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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밭 소작인의 비유와 프란치스칸 믿음의 실제

 

마태오 복음서 2133절에서 46절에 기록된 포도밭 소작인의 비유는 단순히 이천 년 전 유다 종교 지도자들을 향한 질책에 머물지 않습니다. 이 비유는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직면한 신앙의 본질적 과제, 하느님 주권의 인정합당한 소출을 내는 삶에 대해 엄중히 질문합니다.

 

1. 은혜로 마련된 포도밭: 선물로서의 삶

비유는 한 집주인이 포도밭을 일구어 울타리를 둘러치고 포도 확을 파고 탑을 세우는 세심한 준비로 시작됩니다. 소작인들은 아무런 노력도 들이지 않았지만, 주인은 그들이 일할 수 있는 완벽한 환경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우리의 삶 또한 이와 같습니다. 우리가 누리는 생명, 시간, 재능, 그리고 신앙 공동체는 본래 우리의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정성껏 가꾸신 세상이라는 포도밭에 우리는 소작인으로 초대받았을 뿐입니다. 신앙의 출발점은 내 삶이 나의 공로가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 위에 세워졌음을 겸손히 고백하는 데 있습니다.

 

2. 주객전도의 비극 : ‘내 것이라는 교만

비유 속 소작인들의 비극은 주인이 보낸 종들을 매질하고 죽이며, 마침내 주인의 외아들까지 죽이는 데서 극에 달합니다. 그들은 저자가 상속자다. , 저자를 죽이고 그의 상속 재산을 우리가 차지하자.”라며 탐욕을 드러냅니다. 이는 현대 신앙인이 빠지기 쉬운 유혹을 상징합니다. 첫째 은총의 사유화라는 탐욕에 빠집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을 자신의 능력으로 착각할 때, 우리는 하느님을 삶의 주인이 아닌 나의 소망을 들어주는 조력자로 전락시킵니다. 둘째, 예언직의 거부입니다. 교회와 양심을 통해 들려오는 하느님의 목소리가 내 욕망에 걸림돌이 될 때, 우리는 그 말씀을 외면하거나 왜곡합니다. 셋째, 그리스도 왕권의 부정합니다. 내 삶의 중심 자리에서 내려오기를 거부하는 마음은, 결국 우리 구원을 위해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통치를 거부하는 것과 같습니다.

 

3. 소출을 기다리는 주인: 응답하는 신앙

주인이 소작인들에게 바란 것은 단 하나, ‘제때에 소출을 바치는 것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단순히 포도밭 안에 머무는 것에 만족하지 않으십니다. 우리에게 맡겨진 일상의 현장에서 복음의 기쁨을 살고, 그에 합당한 신앙의 열매를 맺기를 기다리십니다. 실천적인 신앙은 관념에 머물지 않고 구체적인 삶으로 드러나야 합니다. 선의 흐름으로 익어가는 열매들이 관계안에서 드러나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너희에게서 하느님 나라를 빼앗아, 제때에 소출을 내는 민족에게 주실 것이다.”라는 말씀은 엄중한 경고이자, 오늘 우리가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이끄시는 초대입니다. 참된 믿음은 내 삶의 모든 권한을 주님께 돌려드리는 결단입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이 주님의 것임을 고백할 때, 우리는 소유의 집착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누리는 착한 청지기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의 관계성이라는 포도밭에는 주님께서 기뻐하실 향기로운 소출을 준비하고 있는지, 내어주는 몸을 받아 내어주는 몸으로 응답하고 있는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포도밭 소작인의 비유와 프란치스칸 삶의 태도

맡겨진 밭에서 사는 작은 형제의 길은 가난과 겸손과 작음과 형제성 안에서 시작 됩니다. 복음의 포도밭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우리 존재의 자리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먼저 밭을 마련하셨습니다. 돌을 골라 울타리를 두르고 포도를 밟을 확을 파고 멀리 바라볼 탑까지 세워 두셨습니다. 그리고 그 밭을 사람들에게 맡기셨습니다. 여기서 프란치스칸 영성은 하나의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이 밭의 주인입니까, 아니면 맡겨진 작은 일꾼입니까? 프란치스코 성인은 이 질문 앞에서 아주 단순하게 대답했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습니다. 모든 것은 하느님의 것입니다.” 이 고백이 바로 가난의 영성입니다. 가난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내 것이라고 주장하지 않는 자유입니다. 생명도, 시간도, 재능도,사람들과의 관계도 모두 하느님의 포도밭입니다. 그래서 작은 형제는 세상을 소유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는 맡겨진 밭을 조심스럽게 돌보는 청지기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에는 늘 하나의 유혹이 숨어 있습니다.

