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14.06.25 22:11

일상의 작은 기쁨들

조회 수 177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온 누리에 평화가 가득

 

오늘은 진종일 천둥번개, 소나기가 오락가락합니다.

이런 날이면 잊을 수 없는 기억이 하나 떠오릅니다.

 

오래 전, 수도회에 입회하기 전에 저는 곧잘 신정동의 외딴 집인 숙부집엘 주말이면 잘 놀러갔지요.

귀여운 꼬맹이 사촌 동생들이 보고싶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그 아이들이 미국의 롱아일랜드로 이민을 가 모두 시집을 간 중년으로 잘들 지내고 있답니다.

아이들 역시 저를 무척 따라, 오죽하면 "생일 오빠"라는 닉네임까지 붙혀 주었으니까요.

 

그 집엘 가노라면, 오류동에서 왕복 벌판길을 따라 1시간은 걸어야 했고

오늘처럼 천둥번개가 진종일 요란했던 어느 날 저는 일나가신 숙부를 마중나가러 기다란 쇳대 우산을

하나는 쓰고 또 다른 하나는 손에 들고 걸어야 했습니다.

하루 종일 애쓰셨을 숙부께 우산을 전해드릴 수 있다는 기쁨이 전부였다고나 할까요.  

그날 저녁 라디오 뉴스를 들으니, 그 동네 사람이 2사람이나 벼락을 맞아 숨졌다네요.

쇳대 우산을 쓰고 든채 먼 벌판길을 다녀왔어도 아무일 없었던 게 그제서야 너무도 신기했던 겁니다.

더군다나 맹랑하게도 조금도 두려움도 없었으니 말입니다.

 

지금 그때 일을 생각해 보면,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일상적인 일들이 두려움의 대상이기보다는 저에게는 하나의 일상적 기쁨이었죠.

"꽈르릉∼!"하며 연속적으로 치는 천둥번개 속 마중 길이 전혀 두렵지 않았고, 오히려 숙부를 만나러 가는 기쁨이

퍼붓는 비와 우뢰 소리를 앞서 있었던 거요.

 

*  *  *

 

또 다른 자연에 관한 이야기-

 

그제는 정원에서 갓피어난 예쁜 채송화를 보느라고 쪼그리고 앉았는데,

한 50Cm 거리에서 뭔가 이상한 동물이 여유만만하게 움직이고 있는 겁니다.

처음엔 "저게 뭔고!" 의아해 했지만, 자세히 보니 옅은 밤색 쪽제비였습니다.

입에다 작은 먹거리를 물고 아마도 새끼에게 주려 제 집으로 향하는 것이었겠죠.

서울이라는 도심지에 쪽제비라니!  그것도 저의 정원, 바로 코 앞에 어슬렁거리며 지나가다니!

 

몇 분 사이에 만난, 서울이라는 도심 속에 출현한 그 동물의 아름다움은 며칠이 지난 지금도 제게 상서로운 감동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듯 느린 동작으로 제 코 앞을 지나갔다는 것은, 사람을 대하기만 하여도 극도로 예민한 동물이기에

저에 대한 신뢰가 앞서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아마도 저는 그 쪽제비를 처음 목격한 거지만, 늘 정원을 배회하는 저를 그 녀석은 많이 보아 익숙해 있을 겁니다. 

 

*  *  *

 

그렇습니다.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일상에서 만나는 작은 기쁨들은 알고보면 전혀 돈이 들지않는 무상으로 주어지는 것들.

작은 채송화에서 예쁘고 화려한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나,

모래알 같은 씨앗에서부터 저만큼 무러무럭 잘 자라고 열매를 맺는 방울 토마도며 고추, 상추, 애호박,...등

생명의 환희와 만날 수 있는 온갖 것들은 제가 조그만 관심이나 노력을 기울이면 얻어지는 형언할 수 없는 기쁨들이란 걸...!!!

조그마한 주위를 기울이면, 마음이 편해지고 따뜻해지는...꼼틀거리는 작은 생명들을 엿볼 수 있는 천혜의 소중함들이 지척에

널려있다는 것을...

바쁘다는 핑게로 늘 열려져 있는 하늘이나 구름조차 바라 볼 시간이 없노라 아우성이는 현대인들!

조금만 고개를 돌려보면 얼마나 좋을까요?  무상으로 주어지는 작은 행복들이 지천인 것을...

결코 큰 것에서가 아니라 샘물처럼 길어올릴 수 있는 작은 기쁨들... 그런 행복들...!      

