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No Attached Image

“겸손한 이의 기도는 구름을 거쳐서 그분께 도달하기까지 위로를 마다한다.”

 

연중 제 30 주일의 주제는 겸손과 기도입니다.

기도는 겸손한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뜻이지요.

교만한 사람이 절대 기도하지 않는 것을 보면 너무도 분명하지요.

자기 주먹을 더 믿는 사람이 하느님께 무슨 기도를 하겠습니까?

그가 하느님께 무엇을 한다면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 복음의 바리사이처럼 혼잣말을 하거나 자기 자랑을 하겠지요.

 

그런데 자기 자랑을 한다면 다른 인간한테 하지 어디 자랑할 데가 없어서

하느님께 하다니 옆에서 보는 제가 너무도 민망스럽습니다.

만일 저의 형이 훌륭한 신학자 앞에서 신학에 대해서 떠들고

저의 누이가 성자 앞에서 자기의 선행을 얘기한다면

시쳇말로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건데 바리사이가 바로 그런 형국입니다.

 

그런데 바리사이가 바로 그랬습니다. 자랑할 데가 없었던 겁니다.

다른 인간은 발톱의 때만도 여기지 않았기에 자랑할 수가 없었고

자기처럼 깨끗한 사람이 더러운 죄인에게 자랑할 순 더더욱 없었던 겁니다.

자랑이란 비슷한 사람끼리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보다 너무 월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감히 자랑할 수 없고

내게 형편없이 못 미치는 사람에게도 자존심 상해 자랑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바리사이는 자신이 한 편으로는 다른 인간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르고

다른 한 편으로는 하느님과 비슷하고 어울리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의 기도 태도와 독백에서 이것이 잘 드러나는데

오늘 복음을 보면 바리사이는 하느님 앞에 “꼿꼿이 서서”

“저 세리와 같지 않으니, 하느님께 감사드린다.”고 합니다.

하느님 앞에 있어도 꿀릴 게 하나도 없다는 아주 교만한 자의 태도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교만이 모든 죄의 뿌리로서 온갖 단절을 가져오는데

바리사이는 무엇보다도 하느님과 단절됩니다.

하느님은 인간에게 은총으로 다가오시는데

그는 은총을 구하지 않기에 단절되는 것이고

인간에게 하느님은 용서로 다가오시는데

그는 죄인이 아니라 하기에 용서코자 해도 용서할 수 없어 단절되는 겁니다.

 

이에 비해 세리는 “멀찍이 서서 하늘을 향해 눈을 들 엄두도 내지 못하고” 그저 죽을죄를 지었으니 불쌍히 여겨 달라고 자비를 구할 뿐입니다.

자비를 베푸는 것을 낙으로 삼으시고 자비를 구하기를 기다리시는 하느님은

우리가 자비를 구하자마자 즉시 자비를 베푸십니다.

마치 물꼬를 트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물이 흘러드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죄가 있는 곳에 은총이 풍성히 내리고

죄에도 불구하고, 아니 죄로 말미암아 하느님과 인간은 사랑을 교환합니다.

 

교만은 하느님과 단절될 뿐 아니라 다른 인간과도 또한 단절됩니다.

교만의 또 다른 특징이 무시, 업신여김이기 때문입니다.

무시無視라는 한자어를 풀이해보면 시력이 없다는 뜻도 있고

엄연히 자기 앞에 사람이 있는데도 없다고 본다는 뜻도 있습니다.

우리말의 업신여김도 “없다고 여김”의 준말이지요.

이렇게 없다고 여기니 소통이란 아예 있을 수 없겠지요.

 

교만한 사람은 이렇게 남을 무시하는 것으로 만족을 삼는 사람인데

세리가 ‘오, 하느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하고 기도하지만

사실은 바리사이가 참으로 외롭고 가련하고 불쌍한 존재이지요.

그의 주변에는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아무도 없는 것이고

그래서 다른 사람을 통해 하느님께 나아갈 수 없는 존재입니다.

수평적 소통과 수직적 소통이 모두 단절된 아주 불쌍한 존재입니다.

