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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온 누리에 평화

 

여기 정동 수도원 입구에 애지중지 돌보는 작은 무궁화 한 그루가 있습니다.

커다랗고 튼실한 나무로서 잘 자라주기를 희망하면서 거름과 매일 물주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지요.

그런데 한주간 연피정을 다녀 오니, "맙소사!" 작은 송충이들이 잎이란 잎은 몽땅 갉아 먹어치운 겁니다.

한 60Cm 정도 크기의 대만 달랑 남았으니, 이것이 더 이상 살 수 있으런지조차 의문입니다.

 

전체적으로 돌아가는 자연의 신비를 대할 때 보통 생명과 아름다움을 이야기하지만,

어린 무궁화 잎을 송두리채 갉아 먹어치운 송충이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아픈 마음이 오래 가시지 않는 겁니다.

 

하기사 지난 세월, 산 속 성거산에서 지냈을 때 같은 맥락의 경험이 되살아 납니다.

어느 할아버지가 손바닥만한 작은 무궁화 묘목 여러 그루을 주시어

좌우 올라가는 길섶에 심었더니 여간 잘 자라는 게 아니어서, 어서 꽃필날 만을 손꼽아 기다렸지요.

그런데 웬일인지 손가락만한 송추이들이 어디에서 생기는 건지, 매일 새벽마다 몇 마리씩 잡아주는 게 일과가 되었답니다.

그냥 놔두었다간 연한 잎을 싹쓸이할 테니까요.

그렇게 정성을 들여 그 해에는 물론 다음 해에는 갖가지 다른 모양의 화려한 무궁화꽃을 감탄스레 볼 수 있었지요.

가끔 그 무궁화들이 매년 꽃을 잘 피우고 있을까...그림을 그려보면,

워낙 송충이를 잘 타는 나무라 웬만큼 부지런하지 않으면...고개를 잘래잘래 흔들게 된답니다.

 

그런데 송충이는 뭐지요?

꽃의 꿀을 따려 작고 큰 날개짖을 하는 화려한 나비들의 전신이 송충이가 아닌가요?

나비들은 자신들의 후손을 잘 보존하도록 본능적으로 알과 송충이들이 잘 자랄 수 있는 나뭇 잎을 선택하게 되구요.

나비와 송충이와의 신비한 관계를 알게되면,

자연적으로 돌아가는 생명의 신비에 대하여 몰라도 너무 몰라 송충이는 죽여야 하고 무궁화 나무는 애지중지해야 하는

자연에 반하는 저의 애고(Ego)가 여지없이 드러나는 거지요. 동양적인 사고에 의하면, 무아(無我)의 경지를 견지하여

작고 큰 그런 아픔들조차 초월해야 한다고 도사님처럼 그럴 듯 하게 시치미를 뗄 수도 있겠고요.

 

어디 송충이로 생명의 경각에 이른 이 무궁화 뿐이겠나요?

그 자리 바로 옆엔 오래 전에(15년?) 수십년 자란 거목, 오동나무가 있었답니다.

제가 극구 반대했어도, 아니, 반이나 1/3정도 만이라도 남겨놓자 건의를 했어도

그 시절 원장님의 단호함에 의해 제가 외출한 날, 인정사정없이 베어버리게 된 거지요.

이유는 떨어지는 꽃과 잎이 지저분하고 눈에 거슬린다나요.

지금은 싹뚝 잘린 그 오동나무 커다란 밑둥이만 남아 있어 그 옆을 지나칠 적마다 죽은 그 나무의 유혼이

이렇게 독백을 되뇌일 것만 같답니다.

       "나, 오동나무 귀신... 그토록 오랜 세월 살다 간 생명이 안스러워 두고두고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그 주변을 맴돌고 있다오. 원귀되어 하루 아침 생명을 앗긴 설음을 주체하지 못하면서 말입니다!"

 

자고로 함부로 사람에게나 자연사물에게나 씻을 수 없는 깊은 아픔, 상처를 입히는 건...하느님 사랑에 등을 돌리는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왜 그런 말이 있잖아요?    어느 마을에 터줏대감같은 거목이 있으면 함부로 배어서는 안된다는...오랜 세월 견디어 온

그런 나무에 대한 생명 존중이라고 해야 할까요. 시골 마을에는 마을의 평화를 지켜주는 그런 거목에 대한 일화들이

한 두개쯤은 있어, 듣는 이들로 하여금 '전설따라 삼처리'같은 이야기들이 종종 회자되는 건 괜한 소리가 아니니까요.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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