 

 

2166975053A8DCF332944C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1. No Image

    일상의 작은 기쁨들

    T 온 누리에 평화가 가득   오늘은 진종일 천둥번개, 소나기가 오락가락합니다. 이런 날이면 잊을 수 없는 기억이 하나 떠오릅니다.   오래 전, 수도회에 입회하기 전에 저는 곧잘 신정동의 외딴 집인 숙부집엘 주말이면 잘 놀러갔지요. 귀여운 꼬맹이 ...
    Date2014.06.25 By김맛세오 Reply0 Views1773
    Read More
  2. No Image

    라스베가스에서의 별난 경험

    T 평화/ 선   2006년도 여름이었으니 꼭 8년이 지난 일이네요.   그해 저는 '안식년'을 보내고 있어, 좀 여유가 있던 터라 우연히 발동이 걸려 L.A에 갈 기회가 있었고 뭔지도 모르면서 주변의 어른들이 끊어주신 표로 몇박 며칠이 걸리는 '서부관광'길에...
    Date2014.06.09 By김맛세오 Reply1 Views2005
    Read More
  3. No Image

    자연에 대한 이런저런 기억들과 함께

    T 온 누리에 평화   매일 작은 정원을 대하면서 참으로 많은 걸 느낍니다.   꽃삽으로 모종을 옮길 때마다 흙 속에서 꼼틀거리는 작고 큰 지렁이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한다고 아우성입니다. 지렁이들을 마주할 때마다 감탄사가 절로나는 것은, 어찌...
    Date2014.06.02 By김맛세오 Reply0 Views1876
    Read More
  4. No Image

    고향의 미루나무

    T 평화/ 선   전에 얼핏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만, 내 고향 '동지기'(현 동작동 현충원 자리)엘 가면 공작의 날개 형상으로 펼쳐진 지형 전체의 한가운데로 흐르는 작은 냇물이 있습니다. 현충원이 자리잡은 이후로 '현충천'이라 부르게 되었지만, 원래의 ...
    Date2014.05.13 By김맛세오 Reply0 Views1886
    Read More
  5. No Image

    하이얀 목련(木蓮)

    T 온 누리에 평화 봄비가 하염없이 내리는 어제 오늘 거리에 비가 내리듯 이 가슴, 아니 우리 모두의 가슴마다 슬픔이 내린다. 불과 얼마 전 따스했던 봄날, 앵글에 유난히도 눈부시게 잡혔던 새하얀 목련이 바로 너희들일 줄이야!!! 여리디 여린 봄잎들...
    Date2014.04.28 By김맛세오 Reply0 Views1363
    Read More
  6. No Image

    뉘 종지기를 하랴!

    T 평화가 온 누리에...   얼마 전, 사순시기를 깃점으로 각자가 맡고있는 직책에 작은 변동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1년여 '종지기'라는 직분을 저희들 수호자(* 원장: 이 명칭이 자못 권위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서)가 형제가 맡아 왔었지요. 아마도 지금까...
    Date2014.04.01 By김맛세오 Reply2 Views2089
    Read More
  7. No Image

    내 인생의 네 잎 클로바

    T 평화/ 선   예기치 않게 얻어진 것을 일컬어 '행운'이라고들 하지요. 그러나 알고보면 그 행운의 밑바탕엔 하느님 안배하심이 깔려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세월을 거슬러 1985년 5월의 까마득한 기억을 되살려 봅니다. 저는 그 때 이태리, 아씨...
    Date2014.03.23 By김맛세오 Reply0 Views2428
    Read More
  8. No Image

    봄은 봄이로고!

     T 평화가 온 누리에   앞 건물, 교육회관에 증축 및 리모델링 공사가 마무리되어 가는 중이라 가히 어지럽기 짝이 없는 요즘의 주변이랍니다. 가뜩이나 한겨울을 나느라 황량해진 정원에 폐기물 자재들이 쌓이고 널려있어 볼 때마다 심란해지는 마음을 ...
    Date2014.03.10 By김맛세오 Reply0 Views1927
    Read More
  9. No Image

    내 고향, 구(舊)교우촌

    T 평화와 선     「기도를 굶으면 밥을 굶겨라」는 마르가리타 지기님의 글을 대하면서 늘 잊혀지지 않던 옛 고향의 정황이 그림처럼 그려집니다.    가끔 그 동네가 자리했던 (현 현충원 자리) 공작봉 오른 쪽 날개에 해당하는 곳엘 가보면 마치 새벽 ...
    Date2014.02.24 By김맛세오 Reply2 Views2208
    Read More
  10. No Image

    첫 순례(예루살렘)에서 생긴 일

    T 온 누리에 평화   공부하던 도중 1986년도 여름방학이었습니다. 상주 학생들은 거개가 다 경험을 쌓기 위하여 다른 지방이나 나라로 파견되는 게 관례였죠. 외국인인 저는 혼자 수도원에 남아 있을 수가 없어 예루살렘으로 순례를 가기로 맘 먹었답니...
    Date2014.02.17 By김맛세오 Reply1 Views2372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