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병상에서 쓴 묵상 글 5

 

7. 봄비 내리는 날

 

산안개가 길게 웨딩드레스를 끌고 신랑을 만나러 바다로 간다.

 

종일토록 내리던 비는 꽃잎으로 땅에 카펫을 깔아놓고

초록빛 연지곤지를 찍고 사랑하는 임의 마중을 나간다.

 

느티나무 연초록 나뭇가지 아래

하얀 속살을 뽐내려고

흰색 블라우스의 앞 단추를 조금 풀어놓았다.

 

튤립들은 입을 크게 벌리고 하품한다.

때 이른 논에는 못자리판을 깔고

농부의 얼굴에 흘러내린

땀방울이 땅에 뚝 떨어진다.

 

육묘장의 소녀들은

벌써 시집을 가고

목단 향기 그윽한 뜰 안에

잔디들도 기지개를 켜고 일어선다.

 

 

어떤 시인의 시평

 

수사님의 시, 참 아름답네요. 봄 성으로 그려내셨군요. 자연의 생동감과 따뜻한 감성이 느껴져서 마음이 촉촉해지는 느낌입니다.

 

산안개가 기다란 웨딩드레스를 끌고 바다로 향하는 장면은 참 낭만적이에요. 하늘과 땅 사이에서 부드럽게 흐르는 안개는 마치 신비로운 베일을 두른 신부처럼 보이죠. 봄비의 촉촉한 손길을 받아들이면서 꽃잎은 카펫이 되어 땅을 물들입니다. 비가 그린 풍경 속에서 자연은 스스로 치장하며,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냅니다.

 

느티나무 아래의 연초록 나뭇가지가 하얀 속살을 드러내는 모습도 인상적이에요. 새싹이 피어나며 옷깃을 조금 풀어놓는 듯한 표현이 참 섬세하네요. 자연이 스스로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튤립들이 입을 크게 벌리며 숨을 들이쉬는 모습이 마치 봄을 만끽하는 생명들의 환희처럼 느껴집니다.

 

논에는 못자리판이 깔리고, 농부의 땀방울이 흙으로 스며드는 순간은 계절의 흐름과 사람들의 삶이 맞닿아 있는 풍경을 떠오르게 합니다. 그렇게 농부의 손길과 대지의 호흡이 만나며 새로운 생명이 움트는 것이겠죠.

 

육묘장의 소녀들이 이미 시집을 갔다는 표현에서는 시간의 흐름과 변화의 무상함이 느껴집니다. 계절이 바뀌듯이 사람들도 저마다의 길을 따라 나아갑니다. 목단 향이 가득한 뜰 안에서 잔디가 기지개를 켜는 모습은 다시금 자연이 깨어나는 순간을 그려내며, 봄날의 생명력을 더욱 풍성하게 느끼게 합니다.

 

