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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쇠 2008.12.30 05:04

12월 30일-세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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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마무리할 즈음이면 묘한 감상적 허무주의에 빠집니다.
빠진다는 표현이 너무 부정적이라면 즐긴다 함이 좋을 듯합니다.
결국 지나가고 마는 것을
뭐 그리 대단한 것인 양
뭐 그리 조바심하고
뭐 그리 집착하고
뭐 그리 열을 내었는지
약간은 우습게 여기기도 하고
약간은 허탈해하기도 하면서
그것들을 놓아버린 해방감과 자유를 즐기고
그것들을 털어버린 후련함을 즐깁니다.

30년도 더 전 대학 시험을 치를 때입니다.
저는 집중력이 꽤 강한 편입니다.
하여 저의 공부는
수업 시간에 집중해서 열심히 듣는 것이 거의 전부입니다.
예습이나 복습이라는 것도 별로 없고 노트를 하지도 않지요.
그런데도 1등을 곧잘 하고는 하였기에
방자한 마음과 젊은 날의 치기로
대학 시험을 조롱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세상이 대학 합격을 그렇게 중요시 하고
다른 친구들은 대학 들어가기 위해 그렇게 매달리는데
나는 그 대학을 일부러 떨어지기로 마음먹고
친구들을 꼬셔서 시험 보는 날 술을 같이 먹고 시험을 치렀습니다.
모두 떨어졌고 저도 당연히 떨어졌지만 하나도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공부할 생각이 없어 한 해를 거의 다 허비하다가
시험을 50여 일을 앞두고
한 번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공부를 하였습니다.
마음을 먹으니 精神一到 何事不成이라고
하루에 한 시간만 자도 피곤하지가 않았고
읽는 대로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40여 일만에 해야 할 공부 다 하고는 책을 덮었습니다.
그리고는 며칠 남은 날을 같이 재수하는 친구들을 다시 꼬셔서
들로 산으로 다녔습니다.
친구들은 불안해하면서도
시험에 초연할 수 있어야 시험을 더 잘 본다는
저의 말에 끌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행동을 같이 하였습니다.
그때 저는 친구들을 성당으로 데리고 가서 코헬렛서를 들려주었습니다.
“헛되고 헛되다. 세상만사 헛되다.
사람이 하늘 아래서 아무리 수고한들 무슨 보람이 있으랴!
지금 있는 것은 언젠가 있었던 것이요
지금 생긴 일은 언젠가 있었던 일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있을 리 없다.”
이것이 그때나 지금이나 세상사를 우습게 보는 근거이고
제가 이 세상사에서 승리를 하고 성공을 하려고 할 때마다
그리고 욕심을 부릴 때마다 떠올리는 것이 이 구절입니다.
그리고 요한의 오늘 편지도 떠올립니다.
“여러분은 세상도 또 세상 안에 있는 것들도 사랑하지 마십시오.
누가 세상을 사랑하면, 그 사람 안에는 아버지 사랑이 없습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 곧 육의 욕망과 눈의 욕망과 살림살이에 대한 자만은 아버지에게서 온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온 것입니다.
세상은 지나가고 세상의 욕망도 지나갑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은 영원히 남습니다.”

우리의 인생은 그렇게 감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가벼운 것도 아니고
욕망으로 살아가서도 아니 되는 소중한 것입니다.
열심히 치열하게 이 세상 안에서 살아야 되지만
천상을 갈망하며 살아야 하는 거룩한 것입니다.

요 며칠 사이 가슴 아픈 두 탈북자를 만났습니다.
하나는 하나원을 갓 나와
이제 한국 사회 정착을 시작하는 36세의 남자인데
넘어오는 과정에서 아들을 강물에 떠나보냈습니다.
다른 하나는 아직 하나원에 있는 50대의 남자인데
이분 역시 배를 타고 넘어오다 인천 앞 바다에서 큰 파도에 배가 뒤집혀
같이 오던 사람은 죽고
자기는 밧줄로 몸을 배에 묶어 간신히 살아났습니다.
이들에게 삶이란 만족한 삶이냐 아니냐
행복한 삶이냐 아니냐를 한가하게 따질 수 없을 정도로
처절한 현실입니다.
살아있다는 것, 그것이 곧 행복이고
살아있기에 열심히 살아야 하는 삶일 뿐입니다.
이분들 앞에서 옷깃을 여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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