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151 추천 수 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편한 멍에와 가벼운 짐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마태오 11,30 묵상)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는 말씀은 짐이 없는 삶을 약속하신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누구나 짐을 지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인정하시면서, 그 짐을 어떻게 지고 가야 하는지를 알려 주시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흔히 짐 자체 때문에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를 더 지치게 만드는 것은 짐의 무게보다도 그것을 혼자 지고 가려는 마음입니다.

 

가정 안에서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마음에 걸려 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공동체 안에서 이해받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 병고의 아픔, 미래에 대한 불안,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우리의 어깨를 누릅니다. 그런데 같은 상황 속에서도 어떤 이는 평화를 잃지 않고, 어떤 이는 무너집니다. 차이는 짐의 크기가 아니라 그 짐을 누구와 함께 지고 가느냐에 있습니다. 예수님의 멍에는 겨릿소의 멍에와 같습니다. 어린 소는 모든 무게를 감당하지 않습니다. 경험 많고 힘센 소가 대부분의 무게를 지고, 어린 소는 그 곁에서 발을 맞추며 걸어갈 뿐입니다.

 

신앙은 내 짐을 없애 달라고 청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과 보조를 맞추어 걷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칸 영성에서 말하는 내적 가난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내가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내가 옳아야 한다는 집착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모든 관계를 내 뜻대로 통제하려는 욕망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겸손은 자신을 낮추는 행위 이전에, 하느님께서 일하실 자리를 내어 드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때는 침묵하는 것이 짐을 가볍게 합니다. 용서하는 것이 짐을 가볍게 합니다. 또 사과하는 것이 짐을 가볍게 합니다. 포기해야 할 것을 포기하는 것이 짐을 가볍게 합니다.

 

우리의 고통은 종종 십자가 자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를 거부하는 데서 더 커집니다. 우리가 경험으로 알듯이 가장 무거운 십자가는 '어쩔 수 없이, 마지못해, 할 수 없이, 지는 십자가입니다. 예수님은 십자가를 없애 주지 않으셨습니다. 대신 십자가를 함께 지셨습니다.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이 슬픔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이유도, 갈릴래아 호숫가의 베드로가 실패와 죄책감에서 회복될 수 있었던 이유도, 그들의 짐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부활하신 주님께서 곁에 계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볍다."는 말씀은 사실 이런 뜻에 가깝습니다. "너는 혼자가 아니다." 네가 넘어질 때 내가 함께 일어나 주겠다. 네가 울 때 내가 함께 울겠다. 네가 길을 잃을 때 내가 길이 되어 주겠다. 네가 짐에 눌려 주저앉을 때 내가 그 짐의 무게를 함께 지겠다.

 

신앙은 무거운 짐이 사라지는 기적이 아니라, 그 짐을 함께 져 주시는 분을 발견하는 은총입니다. 그리고 어느 날 뒤돌아보면, 짐이 가벼워진 것이 아니라 짐을 지고 가는 내가 그분의 사랑 안에서 새로워졌음을 알게 됩니다. 그때 우리는 비로소 깨닫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짐이 없는 세상이 아니라, 무거운 짐을 함께 져 주시는 주님과 동행하는 삶 속에 이미 와 있다는 것을.

 

