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149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를 빌며...


  작은 정원이라 하지만, 손바닥만 하지도 않을 뿐더러 서울에서도 중심지에 속한 '정동'이라는 곳에 위치하고 있으니, 결코 작은 면적은 아닌 것이다.  작다는 표현은 높은 빌딩들이나 넓은 면적들에 비해 그저 작은 한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보잘것 없어 보이는 그런 곳이기 때문이다.


  이런 정원이나마 대할 때 마다 참으로 느끼는 바가 많다.

  여기에 관련된 생명들만 하더라도 손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고, 때로는 의외의 새들이나 동물들도 목격이 되니까...몇 번 만날 수 있었던 쪽재비만 해도 시골에서조차 어렵사리 발견되는 게 아니던가!

갸들이 있어선지 여기 정원엔 쥐들을 볼 수가 없다.  요즘엔 가끔 텃밭의 방울 토마토나 오이, 애호박, 고추를 건사하려 들여다 보느라면, 새앙쥐처럼 잽싸게 부스럭거리며 지나가는 존재가 있어, 자세히 살펴보니 처음 대하는 작은 새라, 얼핏 보면 어린 쥐로 착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어쨌든 틈만 나면 정원에서 소일하게 되는 데, 거기엔 사소한 일같으면서도 허투루 보낼 시간이 아니게끔 몰두해 버리고 마니, 결국 소중한 나 만의 침잠이 되어 더없이 좋은 것이다.


  그리고 거기 정원에 날아드는 벌이나 나비의 종류도 크고 작은 종류들이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지!

며칠 전 새벽녘엔 왕벌같기도 하고 호박벌같기도 한 것이 부지런히 날개짓을 하며 이꽃저꽃을 쉴새없이 옮겨다는 거였다.  저것의 정확한 정체가 도대체 뭘까, 한참을 눈길로 쫓다가, 언뜻 무릎을 치며 떠오르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듣기만 하던 '벌새'였던 것이다. 사진을 찍으려 했지만, 너무 빠른 날개짓 동작에 그만 기회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최근엔 내 나름대로 나의 중정원이라 여기는 경희궁 내에서 산책을 하다 귀한 '오색 딱다구리'를 만난 적이 있다.  어쩌다 그냥 딱다구리 소리가 나 그쪽을 유심히 살펴보면 보통 딱다구리인 줄 알게 되지만, 희귀한 오색 딱다구리가 그렇듯 복잡다단한 도심지에 출몰하리라곤 예상 밖이었으니까.


  그리고보니 숲 속이나 산 속의 모든 생명체들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2012년까지 6년간 산 속 성거산에서 지낸 경험이 새삼 떠오르면서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성거산만 하더라도 거기에 살고있는 생명체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그 많은 대가족들이 먹고 자고 싸며 지내는 반복된 일상이면서도, 그 산 속에선 신기하게도 그들이 유기한 쓰레기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깨끗이 정화된 산 속 공기하며 신선한 바람, 살랑거리는 나뭇잎 소리나 가을에 들리는 낙엽 소리...게다가 발원지부터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청량한 물소리는 어떠한가!

  반면에 유일무이하게 인간 만이 어디에서 지내건 쓰레기를 남기는 존재려니, 이 땅이나 바다, 지구의 입장에서 보면 가장 몹쓸 파괴적 생명체가 바로 우리들 인간인 게다.  작다란 생명들은 물론 아프리카 거대한 코끼리나 사자, 호랑이같은 맹수들이 살다가 죽은들, 어디 그 흔적을  조금이라도 남기는 법이 있는가.  죽음 즉시 미생물이나 작은 곤충들의 먹거리가 되어 즉시 분해되고 땅으로 자연스럽게 귀소하지 않던가.  

  유독 사람들만 죽음 이후에도 땅에 신선한 존재로 사라지는 게 아니라, 묘지, 묘비명...이라는 것들을 세우고 남겨 자못 이름 석자나 길이길이 후세에 남기려 안간 애를 쓰는 안스러운 모습!  하기사 살아 생전 쓰레기를 켜켜이 남기는 것은 물론, 한국이라는 좁은 땅덩어리에 비해 숱한 묘지가 차지한 면적만 해도 골칫덩어리가 되어 그 대안으로 납골묘가 좋으니 안좋으니 의견이 분분한 현실이 아니던가!      


  그렇다. 이 세상, 지구라는 땅덩어리는 창조주 하느님께서 사람 만을 위해서 창조하신 건 아니라, 무생물로 여기는 돌이나 바위...를 포함한 모든 생명체들이 골고루 분여받은 터요 함께 공존해야 할 이유가 아닌가.  그리고보니 인간은 자연의 일원일 뿐 주인 행세를 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어, 이 지구를 마음대로 이용해도 좋다는 독단적인 자만은 너무나 잘못된 인식이다.  어찌보면 물 한 방울이나 풀 한 포기, 석양에 그물을 치는 거미 한 마리도...우리 인간의 생명 못지않게 각기 소중한 생명체임을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거창한 위의 예들이 아니더라도, 우리 정원에 거처하고 지나가는 무수한 생명들을 대하면 참으로 소중함을 느끼고 경외심이 울어나 하마 함부로 대할까 참으로 조심스러워 진다.  피어나는 이런저런 꽃 한 송이라도 그럴 적마다 얼마나 감탄스러운지!  가을을 알리는 풀 벌레 한 마리의 소리라도 우리 집 정원의 소중함을 깨우쳐 주는 그 귀한 경종에 쫑끗 귀울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순수한 모습이나 소리 하나라도 놓칠 수 없는 건, 사람들이 창작해 내는 그 어떤 훌륭하다는 자만의 작품보다도 뒤지지 않는 하느님의 아름다움이 배어있기 때문이다.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1. No Image

