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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타볼 산을 처음 올라 간 것은 10여 년 전일 것입니다.
참으로 아름답고 인상적이었습니다.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 체험이 없었더라도
베드로가 천막치고 계속 거기서 살자고 할 만한 곳이었습니다.
요 며칠 여름이 다 가기 전에 밤 등산을 한 번 더 가야지 생각했는데
어제 예수님의 변모 축일을 기해
타볼 산을 오르는 마음으로 북한산 밤 등반을 하였습니다.

저녁기도를 마치고 출발하여 부지런히 오르니
8시 40분에 목적지 문수봉에 도착하였습니다.
사 간 막걸리 한 잔에 목을 축이고
김밥으로 허기진 배를 채운 다음
저는 늘 하던 대로 하늘을 보고 누웠습니다.
화려하고 환상적인 야경의 서울이 저 아래에 있고
달은 가을이나 겨울과 달리 높이 있지 않고 친구처럼 옆에 있었습니다.
거기에 상쾌한 바람까지 너무도 좋았습니다.

제가 여름 밤 등산을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는
다른 어느 때보다도 바람이 상쾌하여
하늘 감상을 오래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집에 있으면 더워 아무 것도 못하고 짜증만 날 뿐인데
등산을 하면 땀 한 번 흠뻑 흘리고 난 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습니다.
그에 비해 겨울은 말할 것도 없고 봄이나 가을에도
산꼭대기 바람은 너무도 차 산 위에서 오래 머물 수가 없는데
여름 바람은 적당히 시원하여 원하는 만큼 머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베드로 사도가 자기도 모르게 속을 내보이듯
저도 너무 좋아 “아 좋다!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하고
속의 생각을 입술로 토해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문제요 화근이었습니다.
찰나적 영원으로,
아니 영원한 순간으로 그 좋음을 누렸으면 계속 누렸을 것을
계속 더 누리기를 바라고 그것을 입술로 토해내기까지 하자
하느님의 심술이 발동을 하였습니다.

평택 쌍용 자동차 사태가 그때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쌍용 자동차 노동자들은
전기도 끊기고 물도 끊긴 상태에서
먹고 살기 위해 생명을 걸고 싸우고 있는데
나는 이렇게 산 위에서 좋음을 즐기고,
이 정도로 부족하여 더 즐기려고 하는가 하는 생각이
제 마음 속에 들어와 앉았습니다.
밀쳐내려고 해도 그 생각이 나가지 않고
얼른 산을 내려가라고 다그치는 소리가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달려가지는 못해도 적어도 희희낙락하지는 말라는 것.

늘 그러합니다.
우리는 좋은 것에 머무르려 하는데
주님은 나를 따라 오라고 하십니다.
하늘을 버리고 땅으로 오신 주님은
타볼 산에서 해골 산으로 가시며
당신을 따라
좋은 것을 좋아하는 것에서
수난을 사랑하는 것으로 우리가 옮아가라고 재촉하십니다.

그래서 산을 오를 때는 수요일 영광의 신비 묵주 기도를 바쳤는데
내려 올 때는 고통의 신비를 묵상하며 내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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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삐에트로 2009.08.06 11:40:11
    인간이 사는 세상살이에서
    나와 하나 다르지 않는 같은 사람하나가
    고통받으며 신음하면서 억압중에
    때로는 죽어 나가는 현실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누구도 예외없이
    그렇게 되도록 조장한
    공범이고 죄인입니다.

    아무리 성인군자답게 산다해도
    그런일로 해서
    그 역시 죄인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여겨집니다.

    사람과 사람사이를
    나와 너를 구별짓는 한에서는
    더욱이 그렇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보고 또 생각을 해 보아도
    사람들이 널부러져 가는 일을
    가만히 두고 본다는 것은
    너무도 큰 아픔이며 슬픔입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나만 구원되기 위해
    나만의 평화와 만족을 위해
    나만의 믿음만을 위해
    살아가는 일은
    아니라 생각됩니다.

    우리는 죽어도 함께 죽고
    살아도 함께 살려는
    사람에 대한 사랑과 연민과 배려의
    마음이 없는한
    세상은
    아니 우리 인간들 모두는
    가식이고 형식이며
    위선의 삶일뿐입니다.

    그래도 늘 희망은 남아 있습니다.
    말없이 뒤켠에서 슬픔과 고통에 함께 하는
    사람들때문입니다.
    그런분들의 작은 노력과 희생이
    어두운 세상에 빛이니
    세상은 살만합니다.
  • ?
    홈페이지 허밍 2009.08.06 11:40:11
    주님과 함께 걸어가는것이 무엇인지 알게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
    홈페이지 나그네 2009.08.06 11:40:11
    "전기도 끊기고 물도 끊긴 상태에서
    먹고 살기 위해 생명을 걸고 싸우고 있는데
    그들에게 달려가지는 못해도 적어도 희희낙락하지는 말라는 것."

    같은 하늘 아래 그들이, 그토록이나 처절한 고통을 겪고 있는데,
    우리는 내 일 아니라고, 나 몰라라 합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을 외치는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침묵을 지킬 뿐 아니라
    관심조차 두지 않습니다.

    신부님의 마음씀이 이 아침,
    위로가 됩니다.
  • ?
    홈페이지 요셉 2009.08.06 11:40:11
    그렇습니다.
    좋음의 순간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것이
    어찌, 당쇠님만이 갖는 느낌이겠습니까요.
    아니, 오히려 위안이 되고
    함께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어서 행복한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늘을 버리고 땅으로 오신 주님의 발자취를 따르기 위해선,
    우리에게도 타볼 산의 기적 체험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마음이 맑은 사람을 만나면
    나도 따라 마음이 맑아지고
    나의 맑음이 또 다른 사람의 마음을 맑게 하는 기적체험 말입니다.
    그런 하루가 되도록 마음을 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
    홈페이지 뭉게구름 2009.08.06 11:40:11
    이 지상에서
    우리 주님의 십자가 수난을 보여 주시고
    주님의 부활 영광을 보여 주시는
    당쇠 신부님께 감사 드립니다.

    어젯 밤 구름 사이로 보이는 보름 달이 아름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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