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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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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갈릴래아에서 부활의 신비를 만나다.

 

관계 안에서 드러나는 살아 계신 주님의 현존

부활하신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갈릴래아로 가라고 하신 그 말씀은, 어떤 새로운 장소를 향한 명령이 아니라 이미 우리가 살아내고 있는 자리로 돌아가라는 초대입니다. 그것은 하느님을 특별한 곳에서만 찾으려는 우리의 습관을 벗겨내고, 이미 그분이 머물고 계신 자리, 곧 우리의 삶 자체로 눈을 돌리게 하는 부르심입니다. 갈릴래아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그곳은 오늘 우리가 서 있는 자리, 숨 쉬고, 관계 맺고, 때로는 지치고, 다시 일어나야 하는 일상의 현장입니다.

 

1. 가장 익숙한 자리에서 시작되는 계시

갈릴래아는 제자들의 일상이었습니다. 그들은 그곳에서 그물을 던지고, 손에 물 냄새를 묻히며, 서로의 얼굴을 보며 살아갔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그 화려하지 않은 자리로 다시 오셨습니다. 이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해줍니다. 하느님은 특별한 순간에만 드러나는 분이 아니라, 이미 반복되는 순간 안에 스며들어 계신 분이라는 것을. 아침에 건네는 한 마디 인사, 아무렇지 않게 내어주는 한 잔의 물, 말없이 곁에 앉아주는 침묵의 시간, 말없이 상대방의 필요를 채우려는 몸짓과 환대, 그 모든 것이 단순한 일상이 아니라 부활하신 주님의 현존이 스며드는 자리입니다. 프란치스코가 깨달았던 것도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그는 성전이 아니라 길 위에서, 설교가 아니라 만남 속에서, 하느님을 알아보았습니다.

 

2. 실패의 자리에서 피어나는 부활

갈릴래아는 단순한 고향이 아니라 제자들의 부끄러운 기억이 남아 있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그곳에서 부르심을 받았고, 또 그 부르심을 저버렸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그 실패의 자리로 그들을 다시 부르셨습니다. 이것이 부활의 신비입니다. 부활은 완벽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보상이 아니라,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게 하는 은총입니다. 우리가 외면했던 관계, 말하지 못한 상처, 쌓여버린 침묵과 오해, 그 자리로 다시 걸어 들어갈 때, 우리는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주님께서 이미 그곳에 먼저 가 계셨다는 사실을. 용서는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부활의 방식입니다. 다시 말을 건네는 용기, 먼저 손을 내미는 낮아짐, 설명보다 이해를 선택하는 태도, 그 모든 것이 죽음을 통과한 사랑, 곧 부활의 삶입니다.

 

3. 낮은 곳에서 흐르는 하느님의 생명

갈릴래아는 중심이 아니라 주변이었고, 권력이 아니라 가난이 머물던 자리였습니다. 주님께서 그곳으로 가라고 하신 것은 하느님의 시선이 향하는 방향을 우리에게 다시 가르쳐 주시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항상 아래로 흐릅니다. 고통받는 이에게, 외로운 이에게, 말없이 무너져가는 이에게, 그곳이 바로 부활이 시작되는 자리입니다. 누군가를 위해 정성껏 음식을 준비하는 손, 지쳐 있는 이를 위해 말없이 곁을 지켜주는 시간,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흘리는 눈물과 기도, 이 모든 것은 작은 일이 아니라 하느님의 생명이 흐르는 통로입니다. 프란치스칸의 작음은 자기를 낮추는 윤리가 아니라 하느님의 흐름에 자신을 내어주는 존재 방식입니다. 우리가 작아질수록, 그분의 사랑은 더 크게 흐릅니다.

 

4. 관계 안에서 완성되는 부활

부활은 사건이 아니라 관계입니다. 그것은 혼자 체험하는 신비가 아니라 서로를 통해 드러나는 생명입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바라볼 때, 그를 판단이 아니라 연민으로 이해할 때,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관계를 살리는 선택을 할 때, 그 순간, 우리는 이미 부활 안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이 약속은 미래의 위로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의 현실입니다.

 

맺는 기도

주님,

제가 멀리서 당신을 찾지 않게 하소서.

이미 제 곁에 와 계신 당신을

알아보게 하소서.

제가 살아가는 이 평범한 하루가

당신을 만나는 갈릴래아가 되게 하시고,

제가 맺는 모든 관계가

부활이 피어나는 자리 되게 하소서.

제가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당신의 사랑이 흘러가게 하는

작은 도구가 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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