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마지막 날 우리는 요한복음의 시작을 듣습니다.
세상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그 세상 속으로 하느님께서 어떻게 들어오셨는지
듣습니다.
세상에 생명과 빛을 주는 말씀은
우리에게 넘치는 은총을 주기 위해서
육화한 것처럼 보입니다.
사람이 되신 말씀의 충만함에서
우리 모두 은총에 은총을 받았다고 복음은 노래합니다.
은총이라는 단어는 이미 선물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한 대가로 얻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거저 주시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은총을 하느님께서 주실 때
은총에 은총을 주십니다.
거저 주시는 것이기에
우리가 원하는만큼 받을 수 있는 것인데
그렇게 원하는만큼 받은 것에
더 얹어서 주십니다.
이 표현은 충만함이라는 단어로도 표현됩니다.
그분의 은총에는 부족함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이어지는 구절에 은총이라는 단어가 한 번 더 나옵니다.
은총과 진리라는 표현은
구약의 자애와 진실이라는 표현이
옮겨온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모세가 두 번째로
십계명을 받으러 시나이 산에 올라갔을 때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자애와 진실이 충만하신 분이라고 표현하십니다.
즉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분은 하느님이시며
그 은총과 진리를 주신 예수 그리스도도
신성을 지니신 분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게 은총을 주시는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그분은 하느님이시기에
하지 못하는 것이 없으십니다.
그러한 분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채워주시기 위해
우리에게 오십니다.
모든 것을 하실 수 있는 분이
모든 것을 거저 주시는 것은
우리를 향한 사랑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하느님의 은총을 받는 사람들이며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사람들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많은 일들을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좋고 잘한 것도 있겠지만
아쉬움도 많이 남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것을 우리는 은총과 사랑 속에서 살아왔고
또 그렇게 살 것입니다.
다른 모든 것에 앞서
우리가 한 해를 은총과 사랑 속에서 살아왔음을 기억하고
새로운 한 해도
그 은총과 사랑을 잘 받아들이는 한 해가 되기를
기도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