 

성 프란치스코의 영적 권고 2 “자기 의지를 자기 것으로 하는 악에서는 이 유혹을 아주 정확하게 말합니다. “사람이 자기 의지를 자기 것으로 할 때 그 안에 악이 태어난다.” 포도밭 소작인의 비극도 바로 여기서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관리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마음속에서 작은 생각이 자라기 시작합니다. “이 밭은 사실 내 것 아닐까?” 이 생각이 자라면 은총은 곧 소유가 됩니다. 선물은 권리가 됩니다. 그리고 결국 하느님은 밭의 주인이 아니라 내 삶을 돕는 조력자로 축소됩니다. 그때 사람은 하느님을 몰아내지 않으면서도 그분의 자리를 조용히 차지합니다. 이것이 프란치스코가 말한 가장 깊은 가난의 반대편, 곧 자기 의지를 자기 것으로 하는 교만과 자만의 죄입니다. 주인은 종들을 보냅니다. 예언자들을 보냅니다. 양심의 목소리를 전할 사목자를 보냅니다. 말씀을 보냅니다. 그러나 사람은 그 목소리를 불편해합니다. 왜냐하면 그 목소리는 우리에게 열매를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프란치스칸 영성에서 열매는 위대한 업적이 아닙니다. 열매는 관계 안에서 드러나는 복음의 향기입니다. 누군가 나를 오해할 때 분노 대신 침묵을 선택할 때, 지친 형제를 바라보고 말없이 그의 짐을 함께 들어 주려할 때, 내가 옳아도 사랑을 위해 내 자리를 내려놓는 순간 그때 포도는 익습니다그것은 작고 보잘것없는 열매처럼 보이지만 하느님 나라에서는 가장 귀한 소출입니다프란치스코는 이 열매를 완전한 기쁨이라고 불렀습니다그러나 비유는 더 깊은 신비를 보여 줍니다주인은 마침내 자기 아들을 보냅니다그리고 사람들은 그를 죽입니다여기서 복음의 역설이 시작됩니다사람들이 버린 돌이 모퉁잇돌이 됩니다프란치스코는 이 신비를 십자가에서 보았습니다십자가는 패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세상을 떠받치는 모퉁잇돌입니다

 

프란치스칸들은 십자가를 통과하는 변형의 길을 찾습니다. 자기를 내려놓는 자리, 자기 권리를 포기하는 자리, 자기 중심이 무너지는 자리, 바로 그 자리에서 하느님의 나라가 조용히 시작됩니다. 포도밭 소작인의 비유는 그래서 우리에게 한 가지를 묻습니다. “너는 주인이 되려고 하느냐? 아니면 작은 형제가 되려고 하느냐?” 주인이 되려는 사람은 끊임없이 지켜야 할 것이 많습니다. 그러나 작은 형제는 지킬 것이 없습니다. 그는 단지 맡겨진 밭을 돌보며 기쁨으로 일합니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 오늘 제가 거둔 열매는 제 것이 아닙니다. 모두 당신의 것입니다.” 그때 하느님께서는 작은 형제의 손에서 포도를 받아 세상을 위한 포도주로 빚으십니다. 그리고 그 포도주는 다시 가난한 이들의 기쁨이 되고 상처 입은 사람들의 위로가 됩니다. 그래서 프란치스칸의 길은 단순합니다. 세상을 소유하지 않고 세상을 돌보는 것. 자기 의지를 주장하지 않고 하느님의 선에 자신을 내어 맡기는 것. 그렇게 우리는 포도밭의 주인이 아니라 하느님의 선이 흐르는 도구가 됩니다. 그리고 그때 우리의 삶은 조용히 하느님 나라의 포도밭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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