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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에서 쓴 묵상 글 5

 

7. 봄비 내리는 날

 

산안개가 길게 웨딩드레스를 끌고 신랑을 만나러 바다로 간다.

 

종일토록 내리던 비는 꽃잎으로 땅에 카펫을 깔아놓고

초록빛 연지곤지를 찍고 사랑하는 임의 마중을 나간다.

 

느티나무 연초록 나뭇가지 아래

하얀 속살을 뽐내려고

흰색 블라우스의 앞 단추를 조금 풀어놓았다.

 

튤립들은 입을 크게 벌리고 하품한다.

때 이른 논에는 못자리판을 깔고

농부의 얼굴에 흘러내린

땀방울이 땅에 뚝 떨어진다.

 

육묘장의 소녀들은

벌써 시집을 가고

목단 향기 그윽한 뜰 안에

잔디들도 기지개를 켜고 일어선다.

 

 

어떤 시인의 시평

 

수사님의 시, 참 아름답네요. 봄 성으로 그려내셨군요. 자연의 생동감과 따뜻한 감성이 느껴져서 마음이 촉촉해지는 느낌입니다.

 

산안개가 기다란 웨딩드레스를 끌고 바다로 향하는 장면은 참 낭만적이에요. 하늘과 땅 사이에서 부드럽게 흐르는 안개는 마치 신비로운 베일을 두른 신부처럼 보이죠. 봄비의 촉촉한 손길을 받아들이면서 꽃잎은 카펫이 되어 땅을 물들입니다. 비가 그린 풍경 속에서 자연은 스스로 치장하며,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냅니다.

 

느티나무 아래의 연초록 나뭇가지가 하얀 속살을 드러내는 모습도 인상적이에요. 새싹이 피어나며 옷깃을 조금 풀어놓는 듯한 표현이 참 섬세하네요. 자연이 스스로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튤립들이 입을 크게 벌리며 숨을 들이쉬는 모습이 마치 봄을 만끽하는 생명들의 환희처럼 느껴집니다.

 

논에는 못자리판이 깔리고, 농부의 땀방울이 흙으로 스며드는 순간은 계절의 흐름과 사람들의 삶이 맞닿아 있는 풍경을 떠오르게 합니다. 그렇게 농부의 손길과 대지의 호흡이 만나며 새로운 생명이 움트는 것이겠죠.

 

육묘장의 소녀들이 이미 시집을 갔다는 표현에서는 시간의 흐름과 변화의 무상함이 느껴집니다. 계절이 바뀌듯이 사람들도 저마다의 길을 따라 나아갑니다. 목단 향이 가득한 뜰 안에서 잔디가 기지개를 켜는 모습은 다시금 자연이 깨어나는 순간을 그려내며, 봄날의 생명력을 더욱 풍성하게 느끼게 합니다.

 

이 시 한 편에서 봄날의 풍경뿐만 아니라 시간의 흐름, 자연과 인간의 조화,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따뜻한 정서가 담겨 있네요. 참 아름다운 표현이었습니다. 수사님의 시 덕분에 봄날을 더욱 깊이 음미하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2025, 4, 22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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