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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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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계신 당신을 만나는 길

 

신비주의적 회심과 프란치스칸의 내적 가난

나는 오래도록 당신을 하늘 높은 곳에서 찾았습니다. 성스러운 성전의 깊은 침묵 속에서, 산꼭대기의 바람 속에서, 별들이 가득한 밤하늘 아래에서, 거룩한 전례와 아름다운 찬미 안에서 당신을 만나려 애썼습니다. 당신은 언제나 나보다 크신 분, 나보다 높은 분, 나와 한없이 멀리 떨어져 계신 초월의 하느님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끝없이 올라가야 했고, 더 많은 수행을 해야 했으며,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만 당신께 가까이 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내가 평생 걸어온 그 먼 길의 끝에서 당신은 조용히 미소 지으며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한 번도 너를 떠난 적이 없다. 너는 내 밖을 헤매었지만, 나는 언제나 네 가장 깊은 중심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비로소 깨닫습니다. 내가 당신께 다가간 것이 아니라 당신께서 언제나 나보다 먼저 나를 품고 계셨음을, 내가 당신을 찾은 것이 아니라 당신께서 나를 먼저 찾아오셨음을, 내가 당신을 사랑하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당신께서 나보다 먼저, 나를 사랑하고 계셨음을 깨닫습니다. 신비주의적 회심은 멀리 계신 하느님께 도달하는 일이 아니라, 이미 내 존재의 가장 깊은 곳에서 살아 계시는 하느님께 눈뜨는 사건입니다. 그것은 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존재의 깨어남이며, 밖으로 향하던 시선이 안으로 돌아오는 거룩한 귀향입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고백한 것처럼, 당신은 내 가장 깊은 곳보다 더 깊이 계시고, 내 가장 높은 곳보다 더 높이 계십니다. 당신은 나를 둘러싸고 계실 뿐 아니라 나를 존재하게 하시는 생명의 샘이십니다. 내가 숨을 쉬기 전에 이미 나를 숨 쉬게 하시는 분, 내가 사랑하기 전에 이미 사랑하고 계시는 분, 내가 기도하기 전에 이미 내 안에서 기도하고 계시는 분, 내가 당신을 찾기 전에 이미 나를 부르고 계시는 분이십니다. 당신은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시고,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시며, 나보다 더 나와 가까이 계시는 분입니다.

 

초월과 내재는 서로 대립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우주를 창조하시고 별들을 붙드시는 무한한 초월의 하느님이시면서도, 한 사람의 눈물 속으로 들어오시는 가장 가까운 임마누엘이십니다. 당신은 시간을 초월하시지만 내 하루의 가장 작은 순간 속에 머무르시고, 영원을 품고 계시지만 내 오늘의 식탁과 만남과 노동과 침묵 안에서 자신을 드러내십니다. 당신은 너무 크셔서 모든 것을 품으시고, 너무 가까우셔서 내 심장 박동보다 더 깊이 내 안에 머무르십니다.

 

이 깨달음 앞에서 내 자아는 서서히 왕좌에서 내려옵니다. 지금까지는 내가 당신을 위하여 살려고 했습니다. 내가 당신을 증명하려 했고, 내가 당신을 대신하여 세상을 바꾸려 했으며, 내가 선해져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내가 하는 일이 중심이 아니라 당신께서 나를 통하여 하시는 일이 중심이 됩니다. 내가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께서 사랑하시고, 내가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께서 용서하시며, 내가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말씀이 내 입술을 통하여 흘러나옵니다. 나는 주인이 아니라 통로가 되고, 목적이 아니라 도구가 되며, 빛이 아니라 빛을 통과시키는 투명한 창이 됩니다.

 

성프란치스코가 말한 내적 가난은 아무것도 가지지 못하는 비참함이 아니라, 모든 것을 하느님께 내어드리는 자유입니다. 그것은 자신을 비우는 슬픔이 아니라 하느님으로 채워지는 기쁨입니다. 나는 작아질수록 더 가난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 풍요로워지고, 내려갈수록 더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더 깊어지며, 놓아줄수록 잃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생명을 얻게 됩니다. 나의 비움은 당신의 충만을 위한 공간이 되고, 나의 침묵은 당신의 말씀이 울려 퍼질 성전이 되며, 나의 약함은 당신 능력이 머무르는 자리입니다.

