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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11 00:57

누가 의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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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의인인가?

 

의인에게는 빛이 솟아오르고, 마음 바른 이에게는 기쁨이 솟나이다.” (시편 97[96],11) 이 말씀은 하느님께 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영적 체험을 아름답게 노래합니다. 여기서 빛은 단순한 밝음이 아니라 하느님의 현존과 진리, 그리고 삶의 방향을 뜻합니다. 의인은 고난과 어둠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도 하느님의 빛을 발견하는 사람입니다.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실패와 상실, 눈물과 고통 속에 있을지라도 그의 마음 깊은 곳에는 꺼지지 않는 등불이 켜져 있습니다. 또한 기쁨은 순간적인 즐거움이 아닙니다. 마음 바른 이에게 솟아나는 기쁨은 모든 일이 뜻대로 이루어져서 얻는 만족이 아니라, 하느님 안에 머무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깊은 평화입니다. 그것은 소유에서 오는 기쁨이 아니라 존재에서 오는 기쁨이며, 성취에서 오는 기쁨이 아니라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에서 오는 기쁨입니다.

 

프란치스칸 영성 안에서 이 말씀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성 프란치스코는 가난과 병고, 오해와 실패 속에서도 참되고 완전한 기쁨을 이야기했습니다. 그 기쁨은 세상이 주는 성공의 열매가 아니라, 그리스도와 함께 머무는 데서 솟아나는 빛이었습니다. 자신을 비우고 내려놓을수록 하느님의 빛이 더 깊이 스며들고, 자신을 작게 만들수록 더 큰 기쁨이 피어나는 역설을 그는 살았습니다. 이 빛은 먼 곳에서 갑자기 내려오는 것이 아닙니다. 용서하기 어려운 사람을 한 번 더 이해하려 할 때, 아픈 이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줄 때,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옳음을 내려놓고 화해를 선택할 때,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일을 묵묵히 감당할 때, 그 작은 사랑의 자리에서 빛은 이미 솟아오르고 있습니다.

 

마음 바른 사람의 기쁨은 큰 사건 속에 있지 않습니다. 아침 햇살이 창문을 넘어 들어오는 순간, 형제의 안부를 묻는 따뜻한 한마디, 함께 식탁을 나누는 평범한 시간, 침묵 가운데 드리는 짧은 기도 속에서도 하느님 나라는 이미 우리 가운데 피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의인에게 솟아오르는 빛은 하느님께서 가까이 계시다는 표징이며, 마음 바른 이에게 솟아나는 기쁨은 하느님 나라가 이미 시작되었다는 증거입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고, 사랑받는 사람의 기쁨은 어떤 시련도 빼앗을 수 없습니다. 오늘도 우리 안에 조용히 솟아오르는 그 빛과 기쁨이, 우리가 하느님 안에 머물고 있으며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머물고 계신다는 가장 아름다운 증언입니다. 의인과 마음 바른 사람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완벽한 사람이 아닙니다.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 안에서 살아가려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의인의 특징

의인은 죄를 전혀 짓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넘어져도 다시 하느님께 돌아오는 사람입니다. 자신의 의로움을 자랑하지 않고 하느님의 자비를 신뢰합니다. 진실을 따르기 위해 손해를 감수할 줄 압니다. 약한 이들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이익보다 공동선을 먼저 생각합니다. 판단하기보다 이해하려 하고, 단죄하기보다 살리려 합니다. 삶의 중심에 하느님을 모시고 살아갑니다. 의인은 늘 옳은 사람이 아니라, 늘 하느님 쪽으로 방향을 돌리는 사람입니다.

 

마음 바른 사람의 특징

마음이 바르다는 것은 마음이 단순하고 투명하다는 뜻입니다. 겉과 속이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보이는 모습과 혼자 있을 때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계산보다 진실을 선택합니다. 자신의 약함을 인정할 줄 압니다. 타인의 성공을 시기하기보다 함께 기뻐합니다.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하기보다 하느님께 맡길 줄 압니다. 마음 바른 사람은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분열되지 않은 사람입니다. 하느님 앞에서 있는 그대로 자신을 내어놓는 사람입니다.

