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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너희를 미워하는 자들에게 잘 해 주고,

너희를 저주하는 자들에게 축복해 주며,

너희를 학대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오늘 복음의 주님 말씀을 읽으면서 상상을 해봤습니다.

어떤 모습으로 이 모든 말씀을 하셨을까?

눈을 감으시고 묵상시키듯이 말씀하셨을까?

계명을 선포하시듯 위엄을 갖추시고 말씀하셨을까?

이해를 시키려고 열변을 토하듯이 말씀하셨을까?

 

오늘 주님 말씀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도 또한 들었습니다.

이 많은 것들을 폭풍우 몰아치듯 말씀하시는구나!

이 엄청난 것들을 어찌 우리보고 실천하라고 하시는가?

 

이것들은 우리가 진정 실천할 수 있는 것입니까?

실천할 수 있는 것이기에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걸까요?

 

저는 실천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주님께서 가능하다고 생각하시기에 요구하시는 거겠지요.

 

여기서 제가 내린 결론은 이것입니다.

그에게 바라면 안 될 일이지만 하느님께 바라면 될 거다.

 

인간에게 바랄 것이 있고 그래서 인간에게 바란다면,

그것도 좋은 사람이길 바라고 내게 잘해주기를 바란다면

그가 내가 바라는 인간이 아니고 바라는 것과 반대로 할 때,

당연히 그는 내게 원수가 되고 용서할 수도 없을 겁니다.

 

그가 내게 성인이기를 바라는 사람은 원수를 피할 수 없고,

그리고 그가 내게 원수인 한에는 용서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사람에게 바라지 않고 원수까지 용서할 수 있겠습니까?

 

하나마나한 얘기인지 모르지만 인간에게 바라지 않기 위해서는

인간에게 바랄 것이 없는 내가 되어야 합니다.

바랄 것이 있는 나인데 바라지 않으려면 백이면 백 실패합니다.

그런데 인간에게 바랄 것이 없는 사람이라면 자족自足하는 사람입니까?

 

그렇습니다. 자족하는 사람은 남에게 바라지 않지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족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자족할 수 있는 비결을 불교 등 종교들에서 배우려고 합니다.

 

사실 그럴 수 있습니다.

불교를 잘 믿으면 인연에 매이거나 사람에게 집착하거나 하지 않고

그래서 사람에게 바라지 않고 자족하면 살 수 있고,

유교를 잘 믿어도 안빈낙도安貧樂道하며 자족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넘치는 사랑을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느님 사랑뿐이라는 것이

제 생각인데 그것은 자족이란 스스로 만족하는 것이고,

자기만 만족케 하는 것이지 자기만족을 넘어

넘치는 사랑은 아직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에 비해 하느님 사랑은 애초부터 자신의 만족을 구하지 않는데

그것은 하느님의 사랑을 사랑하는 사람은

만족이 없어도 되는 천사이기 때문이 아니라

사랑하는 순간 하느님의 사랑이 이미 자신을 충만케 하고

남도 그 하느님의 사랑으로 충만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간절히 자신에게 충고합니다.

사람에게 바라지 말고 하느님께 바라라!

원수를 굳이 사랑하려하지 말고 그저 하느님 사랑을 바라라!

아니, 원수를 사랑코자 한다면 억지로 사랑하려하지 말고 하느님께 바라라!

 

그리고 저는 시편 43편을 떠올립니다.

하느님께 바라라.

나 그분을 다시 찬송하게 되리라, 나의 구원, 나의 하느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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