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복과 사랑의 노래
세상의 창고를 비우고서야
비로소 담기는 하늘의 양식
내 작은 지도를 접고서야
비로소 보이는 그분의 길
나를 부수어 향기로운 옥합이 될 때
영원은 그제야 내 안에 머무네
목숨보다 귀한 것을 찾기 위해
나는 오늘 나의 가장 낮은 곳에 무릎 꿇나니
스스로를 잃지 않고 안기는 유일한 품
그 거룩한 굴복 앞에 나의 영혼을 여네
먼저 불리어야 부를 수 있는 이름
먼저 안기어야 품을 수 있는 온기
사랑받기 전에는 사랑을 몰랐으니
그분의 눈빛이 나를 비추기 전에는
나는 나를 알지 못했네
선택받았음을 허락하는 순간
메마른 강에 물이 차오르듯
그분의 현존이 나를 채우고
나는 비로소 그 사랑을 건네는 통로가 되네
어미 품에 안긴 아이처럼 평온한 숨소리
깊은 잠에 빠져 꿈속에서도 내가 보이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