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독서와 복음의 바오로와 주님 모두 비장하십니다.
비장(悲壯)이란 말 그대로 슬프면서도 씩씩하고 굳센 것입니다.
두 분 모두 세상 하직할 때가 되었고 사랑하는 이들과 헤어지기에 슬픕니다.
두 분 모두 지금까지 “무엇 하나 빼놓지 않고”
모두 다 주고 모두 다 알려준 사랑하는 이들과 헤어지니 슬프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슬픔에 머물러 있지 않고 씩씩하고 굳셉니다.
과거에 마냥 머물러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미래가 기다리고 있고,
새로운 길을 씩씩하게 가야 합니다.
하직을 고하고 헤어지는 것이 너무 섭섭하고 슬프면
새로운 길을 갈 수 없으니 부러 더 씩씩해야 합니다.
여기서 저는 저도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저를 돌아보게 되는데,
지금의 저를 솔직히 보면 씩씩함보다는 두려움이 더 큽니다.
멀리 있던 고통과 죽음이 나이를 먹음과 함께 그리고
가까운 분들의 고통과 죽음과 함께 가까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고통과 죽음을 사랑 없이 맞이하면 이렇게 되고
하느님 없이 맞이하면 이렇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 안에 사랑이 있어야 하고 하느님이 계셔야 하는데
우리 안에 계셔야 할 사랑의 하느님이 바로 성령이십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이제 나는 성령께 사로잡혀 예루살렘으로 가고 있습니다.
다만 투옥과 환난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성령께서 일러 주셨습니다.
그러나 내가 달릴 길을 다 달려 주 예수님께 받은 직무, 곧 하느님 은총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다 마칠 수만 있다면, 내 목숨이야 조금도 아깝지 않습니다.”
성령 강림 대축일 앞두고 바오로 사도의 이 말씀에 도전과 자극을 받아
앞으로 닥칠 모든 것을 두려움 없이 사랑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기를,
바오로 사도처럼 성령에 사로잡히게 되기를 어제에 이어 오늘도 비는 우리입니다.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