고, 만물에 생명을 주시는 분께서 젖을 먹으시며, 별들을 부르시는 분께서 말 없는 아기의 숨결로 우리 가운데 오셨습니다. 찬 바람 드는 구유에 누운 그 작은 몸을 바라보며, 당신은 사랑이 얼마나 가까이 내려오는지를 알았습니다. 사랑은 자신을 맡길 품을 찾고, 누군가의 손길을 받아들이며, 연약한 몸으로 우리와 함께 살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은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라 더 낮은 곳으로 걸어갔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비껴가는 길목에서, 오래도록 외면해온 얼굴 앞에서 멈추었습니다. 한센인의 상처 난 몸을 끌어안았을 때, 당신의 두 팔 사이에는 한 사람의 고통과 한 사람의 두려움이 함께 놓여 있었습니다. 그 품 안에서 두려움은 조금씩 풀렸고, 쓰디쓴 마음에는 전에 알지 못했던 단맛이 스며들었습니다. 상처 입은 형제는 당신에게 주님의 얼굴을 보여주었고, 당신은 그의 상처 곁에서 자신의 가난을 배웠습니다.

 

그리하여 형제라는 이름이 당신의 입술에서 온 누리로 번져갔습니다. 형제 태양, 누이 달과 별들, 형제 바람과 누이 물, 형제 불과 누이요 어머니인 땅. 당신이 그 이름들을 부를 때마다 멀리 떨어져 있던 것들이 한집안의 식구처럼 가까워졌습니다. 하늘과 땅 사이에 살아가는 모든 것이 저마다 받은 생명을 지니고 있었고, 당신도 그들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함께 빛을 받고, 함께 비에 젖으며, 함께 아버지의 선하심으로 살아가는 작은 형제였습니다.

 

형제 태양은 아침마다 제 빛을 펼쳐 산과 들을 깨웁니다. 누이 물은 낮은 곳을 찾아 흐르며 메마른 뿌리를 적십니다. 형제 바람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잎사귀를 흔들고, 꽃가루와 씨앗을 먼 곳까지 데려갑니다. 누이요 어머니인 땅은 떨어진 잎과 죽은 가지를 받아들여 다시 생명의 자리를 마련합니다. 당신은 그 오랜 돌봄을 바라보았습니다. 하나의 생명이 다른 생명을 살리는 길을 따라, 하느님의 선이 얼마나 깊고 넓게 흐르는지를 보았습니다.

 

그 흐름 속에서 아름다움은 더 깊어졌습니다. 햇빛에 반짝이는 물결을 지나 목마른 입술에 닿는 물의 고마움으로, 꽃잎의 고운 빛깔을 지나 벌과 나비에게 내어주는 꽃의 넉넉함으로, 무성한 나뭇가지를 지나 지친 사람이 쉬어갈 그늘의 자비로 깊어졌습니다. 저마다의 아름다움은 누군가를 살리는 선이 되어 흘렀습니다. 당신은 그 앞에서 감탄했고, 감사했고, 마침내 온몸으로 노래했습니다.

 

주님, 당신은 아름다우십니다. 당신의 아름다움은 빛나는 얼굴에도, 주름 깊은 얼굴에도 머뭅니다. 어린 생명의 맑은 눈동자와 늙은 형제의 떨리는 손끝에서, 피어나는 꽃과 흙으로 돌아가는 잎에서 저희를 부르십니다. 오래 견딘 사람이 건네는 온유한 한마디, 자신도 넉넉하지 않으면서 나누는 한 끼의 음식, 밤새 아픈 이를 돌본 사람의 지친 눈빛에 당신의 아름다움이 조용히 어립니다. 그것을 알아보는 눈이 열릴 때마다 저희의 마음은 찬미로 젖어듭니다.

 

프란치스코여, 당신은 그 아름다움을 십자가 앞에서 끝까지 바라보았습니다. 구유에서 시작된 낮아짐이 벌거벗은 몸으로 나무에 매달려 있었습니다. 아기의 작은 손이 이제 못에 뚫려 있었고, 사람들의 길을 함께 걸었던 발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사랑은 여전히 우리를 향해 열려 있었습니다. 상처 난 손과 발, 찢어진 옆구리, 기울어진 머리에서 주님은 당신 자신을 남김없이 내어주고 계셨습니다.

