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치운쿨라에서 드리는 작은자의 기도
주님, 저희를 다시 세상 속으로 보내 주소서. 세상의 고통을 두려워하여 안전한 성당과 공동체 안에만 머물려 했던 저희를 용서하소서. 기도를 세상에서 도망치는 피난처로 만들고, 관상을 다른 이의 울음을 보지 않아도 되는 눈가리개로 삼았던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당신께서는 높은 곳에 머물지 않으시고 저희의 몸과 역사와 상처 안으로 들어오셨으니, 저희도 육화하신 말씀을 따라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 속으로 들어가게 하소서. 가난한 이의 빈손을 피하지 않게 하시고, 병든 이의 느린 시간에 함께 머물며, 상실한 이의 눈물을 서둘러 닦으려 하지 않고 그가 울 수 있도록 곁을 지키게 하소서.
저희가 세상의 구원자인 것처럼 행동하지 않게 하시고, 이미 모든 곳에서 일하고 계시는 당신의 선하심을 알아보게 하소서. 저희가 하느님을 가져가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 계시는 당신을 발견하는 겸손한 순례자가 되게 하시며, 사람들의 삶과 가난과 지혜에서 새롭게 복음을 배우게 하소서.
저희의 입이 평화의 도구가 되게 하시고, 날카로운 말과 소문과 조롱으로 사람의 존엄을 무너뜨리지 않게 하소서. 저희의 귀가 말할 곳 없는 이의 이야기를 듣고, 저희의 손이 굶주린 이에게 빵을 건네며, 저희의 발이 외롭고 소외된 이를 찾아가게 하소서. 저희의 시간과 공간과 재능이 자신을 보호하는 성벽이 아니라 지친 이가 머물 수 있는 작은 포르치운쿨라가 되게 하소서.
주님, 저희를 평화의 사람으로 만들어 주소서. 갈등을 피하는 거짓 평화에 머물지 않고, 진실을 말하되 사랑을 잃지 않으며, 불의에 맞서되 미움의 방식을 닮지 않게 하소서.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승리보다 관계가 다시 살아나는 화해를 선택하게 하시고, 서로 적대하는 이들 사이에서 작은 다리가 될 용기를 주소서.
다름을 두려워하지 않고, 생각과 종교와 문화와 세대가 다른 사람의 얼굴 안에서도
당신의 형상을 알아보게 하소서. 저희가 먼저 판단하지 않고 듣게 하시며, 논쟁에서 이기기보다 서로를 이해할 공간을 만들게 하소서.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을 멀리 있는 이상으로 미루지 않고, 오늘 저희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에게서부터 시작하게 하소서. 그의 잘못을 정당화하지 않되 그를 당신의 사랑 밖으로 밀어내지 않게 하시며, 미움이 저희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지 못하게 하소서.
주님, 모든 피조물과 다시 형제자매가 되게 하소서. 태양과 달과 별과 바람과 물과 불과 땅 안에서 당신의 넘치는 선하심을 바라보게 하시고, 피조물을 저희 욕망을 채우는 소유물로만 대하지 않게 하소서. 필요한 만큼만 가지고, 덜 소비하며, 더 오래 사용하고, 기꺼이 나누는 가난을 살아 다른 생명과 미래 세대가 살아갈 몫을 남겨 주게 하소서.
저희의 식탁과 소비와 이동과 일상의 선택이 공동의 집을 돌보는 찬미가 되게 하시고, 피조물의 신음과 가난한 이들의 울음이 하나의 고통임을 알아듣게 하소서. 저희가 자연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편리함과 탐욕을 포기하지 않는 모순에서 벗어나게 하시며, 작은 절제와 돌봄으로 상처 입은 창조 세계를 어루만지게 하소서.
주님, 저희 공동체가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닫힌 집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열린 포르치운쿨라가 되게 하소서. 가난한 이가 자신의 부족함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실패한 이가 다시 시작할 수 있으며, 신앙에 의문을 품은 이도 두려움 없이 질문하고, 상처 입은 이의 목소리가 침묵당하지 않는 집이 되게 하소서.
사람들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지 않고 저희가 먼저 그들의 삶으로 걸어가게 하시며, 병원과 거리와 시장과 일터와 외로운 방에서 당신의 함께 계심을 드러내게 하소서. 저희가 모든 답을 가진 사람처럼 행동하지 않고, 듣고 배우며 함께 길을 찾는 작은 형제가 되게 하소서.
세상의 질문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시고, 비판 속에서도 저희를 회심으로 부르시는
당신의 음성을 듣게 하소서. 저희가 복음을 강요하지 않고 삶으로 초대하게 하시며, 말보다 먼저 사랑하고 주장보다 먼저 환대하게 하소서. 주님, 작은 몫에 충실하게 하소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낙심하지 않고, 오늘 저희에게 맡겨진 한 사람과 한 자리와 한 행동을 사랑으로 받아들이게 하소서. 한 사람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한 끼의 빵을 나누며, 한 번 먼저 사과하고, 한 그루의 나무를 심으며, 한 생명의 존엄을 지키는 작은 몫을 가볍게 여기지 않게 하소서.