 

비로소 나는 당신의 눈동자 속에 비친 나를 바라봅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나를 비교하고 평가하며 성공과 실패의 이름을 붙여 주었지만, 당신은 언제나 사랑받는 아들이로 나를 바라보셨습니다. 당신의 사랑은 집단을 향한 추상적인 사랑이 아니라, 세상에 나 하나만 있는 것처럼 나를 바라보시는 특별한 사랑입니다. 내 이름을 부르시는 당신의 목소리에는 다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유일성이 담겨 있습니다. 나는 당신 안에서만 비로소 참된 나를 만납니다. 당신은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시고, 그 사랑으로 나를 새롭게 변화시키십니다. 내가 변해서 사랑받는 것이 아니라 사랑받기 때문에 변화되는 것입니다.

 

이 사랑은 결코 나 안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당신을 내 안에서 만난 사람은 반드시 형제 안에서도 당신을 만나게 됩니다. 내 안에 머무시는 성령께서 형제 안에도 머무르고 계심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형제는 더 이상 나의 경쟁자가 아니라 당신께서 거처하시는 살아 있는 성전이 됩니다. 그의 기쁨은 나의 기쁨이 되고, 그의 눈물은 나의 기도가 되며, 그의 상처는 내가 품어야 할 그리스도의 상처가 됩니다. 사랑은 더 이상 윤리적 의무가 아니라 당신 생명의 자연스러운 흐름이 됩니다. 삼위일체 안에서 끊임없이 서로를 내어주시는 사랑이 우리의 관계 안에서도 작은 강물처럼 흐르기 시작합니다.

 

그때 하느님의 나라는 먼 미래의 약속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내 왕국이 무너질 때 당신의 나라가 피어납니다. 내 뜻이 물러날 때 당신의 뜻이 꽃피고, 내 집착이 내려놓일 때 당신의 자유가 흐르며, 내 두려움이 사라질 때 당신의 평화가 자라납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특별한 기적보다 관계 안에 흐르는 선의 힘이며, 형제를 통하여 당신을 만나고 형제에게 당신을 드러내는 사랑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일상은 가장 거룩한 성사가 됩니다. 식탁에서 나누는 한 조각의 빵, 조용히 건네는 미소 하나, 오래 참고 기다려 주는 침묵, 상처 입은 이를 품는 따뜻한 손길, 이름 없이 행하는 작은 선행 하나까지도 모두 당신께서 자신을 드러내시는 거룩한 현장이 됩니다. 더 이상 거룩함은 특별한 체험 속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평범한 하루가 영원이 되고, 오늘의 만남이 하늘나라가 되며, 형제와 함께 걷는 길이 곧 복음이 됩니다.

 

마침내 나는 아무것도 붙잡지 않습니다. 세상의 인정도, 명예도, 성공도, 영적인 체험조차도 붙잡지 않습니다. 오직 당신 한 분이면 충분합니다. 당신은 나의 충만한 선이시며, 나의 기쁨이시며, 나의 평화이시며, 나의 모든 것이십니다. 당신 안에서는 더 이상 부족함이 없고, 더 이상 비교도 없으며, 더 이상 두려움도 없습니다. 당신은 나를 통하여 세상을 사랑하시고, 나는 당신 안에서 모든 피조물과 형제가 되어 살아갑니다.

 

주님! 당신은 언제나 제 안에 계셨고 저는 평생 당신을 밖에서 찾고 있었습니다. 이제 저는 당신을 붙잡으려 하지 않겠습니다. 당신께서 이미 저를 붙들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저는 더 이상 제 삶의 주인이 아니라 당신 사랑의 도구가 되기를 원합니다. 당신께서 저를 통하여 보고, 듣고, 사랑하고, 용서하고, 기다리고, 일하시기를 원합니다. 저의 가난은 당신의 충만이 되고, 저의 겸손은 당신의 영광이 되며, 저의 침묵은 당신 말씀이 되고, 저의 삶은 당신 복음이 되게 하소서.

 

언제나 초월하시면서 언제나 내재하시는 주님! 제 안에 계신 당신이 형제 안에서 당신을 만나고, 모든 피조물 안에서 당신을 찬미하게 하소서. 세상의 어떤 피조물에도 집착하지 않고, 오직 충만한 선이시며 홀로 감미로우신 당신 한 분만으로 만족하게 하소서. 당신 안에서 시작된 사랑이 저를 통하여 세상 끝까지 흘러가게 하시고, 마침내 제 존재 전체가 한 편의 찬미가 되어 "지극히 높으시며 전능하시고 선하신 주님, 모든 찬미와 영광과 감사와 흠숭은 영원히 당신의 것입니다."라고 노래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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