 

당신은 그 사랑 앞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인간의 고통이 얼마나 무거운지, 사랑하는 이를 위해 그 고통을 함께 지는 일이 얼마나 깊은지를 배웠습니다. 형제의 슬픔을 곁에서 견디고, 낫지 않는 상처 앞에서도 떠나지 않으며, 자신의 뜻대로 바뀌지 않는 사람을 다시 사랑하는 길이 당신의 삶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수난의 사랑은 하루하루의 관계 속에서 당신의 마음을 깎고 다듬었습니다. 당신은 조금씩 부드러워졌고, 조금씩 더 기꺼이 자신을 내어주었습니다.

 

라베르나의 거친 바위와 깊은 침묵 속에서 그 사랑은 불꽃처럼 타올랐습니다.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을 바라보던 영혼이 그분의 사랑에 온전히 사로잡혔습니다. 두 손과 두 발과 옆구리에 새겨진 다섯 상처는 당신이 품어온 사랑의 아픔을 몸에 드러냈습니다. 구유 앞에서 떨리던 마음, 상처 입은 형제를 안았던 두 팔, 가난한 이들과 나누었던 세월이 그 거룩한 상처 안에서 하나가 되었습니다. 당신의 생애는 그리스도를 향해 열린 한 몸, 세상의 고통을 받아들이는 한 마음이 되었습니다.

 

당신의 가난은 사람 곁에서 살아 있었습니다. 그 길을 따라 자비는 식탁으로 흘러들고, 방문 앞에서 멈추고, 병상 곁에 의자를 놓았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국 한 그릇이 되었고, 누군가에게는 서두르지 않는 귀가 되었으며, 누군가에게는 끝내 포기하지 않는 기다림이 되었습니다. 말하지 못한 필요를 알아보고 조용히 채워주는 손길 속에서 하느님의 선은 다시 사람의 체온을 얻었습니다. 사랑받고 있음을 깨닫는 한 사람의 마음에서 감사가 피어났고, 그 감사는 또 다른 사람에게 건네는 사랑으로 이어졌습니다.

 

오늘 저희도 당신과 함께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멀리 있는 큰일을 바라보다 놓쳐버린 곁의 사람에게 돌아가고 싶습니다. 매일 마주하는 형제의 얼굴을 새롭게 보고, 익숙해진 말투 속에 감추어진 외로움을 듣고, 작은 도움을 청하는 손을 지나치지 않고 싶습니다. 창밖의 나무와 길가의 풀, 물과 흙과 살아 있는 모든 것을 감사히 받아들이며, 저희에게 맡겨진 생명을 정성껏 돌보고 싶습니다.

 

주님, 저희 안에 당신의 겸손을 심어주소서. 도움받을 줄 아는 가난을, 서로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작음을, 상처 곁에 머무는 사랑을 길러주소서. 당신께 받은 선이 저희 마음에 고이지 않고 형제에게 흘러가게 하소서. 저희가 건네는 말에는 온유함이 깃들고, 내미는 손에는 따뜻함이 머물며, 멈추어 서는 자리마다 누군가가 안심하고 숨을 쉬게 하소서.

 

그리하여 저희의 삶에도 태양의 노래가 피어나게 하소서. 아침의 빛을 받는 창가에서, 함께 음식을 나누는 식탁에서, 아픈 이를 돌보는 방에서, 서로를 용서하며 다시 마주 앉는 자리에서 그 노래가 이어지게 하소서. 작고 평범한 하루가 당신의 자비로 깊어지고, 저희의 가난한 사랑이 누군가에게 살아갈 힘이 되게 하소서.

 

지극히 높으시고 선하신 주님, 온 누리에 흐르는 당신의 사랑을 찬미합니다. 구유의 작은 몸으로 저희 곁에 오시고, 십자가의 열린 품으로 저희를 받아들이시며, 모든 피조물의 생명 안에서 날마다 선을 베푸시는 당신을 찬미합니다.

 

프란치스코가 바라보았던 빛이 오늘 저희의 눈에도 내려앉게 하소서. 그가 품었던 사랑이 저희의 가슴에서도 타오르게 하소서. 마침내 저희의 마지막 숨결까지도 당신께 받은 것을 감사히 돌려드리는 노래가 되게 하소서.

 

흙으로 돌아갈 저희의 작은 생애에서 누군가를 살리는 온기가 남게 하소서. 그 온기를 받은 이가 다시 다른 이의 손을 잡을 때, 저희의 찬미는 그 손길 안에서 조용히 이어질 것입니다. 형제 태양 아래, 누이 땅 위에서, 당신의 선하심은 그렇게 또 하나의 꽃을 피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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