저희가 큰일을 이루려는 욕망 때문에 오늘의 작은 사랑을 놓치지 않게 하시며,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당신께서 맡기신 자리에 오래 머물게 하소서. 결과를 소유하려 하지 않고, 씨를 뿌린 뒤 자라게 하시는 당신을 신뢰하게 하소서. 사랑했으나 변화가 보이지 않을 때에도, 평화를 위하여 애썼으나 갈등이 계속될 때에도, 선을 행했으나 오해받을 때에도 십자가의 신비를 믿고 충실하게 하소서.
저희가 사람의 변화 속도를 통제하지 않고, 당신의 긴 시간을 신뢰하며 기다리게 하소서. 주님, 사명의 길에서 지치지 않게 하소서. 모든 것을 저희가 책임져야 한다는 교만에서 벗어나고, 세상의 주인이 당신이심을 믿으며 멈추고 쉬고 기도할 줄 알게 하소서.
세상으로 나갔다가 다시 포르치운쿨라로 돌아와 말씀을 듣고 형제들과 빵을 나누며, 받은 상처와 실패를 당신께 맡기게 하소서. 기도와 형제성과 사명이 서로 떨어지지 않게 하시며, 기도가 사랑이 되고, 형제성이 파견이 되며, 세상에서 만난 모든 얼굴이 다시 기도로 돌아오게 하소서.
저희가 활동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고, 침묵 속에서 세상을 잊지 않으며, 기도하는 사람이기보다 기도가 되고, 평화를 말하는 사람이기보다 평화가 되며, 복음을 설명하는 사람이기보다 세상 속에 살아 있는 복음이 되게 하소서.
성 프란치스코의 선종 800주년이 지나간 성인을 기념하는 행사로만 머물지 않고 오늘의 나병 환자를 껴안고, 오늘의 무너진 집을 다시 세우며, 오늘의 적대의 경계를 넘어가는 새로운 회심의 시간이 되게 하소서.
저희의 공동체와 교회가 상처 입은 세상 위에 군림하는 높은 성이 아니라, 누구든지 들어와 쉬고 다시 희망을 얻어 길을 떠날 수 있는 작고 가난한 포르치운쿨라가 되게 하소서. 세상의 어둠을 보면서도 찬미를 잃지 않게 하시고, 악의 힘을 정직하게 바라보면서도 당신의 선하심이 더 깊다는 믿음을 지키게 하소서.
한 아이의 웃음과, 병든 이를 돌보는 손과, 가난한 이들이 서로 나누는 빵과, 적대하던 이들이 다시 건네는 인사와, 상처 입은 땅에 심는 작은 나무 안에서 새로운 창조를 이루시는 당신을 보게 하소서. 저희의 눈을 맑게 하여 세상 안에 숨어 있는 선을 발견하고, 그 선이 자라도록 저희 자신을 내어주게 하소서.
손에는 아무것도 움켜쥐지 않고, 마음에는 복음을 품으며, 곁에는 형제와 함께하고,
입술에는 평화를 담아 세상 속으로 걸어가게 하소서. 세상을 정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기 위하여, 사람을 변화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 곁에서 먼저 변화되기 위하여, 우리의 이름을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의 선하심이 흐를 작은 길이 되기 위하여 세상 속으로 나아가게 하소서.
복음이면 충분하고, 형제면 충분하며, 당신께서 함께 계시면 충분하다는 믿음으로 작은 몫을 기쁘게 살아가게 하소서. 다시 복음으로, 다시 형제성으로, 다시 세상 속으로. 이 세 길이 저희 안에서 하나가 되어 기도가 몸을 얻고, 형제성이 세상으로 흘러가며, 세상의 모든 눈물과 기쁨이 다시 당신께 드리는 찬미가 되게 하소서.
그리고 언젠가 저희의 지상 여정이 끝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당신 앞에 서는 날,
저희가 세상을 소유하려 하지 않고 세상을 사랑하기 위하여 걸어갔다고, 큰일을 이루지는 못했어도 맡겨진 작은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한 사람의 눈물 곁에 머물고 한 생명의 존엄을 지키며 한 번이라도 평화의 길을 선택했다고 고백할 수 있게 하소서.
저희 자신이 세상 한가운데 세워진 작고 가난하고 열린 포르치운쿨라가 되어, 누구든지 저희를 통하여 당신의 자비와 평화와 함께 계심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게 하소서. 그리고 오늘도 다시 저희를 보내 주소서. 복음의 길로, 형제의 곁으로, 피조물의 신음 속으로, 상처 입은 세상의 한가운데로,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사랑하는 작은 형제로 보내 주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