하느님은 삼위일체 관계적 사랑이시고 나는 그분으로부터 사랑받고 있으며 사랑받음에 응답하기 위하여 내 자유를 도구적 존재로 내어드릴 때마다 부할하신 주님의 영께서 내 안에서 일하십니다. 그러므로 편한 멍에와 가벼운 짐은 사랑받음으로부터 나오는 믿음의 현장, 관계의 현장에서 경험하는 하느님 나라의 실재입니다. 하느님 나라의 학교는 온유하고 겸손하신 예수님으로부터 배우는 사랑의 학교입니다. 이 학교에서 배우는 학생들은 예수님이라는 사랑의 거울을 매일 들여다보며 자신을 살핍니다. 성프란치스코와 성녀 글라라는 그 학교에서 가난하고 겸손하신 그리스도를 닮으려다 그분처럼 되신 분들입니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86 길을 내는 사람이 태어난 날에 (세례자 요한 탄생 대축일) 길을 내는 사람이 태어난 날에   길을 내는 요한, 길이신 예수님, 그리고 길이 되어 가는 사람 세례자 요한은 광야에 서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외면하던 빈 들판... 이마르첼리노M 2026.06.24 97
1885 걱정과 통제의 경계 걱정과 통제의 경계   걱정이 지나치면 통제가 되고, 통제가 지나치면 관계는 숨이 막히기 시작합니다. 사랑은 상대를 살리기 위해 시작되었는데, 어느 순간 상대... 이마르첼리노M 2026.06.24 102
1884 故 박라우렌시오 형제를 떠나보내며 (고별시)   故 박수종 라우렌시오 형제를 떠나보내며   먼저 떠난 형제에게   형제라는 이름 아래 함께 해온 날들 그 긴 여정에서 형제를 떠 올리며 지난날들을 회상해 ... 이마르첼리노M 2026.06.23 178
1883 내 눈의 들보를 빼내려면? 내 눈의 들보를 빼내려면?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덮어두었던 '내 눈 속 들보'의 구체적 진실은, 결국 나를 보호하기 위해 겹겹이 쌓아 올린 ‘위선과 아집의 ... 이마르첼리노M 2026.06.22 157
1882 오늘에 집중하기 오늘에 집중하기   마태오 복음서 6장 31절에서 34절까지의 말씀은 종교를 떠나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도 참 깊은 울림과 위로를 주는 구절입니다.​이 말... 이마르첼리노M 2026.06.20 178
1881 이중 충실성의 함정과 하느님 안에서 누리는 자유 이중 충실성의 함정과 하느님 안에서 누리는 자유   하느님 나라와 내 왕국, 공존할수 없는 나라 그러므로 이중 충실성은 함정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산상설교에... 이마르첼리노M 2026.06.20 152
1880 하느님 나라를 보물로 발견한 사람 하느님 나라를 보물로 발견한 사람   마음이 머무는 곳, 보물 (21절)​“ 너의 보물이 있는 곳에 너의 마음도 있다.&quot;​우리가 시간과 재정, 그리고 에너지를 가장 ... 이마르첼리노M 2026.06.19 149
1879 도구적 존재로서 바치는 주님의 기도 도구적 존재로서 바치는 주님의 기도   “너희는 기도할 때에 다른 민족 사람들처럼 빈말을 되풀이하지 마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해야 들어 주시는 줄로 생각한다.... 1 이마르첼리노M 2026.06.18 112
1878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   “자선과 기도와 단식은 숨어서 해라 숨은 일도 보시는 하느님께서 갚아주실 것이다.” 이 말씀은 마태오 복음 6장에서 가르친 내용입... 이마르첼리노M 2026.06.17 155
1877 인간이 하느님의 완전성을 닮는다는 것은? 인간이 하느님의 완전성을 닮는다는 것은?  &quot;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quot;(마태 5,48)    완전함이란 흠이 없... 1 이마르첼리노M 2026.06.16 147
1876 나봇의 포도밭과 인간의 탐욕 나봇의 포도밭과 인간의 탐욕   나봇의 포도밭 이야기는 성경 열왕기상 21장에 등장하는 사건으로, 인간의 끝없는 탐욕과 권력의 남용, 그리고 그로 인한 파멸... 이마르첼리노M 2026.06.15 120
1875 무상적 시혜와 보편적 자비 무상적 시혜와 보편적 자비   하느님의 무상(無償)적 사랑 무상(無償)이라는 말 그대로 하느님의 은총은 대가 없이, 조건 없이, 먼저 주어집니다. 우리는 흔히 ... 1 이마르첼리노M 2026.06.14 105
» 편한 멍에와 가벼운 짐 편한 멍에와 가벼운 짐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마태오 11,30 묵상)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quot;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quot;는 말씀은 짐이 ... 이마르첼리노M 2026.06.13 151
1873 공존할 수 없는 두 나라에서 (2026, 6, 11 복음 묵상) 공존할 수 없는 두 나라에서 (2026, 6, 11 복음 묵상)   &quot;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quot; (마태 10,8) 이 말씀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은총, 사랑, 그리고 치유의 ... 이마르첼리노M 2026.06.11 154
1872 누가 의인인가? 누가 의인인가?   “의인에게는 빛이 솟아오르고, 마음 바른 이에게는 기쁨이 솟나이다.” (시편 97[96],11) 이 말씀은 하느님께 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의 내면에... 이마르첼리노M 2026.06.11 102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 129 Next ›
/ 129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