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458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영혼을 연주하는 악기

 

사람의 감관은 하나의 악기다.

낱낱의 진동을 정밀히 받아 울리는 악기,

예민하고 예민하여 실바람 한 오리에도 소리 내는 악기,

늙지도 잠들지도 못하며 곤두서는 내 감성이여,

 

어설픈 글과 어설픈 음악

그리고 어설픈 재능으로 만지작거리며 영혼의 음률을 연주하는 악기,

 

술이 익듯이 어둠 속에서 지루한 발효를 거쳐야 맛을 낼 수 있다.

고뇌의 피가 아른아른 투명한 증류수가 되기까지

시간의 저류에 살을 대고 엎드려서

어설픈 노출의 감출 수 없는 살결을 드러내며

오늘도 한가락의 선율을 뽑아낸다.

 

내 정신은 명암의 회전을 거듭하여 아프고 시릴 때

몸을 가늠하는 일조차 실없이 어려워 하늘로 두 손을 모은다.

한 모금의 자비가 내 영혼을 일렁이며 지나간 뒤에야

조용한 평화가 졸음처럼 나른하게 찾아온다.

 

건반 위에 올려놓은 두 손은 가슴속의 언어를 음악으로 바꾼다.

아픔과 슬픔, 시린 가슴 열어

심연으로 내려갔다가 맑게 갠 날씨처럼 밝고

기운차게 차올랐다가 또 다시 평온한 들녘으로 가라앉는다.

음의 높낮이와 여럿의 화음들이 성당의 어둑한 조명 아래

기도가 되어 하늘로 울려 퍼진다..

내 심신과 오성의 감관을 모두 열어 혼신을 다하는 이 연주를 언제 마칠지 알 수가 없다.

다만 하루하루의 시간이 축복으로 다가오기를 소망할 뿐이다.

 

그렇다 나는 혼신을 다 할 뿐이다.

게으른 육신은 땀 흘리기를 싫어하지만

영혼과 육신을 길들이시는 부활하신 분의 영이 함께 계시니

엄마 곁에 노는 어린 아이처럼 초조할 것도, 두려울 것도, 불안해 할 것도 없다.

오늘도 그분 곁에서 내 놀이에 빠지고 싶다.

전신으로 연주하는 놀이를 좋아하실 거라는 믿음으로...

 

새해 새날이 밝아오는 아침,

투명한 악기처럼 맑고 깨끗한 소리를 내고 싶은 소망을 그분 앞에 내어놓는다.

연주자는 내가 아니다.

나는 악기일 뿐이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13 회상과 더불어 찾아온 삶의 무게 회상과 더불어 찾아온 삶의 무게 슬픈 식욕처럼 정신의 공복감 인색한 저울로 사람을 달아 따지는 몰이해의 사나운 돌팔매들이 남긴 상처가 잠을 깨웠습니다. ... 이마르첼리노M 2014.03.21 4265
612 새벽의 단상   새벽의 단상 바쳐서 얻으려는 행복 - 종교심 받아서 누리는 행복 - 신앙 이마르첼리노M 2014.03.20 3388
611 십자가의 길에서 십자가의 길에서   위로에서 버려진 이들 압도적인 우월감으로 그대에게 상처를 입힌 사람 중환자에게서 떠나듯이 그대의 연인이 그대를 버리고 떠난 사... 이마르첼리노M 2014.03.17 3102
610 자선은 자유를 주는 일 너의 행복이 나의 기쁨이다. 사람은 사랑 받기를 원한다. 이처럼 눈물겨울 수가 없다. 이때처럼 착하고 유순한 적이 없다. 그러나 이 일은 어림없는 허구요 현실... 이마르첼리노M 2014.03.15 2766
609 지지대 작업 2 T. 그리스도의 평화           두번째 잘 잘라야 한다는 것은   미련없이 과감하게 포기하는 단순함과   결단력 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처음의 ... 일어나는불꽃 2014.03.02 3199
608 힘이 없는 곳에 힘이 있습니다.  힘이 없는 곳에 힘이 있습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사랑하는 마음 안에 육화하시는 주님의 영께서 향유를 들고 다가오십니다. 자신의 연약함과 무력함으로 우리... 이마르첼리노M 2014.02.28 5004
607 발견 발견 지향의 순수성이 거의 없이 걱정과 근심만 낳는 무질서한 방법으로 사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하느님이 얼마나 개방적이고 얼마나 다가가기 쉽고 얼... 이마르첼리노M 2014.02.16 4330
606 아픔 뒤에는 아픔 뒤에는   공로와 업적을 자랑하는 사람에게서 흥분과 싸구려 칭찬을 빼고 나면 얼마나 외로운 것이랴   한 나라를 세웠다 하더라도 사람 ... 1 이마르첼리노M 2014.02.07 5014
605 사랑의 질량 사랑의 질량 농도야 말로 질량의 초점이다. 농도가 큰 善 농도가 큰 진실 함부로 말하기조차 못할 성질의 진하고 진한 농도 불의와 거짓과 왜곡을 견딘 힘의 원... 이마르첼리노M 2014.02.04 4869
» 영혼을 연주하는 악기 영혼을 연주하는 악기   사람의 감관은 하나의 악기다. 낱낱의 진동을 정밀히 받아 울리는 악기, 예민하고 예민하여 실바람 한 오리에도 소리 내는 악... 이마르첼리노M 2014.02.02 4582
603 죽음의 미학 죽음의 미학   견딤은 죽음이다. 기다림도 죽음이다. 죽기 전에 죽는 씨앗이다.     아버지의 침묵 아버지의 허용   측은한 눈빛 ... 이마르첼리노M 2014.02.01 5261
602 수련소 노트북 구합니다   수련자들이 강의 중 프레젠테이션, 더불어 살아가는 지역 공동체 강의와 그 외 행사에서 요긴하게 사용할 노트북을 필요로 합니다. 수련소에서 지금까지 사용해... 김상욱요셉 2014.01.29 4261
601 지금이 미래다. 지금이 미래다. “장사란 이익을 남기기보다 사람을 남기기 위한 것이다 사람이야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이윤이며 최대의 자산이다.” 라는 조선 후기의 ... 이마르첼리노M 2014.01.25 4359
600 지지대 작업 1 T.그리스도의 평화     작년 수련소에 소임으로 온지 얼마되지 않아    허물어져 가는 배수로를 막기위해   지지대를 만드는 작업을 하였다.   그... 일어나는불꽃 2014.01.16 4507
599 헤르만 헤세의 <성 프란치스코의 생애> &lt;수레바퀴 밑에서&gt;, &lt;데미안&gt;, &lt;시타르타&gt;, &lt;지와 사랑&gt;과 같은 불후의 작품들을 남기고 &lt;유리알 유희&gt;(1943년)로 194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헤르만 헤세(18... 고파울로 2014.01.12 5163
Board Pagination ‹ Prev 1 ... 54 55 56 57 58 59 60 61 62 63 ... 99 Next ›
/ 99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