 

프란치스칸 영성 안에서

프란치스칸 전통에서 의인과 마음 바른 사람은 바로 내적 가난을 사는 사람입니다. 자신을 높이지 않습니다. 공로를 독차지하지 않습니다. 형제를 경쟁자가 아니라 선물로 받아들입니다. 자신의 부족함까지도 하느님의 자비 안에 맡깁니다. 소유보다 관계를, 성공보다 사랑을 선택합니다. 그래서 의인의 빛은 지식에서 나오는 빛이 아니라 겸손의 빛이고, 마음 바른 이의 기쁨은 성공에서 오는 기쁨이 아니라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에서 오는 기쁨입니다. 의인은 하느님을 신뢰하는 사람이고, 마음 바른 사람은 하느님 앞에서 꾸밈없이 사는 사람입니다. 그들의 빛은 얼굴에서 드러나고, 그들의 기쁨은 관계에서 드러납니다.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말보다 삶이 더 큰 울림을 주는 사람, 어쩌면 그런 사람이 시편이 말하는 의인이며 마음 바른 사람일 것입니다.

 

프란치스칸적으로 묵상하면 소돔의 의인은 거창한 영웅이 아닙니다. 공동체 안에서 화해를 선택하는 사람, 미움보다 이해를 선택하는 사람, 힘없는 사람 곁에 머무는 사람, 자기 몫의 빵을 나누는 사람,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사람, 성 프란치스코도 바로 이런 의미의 의인이었습니다. 그는 세상을 바꾸려고 권력을 잡지 않았습니다. 대신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고, 버림받은 나병환자에게 다가가고, 모든 피조물을 형제자매로 받아들였습니다. 어쩌면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에서 하느님께서 찾으셨던 열 명의 의인은, 특별한 종교인이 아니라 타인의 아픔에 마음이 움직이는 사람, 관계를 살리는 사람, 하느님의 자비가 흐를 도구가 되는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소돔의 의인과 시편의 의인은 결국 같은 사람입니다. 그들은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고, 메마른 세상 속에서도 사랑과 환대와 자비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그 한 사람이 한 가정을 살리고, 열 사람이 한 도시를 살리며, 작은 의로움 하나가 세상을 무너지지 않게 붙들고 있는 것입니다.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에서 말하는 "의인"?

시편에서 말하는 의인의 특징을 더욱 사회적이고 관계적인 차원에서 보여 줍니다. 창세기 18장에서 아브라함은 하느님께 묻습니다. "의인 50명이 있다면 그 성읍을 멸하시겠습니까?" "45, 40, 30, 20, 10명이 있다면요?" 여기서 의인은 단순히 개인적으로 착한 사람이 아닙니다. 소돔의 죄와 의인의 의미는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소돔의 죄를 특정한 성적 죄악으로만 이해하지만, 성경은 더 넓게 말합니다. 예언자 에제키엘은 소돔의 죄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교만, 과도한 풍요, 가난한 이들에 대한 무관심, 오늘날 잘 지키고 많이 바치는 사람들이 범하는 오류와 착각에 빠져 자력으로 구원에 이를 수 있다고 하는 사람, 스스로 엘리트적인 사람만 구원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하는 얀센이즘, 그리고 스스로 완전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하는 완전주의, 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자신의 자아도취적인 의로움으로 관계의 단절을 만드는 사람, 약자를 돕지 않음, 즉 소돔은 하느님과의 관계뿐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가 무너진 사회였습니다. 그렇다면 소돔 안의 의인은 누구일까요? 낯선 이를 환대하는 사람 약자를 보호하는 사람, 자신의 이익보다 공동선을 생각하는 사람, 폭력과 탐욕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 하느님의 가난과 겸손, 용서하시는 하느님의 자비를 관계 안에 실천하는 사람, 바로 시편이 말하는 "마음 바른 사람"의 모습과 연결됩니다. 왜 열 명의 의인이 중요했을까? 유다 전통에서는 열 명 정도가 공동체를 이루는 최소 숫자로 여겨졌습니다. 하느님은 단 한 사람의 선행을 찾으시는 분이 아니라, 그 도시 안에 아직도 살아 있는 사랑과 정의의 가능성을 찾으십니다. 의인은 단순히 자기 영혼만 구원받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 존재 자체가 공동체를 지탱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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