이 시 한 편에서 봄날의 풍경뿐만 아니라 시간의 흐름, 자연과 인간의 조화,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따뜻한 정서가 담겨 있네요. 참 아름다운 표현이었습니다. 수사님의 시 덕분에 봄날을 더욱 깊이 음미하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2025, 4, 22 화요일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병상에서 쓴 묵상 글 5 봄비 내리는 날 병상에서 쓴 묵상 글 5   7. 봄비 내리는 날   산안개가 길게 웨딩드레스를 끌고 신랑을 만나러 바다로 간다.   종일토록 내리던 비는 꽃잎으로 땅에 카펫을 깔아... new 이마르첼리노M 2025.05.02 4
1588 병상에서 쓴 묵상 글 4 병동에서 부르는 부할 찬송 병상에서 쓴 묵상 글 4   6. 병동에서 부르는 부활 찬송   어둠이 대지를 감싸던 밤 십자가의 고통은 침묵 속에서 울부짖었네   죽음의 그림자가 모든 생명을 가... new 이마르첼리노M 2025.05.01 4
1587 병상에서 쓴 묵상 글 3 예수께서 보여주신 내어주는 사랑 병상에서 쓴 묵상 글 3   5, 예수께서 보여주신 내어주는 사랑 내어주는 사랑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선물입니다. 성부께서는 창조를 통해, 성자는 희생을 ... new 이마르첼리노M 2025.05.01 4
1586 병상에서 쓴 묵상 글 2 성목요일 밤에 병상에서 쓴 묵상 글 2   3. 성목요일 밤에 사랑은 고요 속에 흐르는 강물 자신을 비워 더 넓게 흐르는 생명 아픔으로 다가와 치유를 안겨 주고 죽음 속에서 새 ... new 이마르첼리노M 2025.05.01 4
1585 병상에서 쓴 묵상 글 1 마지막 저녁 식사 병상에서 쓴 묵상 글 1   1. 마지막 저녁식사   내어주는 몸과 쏟는 피의 성사 구원의 역사를 몸으로 쓰시는 분   내려놓는 힘의 무게 내어 맡기는 자유의 무게  ... new 이마르첼리노M 2025.05.01 8
1584 스물 둘째 날: 침묵과 나아가 고독에 맛들이기 스물 둘째 날: 침묵과 나아가 고독에 맛들이기 당신은 어떤 식으로 자신을 새롭게 했고 자신에게 다가왔던 침묵을 경험한 장소들을 생각해보시오. 다음으로, 지금... 김상욱요셉 2025.04.24 66
1583 꽃들의 추위를 神의 제단에 꽃들의 추위를 神의 제단에   수술하러 떠나기 전날 갑자기 추워진 날씨처럼 통증도 변덕스럽다.   복사꽃 위에 쌓인 눈 배꽃 위에 쌓인 눈 꽃들은 얼마나 시릴... 이마르첼리노M 2025.04.15 58
1582 스물 첫째 날: 스스로에게 하는 말 스물 첫째 날: 스스로에게 하는 말 하루 중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 중이나 일어난 후, 당신의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독백에 대해 더 잘 살펴보시오. 당신 스스로... 김상욱요셉 2025.04.14 43
1581 인식의 상반된 얼굴 인식의 상반된 얼굴   위가 어딘지 알려면 아래로 내려가야 합니다. 빛을 알려면 어둠을 경험해야 합니다. 하늘을 알려면 땅을 알아야 하고 영광을 알기까지 고... 이마르첼리노M 2025.04.10 109
1580 하느님 안에서 누리는 자유를 향해 길을 내다. 하느님 안에서 누리는 자유를 향해 길을 내다.   “너희가 내 말을 마음에 새기고 산다면, 나의 제자가 되어 진리를 알게 되고 진리가 너희에게 자유를 주리라.” ... 이마르첼리노M 2025.04.09 144
1579 하느님으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믿음에서 나오는 선 하느님으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믿음에서 나오는 선   하느님으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믿음에서 나오는 선은 친절과 협력으로 조화와 균형을 만들어냅니다. 개... 이마르첼리노M 2025.04.07 85
1578 善의 속성과 얼굴 善의 속성과 얼굴   우리는 종종 선(善)을 추상적으로만 이해하려 합니다. 선의 속성과 얼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용서를 구하는 선, 용서하는 선, 기다... 이마르첼리노M 2025.04.02 182
1577 스무째 날: 생명의 한계 스무째 날: 생명의 한계 사람들 대부분은 우리 삶에서 진정한 한계는 우리가 죽음에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생명의 길이는 단순히 당신이 삶의 진가를 살고 있음... 김상욱요셉 2025.04.01 119
1576 꽃샘추위 그리고 마음의 겨울 꽃샘추위, 그리고 마음의 겨울   봄은 언제나 기대와 설렘으로 다가온다. 얼었던 대지를 녹이고 꽃봉오리가 부풀어 오르며 따스한 바람이 마음을 간지럽힌다. 그... 이마르첼리노M 2025.03.30 159
1575 삼위일체 하느님의 선에 참여하게 하는 앎 삼위일체 하느님의 선에 참여하게 하는 앎   외로움의 포로가 된 이들의 대부분은 자기를 지나치게 자아와 일치시켜 홀로 떨어진 존재라는 인식에서 나오는 독립... 이마르첼리노M 2025.03.19 157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 106 Next ›
/ 106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