    이왕이면 좋은 습관을 들여야...^^

    T 평화와 자비   2월의 첫 날!  시끌벅절하던 연말 연시가 지나 2016년 금년도 벌써 한 달이 지났네요.   찬바람을 이기려 외출시엔 두터운 잠바에다 벙어리 장갑을...그러나 행려자들이나 가난한 독거 노인들에겐 얼마나 견디기 어려운 겨울인가요.  하지...
    Date2016.02.01 By김맛세오 Reply0 Views1421
    Read More
  2. No Image

    좋은 사람은 가슴에 담아 두기만 해도 좋은 법

     T 은총과 자비와 평화가 모든 이들에게...   자못 고단한 삶을 두고 곧잘 아래와 같은 표현들을 하게 됩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세월', 멀고도 먼 험난한 '세상', 어렵고도 어려운 '부부 사랑이나  가족관계,인간관계', 끝이 안보이는 '역경',..."...
    Date2016.01.26 By김맛세오 Reply0 Views1772
    Read More
  3. No Image

    존경하올 '한'수녀님

    T 평화와 자비   한수녀님과 재회한 것은, 오랜 세월 소식을 전혀 모르고 지내다가 재작년 어느날 수녀님이 내게 소식 쪽지를 보내신 것이다.  함께 공부한지 꼭 36년 만이니, 그동안 적지않은 세월이 지났다.   그것도 청풍 호수가에 사시는 '빈들' 카페...
    Date2016.01.25 By김맛세오 Reply0 Views1528
    Read More
  4. No Image

    타박타박...나의 길

    T 평화와 자비   시간만 나면 워낙 걷기를 좋아하니 이런 생각도 해 본다.   하기사 <안식년>을 지내기로 허락을 받은 올 해엔, 국내 전국 둘레길이며 성지를 걸어서 다녀 볼 작정이니까...^^   지금까지 얼마나 먼 길을 걸었을까...어리짐작 지구의 1...
    Date2016.01.13 By김맛세오 Reply0 Views1335
    Read More
  5. No Image

    관악산 둘레길의 사모곡(思母曲)

    T 평화를 빕니다.    최근 쉬는 날, 서울 둘레길 전체를 시간나는대로  걸어 볼 요량이 생겼다.  전체 다 걸을려면 족히 40Km는 된단다.  지난번 천호대교길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길로, 사당역에서부터 출발- 왼쪽으로 관악산을 낀 중턱길을 계속 걷는 거였...
    Date2015.12.22 By김맛세오 Reply0 Views1594
    Read More
  6. No Image

    작은 인연들이 있어 행복한...!

    T 평화를 빕니다.   며칠 전 세종로 본당 신자들 세 집에서 저녘 식사에 초대를 해주셨다.   한 집에 한 두가지씩 준비해 오신 음식- 조기 구이, 오리고기 수육,...등 -이라선지 더욱 맛갈졌다.  평소 잘 모이는 네 집(마르샤, 카타리나, 효주 아녜스) 중...
    Date2015.12.08 By김맛세오 Reply1 Views1473
    Read More
  7. No Image

    '올리바' 녀석이 벌써 결혼을 하다니...!

    T 평화를 빌며.   오랜 세월 알고 지내는 올리바라는 아이가 지난 주일, 수도원 성당에서 혼인을 하였다.   올리바의 부모님을 알고 지낸지는 -아이 아빠가 영국 Y라는 곳으로 축산과 박사학위를 받으러 내가 공부를 하고있던 Canterbury 근처에 계셨음 ...
    Date2015.12.01 By김맛세오 Reply0 Views1525
    Read More
  8. No Image

    참으로 좋은 침묵의 시간들...!

    T 평화를 빌며...   말, 말, 말...말이 많은 이 세상에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말은 얼마나 될까?    평소 자연적으로 절제된 말의 분위기<침묵> 속에서 지내는 나는 참으로 행복하다는 생각이 자주 들곤 한다.  이렇듯 오로지 수도원 현관을 지키는 월요...
    Date2015.11.23 By김맛세오 Reply0 Views1432
    Read More
  9. No Image

    여유로운 삶의 주거 공간

    T 평화를 빕니다.   언뜻 내 삶의 언저리를 눈여겨 보며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사실 일반인들의 주택이나 아파트에 비하면 내 방은 코딱지만한 좁은 공간이어서 답답할 듯 싶지만,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내 삶의 생활 반경을 둘러보면, 여러 형...
    Date2015.10.20 By김맛세오 Reply0 Views1482
    Read More
  10. No Image

    작은 정원에서의 사색

    T 평화를 빌며...   작은 정원이라 하지만, 손바닥만 하지도 않을 뿐더러 서울에서도 중심지에 속한 '정동'이라는 곳에 위치하고 있으니, 결코 작은 면적은 아닌 것이다.  작다는 표현은 높은 빌딩들이나 넓은 면적들에 비해 그저 작은 한귀퉁이를 차지하고 ...
    Date2015.10.12 By김맛세오 Reply0 Views1495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