 

이토록 교만은 사랑의 소통을 뿌리로부터 불가능하게 하고,

그래서 기도를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기도를 하려고 부단히 애 쓰기에 앞 서

죄스러운 존재를 겸손하게 인정하는 노력을 먼저 해야 할 것입니다.

 

사실 인간은 하느님 앞에 있는 그대로이지 그 이상이 아니”라는

성 프란치스코의 말씀의 명심하게 되는 오늘입니다.

기도는 다름이 아니고 하느님 앞에 겸손하게 있는 것이니까요.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말씀 나눔

매일미사 독서와 복음, 그리고 성 프란치스코의 글 묵상나눔

  1. No Image 30Oct

    연중 30주 수요일-나는 진정 구도자인가?

    길을 가시는 주님께 어떤 사람이 느닷없이 묻습니다. “주님, 구원받을 사람은 적습니까?” 우리는 가끔 길을 가다가 “구원 받으셨습니까?”하고 질문을 받지요. 그때도 그 느닷없음에 당황하곤 하였지요.   구원에 대한 질문이 많은 사람에게 느닷...
    Date2013.10.30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3239
    Read More
  2. No Image 29Oct

    연중 30주 화요일-작은 사랑을 소중히 여기고 작은 사랑을 실천하는 나!

    “하느님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어떤 사람이 그것을 가져다가 자기 정원에 심었다. 그랬더니 자라서 나무가 되어 하늘의 새들이 그 가지에 깃들였다.”     오늘 복음은 하늘나라를 겨자씨와 누룩에 비교하는 말씀입니다. 겨자씨와 누룩의 비유가 ...
    Date2013.10.29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3908
    Read More
  3. No Image 28Oct

    성 시몬과 유다 사도 축일-완전한 공동체인가 거룩한 공동체인가?

    “그리스도 안에서 전체가 잘 결합된 이 건물이 주님 안에서 거룩한 성전으로 자라납니다. 여러분도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거처로 함께 지어지고 있습니다.”   유다와 시몬 사도의 축일인 오늘 복음은 12 사도가 뽑히는 내용입니...
    Date2013.10.28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3373
    Read More
  4. No Image 27Oct

    연중 제30주일

       사람은 창조된 존재이기에 영원히 살 수 없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피조물과 다른 점이 있다면, 영원히 살 수 없는 존재임에도 영원히 살려고 노력하고, 그 방법을 찾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야기 중에, 중국의 한 왕...
    Date2013.10.27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명겸요한 Reply0 Views1890
    Read More
  5. No Image 27Oct

    연중 제 30 주일-기도, 하느님 앞에 겸손하게 있는 것.

    “겸손한 이의 기도는 구름을 거쳐서 그분께 도달하기까지 위로를 마다한다.”   연중 제 30 주일의 주제는 겸손과 기도입니다. 기도는 겸손한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뜻이지요. 교만한 사람이 절대 기도하지 않는 것을 보면 너무도 분명하지요. 자기 주먹...
    Date2013.10.27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3996
    Read More
  6. No Image 26Oct

    연중 29주 토요일-회개, 한꺼번에가 아니라 그때그때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그렇게 멸망할 것이다.”   일본이 해일과 원전사고로 인해 엄청난 재난을 당했을 때 어떤 종교인이 하느님을 믿지 않아서 그리 된 거라고 얘기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제가 든 생각이랄까 의문은 이분은 오늘 주님의 말씀을 ...
    Date2013.10.26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3948
    Read More
  7. No Image 25Oct

    연중 29주 금요일-이 시대를 알지만 사랑하지 않는

    “위선자들아, 너희는 땅과 하늘의 징조는 풀이할 줄 알면서, 이 시대는 어찌하여 풀이할 줄 모르느냐? 너희는 왜 올바른 일을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느냐?”   어제는 한 형제와 대화를 나눴습니다. 어떤 젊은 사람의 잘못된 행태랄까, 독특한 행태랄까 ...
    Date2013.10.25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3289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943 944 945 946 947 948 949 950 951 952 ... 1308 Next ›
/ 1308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